혼자 걷는 해파랑길, 샘물의 기적

37코스 : 안인해변 - 오독떼기 전수관. 15.6km

by 물냉이

해파랑길 37코스는 안인해변에서 오독데기전수관까지의 바다에서 강릉 내륙으로 걷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걷는 게 아니라 동쪽의 해안에서 서쪽의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강릉에서 이렇게 내륙으로 들어오는 코스가 있는 것은 서에서 동쪽으로 활주로가 있는 강릉비행장 때문이다. 군선천 하구를 따라 상류로 올라가다 강동초등학교가 있는 모전리에서 산 능선을 따라가는 정감이숲길을 지나 오독떼기 전수관까지 가는 코스를 제시하고 있다. 소나무숲길과 커피로 유명한 테라로사, 굴산사지 당간지주와, 굴산사지 등의 문화자원을 만날 수 있다.


정가는 소나무숲길(안인항- 군선천- 강동초등학교-정감이숲길- 동막저수지)

안인항을 출발해 군선천 하구로 가기 위해 안인바깥들을 건너간다. 군선천 하구의 양옆으로는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군선천의 북쪽에 있는 들은 안인안뜰이고 남쪽의 들이 안인바깥들이다. 안인안뜰은 지금은 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이곳의 시설들이 다 들어서면 군선천 하구를 따라 걷는 길의 환경은 더 나빠질 것 같다. 모전리까지 햇빛을 받으며 군선천변의 대동제방길을 따라 걷는다.

군선천 하구의 풍경. 버드나무와 달뿌리풀군락이 하천의 물 가장자리에 분포한다.
군선천 옆 가스저장소와 제방길
군선천 하천변의 제방길을 따라 걷는다
탐방로 건너편에 지어지고 있는 화력발전소

강동초등학교와 모전리마을회관을 지나 산의 능선길을 걷게 되는데 소나무숲이 우거진 정감이숲길이다. 강릉의 숲들은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 많다. 시원한 그늘과 함께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은 소나무숲이 주는 특혜라 할 수 있다. 정감이숲길은 거리상으로 해파랑길 37코스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시간은 그보다 더 소요된다. 한적한 산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걸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길이다. 정감이마을 등산로 안내판에는 이 길의 유래를 적어 놓았다. "옛날 김부자 집에 머슴을 살던 유총각이 있었는데, 용모가 준수하고 성실함에 반한 딸이 그와 함께 다른 곳으로 도망갈 때 정감이숲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이 길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약속하면 잘 이루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은 이 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길을 걸을 때는 상점이나 식당을 만나기 어려우므로 미리 식사를 하거나 간단히 먹을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숲길과 농로길은 안내판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우니 두루누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경로를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철에는 통행하는 사람이 적고, 풀들이 우거져 길을 찾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길이 비교적 넓게 만들어진 금광리의 방두골을 지나면 동막저수지가 나온다.


정감이숲길의 끝부분인 금광리의 소나무숲길
덕현리의 정감이숲길로 들어가는 도로에 표시된 안내싸인
언별리의 정감이숲길, 길이 좁고 풀들이 자라 걷기에 유의해야한다.

세상에 우뚝 솟은(동막저수지-굴산사지 당간지주-오독떼기 전수관)

1961년에 준공된 동막저수지는 농업용 저수지이다. 산길을 계속 걷다 넓게 펼쳐지는 시야와 확실한 이정표가 눈에 보여 산길에서의 긴장을 풀 수 있으나 길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이 근처에서부터 과거의 해파랑길 안내표식이 제거되지 않아 길이 혼란스럽다. 휴대폰을 이용해 경로를 확인하고 걸어야 길을 헤매지 않는다. 길이 혼란스러울 경우 논 사이로 난 금광천의 작은 물길을 따라 어단리의 서낭당까지 쭉 걸어가면 된다.

어단리 입구의 서낭당은 두 그루의 큰 소나무가 돌담으로 싸인 서낭당을 지키고 있다. 금광천과 나란히 길게 형성된 어단리에는 설래마을 상부락, 어단 1리, 어단 2리 4곳에 서낭당이 있다. 어단 2리에서는 성황지신(城隍之神)의 위패를 모시며 음력 1월 15일에 동제를 지낸다. 세 곳은 산신지신(山神之神), 토지지신(土地之神), 여역지신(癘疫之神)의 위패를 모시며 음력 11월에 날을 잡아 고청제(告請祭)를 지낸다. 고청제는 하늘에 지내는 제사로 청(請)을 천(天)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청제는 강릉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동지역 일대에서 지내며, 양반과 상민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동제였다.

동막저수지 풍경
강릉바우길의 안내표식
어단리 마을 입구의 서낭당

강릉자동차공장을 지나 달뿌리풀이 가득한 어단천을 따라 걷는다. 달뿌리풀은 갈대처럼 생겼는데 갈대가 뻘 속에 사는 식물이라면 달뿌리풀은 하천 중상류의 모래흙에서 산다. 달뿌리는 '런너'라고 해서 뿌리 부분에서 나온 기는 줄기가 발달하는 식물이다. 어단천 가에는 커피로 유명한 강릉을 대표하는 곳 중 한 곳인 테라로사가 있다. 벽돌로 박물관과 전시공간을 지어 놓았는데 그 규모가 무척 크다. 저 건물이 들어서기 전 몇 번 테라로사를 와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낯설다. 어단천가의 전원주택단지와 학산로얄빌라를 지나면 밤나무숲길이 이어진다. 한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우거진 밤나무숲은 가을철에 찾아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밤 따기 체험행사를 하면 이 길을 걸으며 밤을 따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달뿌리풀군락이 가득 들어찬 어단천
테라로사 박물관


옛굴산사가 아닌 작은 굴산사를 지나면 논 한가운데 굴산사지 당간지주가 서있다. 굴산사지까지는 개울 있는 곳까지 한참을 더 가야 하는데 굴산사의 큰 규모를 당간지주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굴산사지 석불좌상이 있다. 이 석불좌상은 발견 당시부터 하반신과 여러 곳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누군가 얼굴 부분을 깔끔하게 깎아 놓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분명 사정이 있을텐데 누구 하나 물어볼 사람도 이에 대해 내용을 적어 놓은 것도 없다. 발길을 돌려 오독떼기전수관을 향한다.

굴산사지 당간지주


굴산사지 당간지주
굴산사지 석불좌상. 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 중 하나이다.
굴산사지 석불좌상. 석불좌상의 얼굴부위를 누군가 예리하게 잘라냈다.

굴산교를 건너 좌측으로 가면 각륵학마을 안내판과 두 개의 돌탑이 서있는 소나무숲이 보인다. 이 소나무숲에는 낮은 돌담에 둘러싸인 서낭당이 있다. 이 서낭당은 성황지신·토지지신·여역지신을 모시며 동제는 매년 음력 1월 3일에 지낸다. 서낭당이 있는 소나무숲 뒤편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는데 바로 굴산사지이다. 굴산사는 신라 말 범일이 세운 절로 세울 당시 강릉 일대에서 가장 큰 절이었다고 한다. 학산리마을 일대가 모두 절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200여 명의 승려가 먹을 쌀을 씻은 물이 동해까지 흘러갔다고 한다(답사여행의 길잡이 3). 범일은 양갓집의 규수가 우물에 물을 길러 갔다가 바가지로 물을 뜨니 그 안에 해가 담겨있었다. 그 물을 마시고 아이를 임신해 아들을 낳았다. 집안에서는 아비 없는 아이를 학바위에 내다 버리고 며칠 뒤에 가보니 학이 보살피고 있어 다시 데려와 키웠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의 우물이 굴산사지 터 안에 있는 석천이다. 석천은 한때 수해로 모습이 사라진 것을 다시 돌로 조성하였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인지 샘물 안에는 도롱뇽들이 살고 있다. 범일은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모셔질 만큼 강릉 일대에서 영향력이 크다. 양양의 낙산사도 그가 중건한 여러 사찰 중 한 곳이다. 서낭당이 있는 소나무숲에 37코스의 종점과 38코스의 시점을 알리는 종합안내판이 서있다. 37코스의 종점 주변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기 때문에 바로 38코스로 진행을 한다.

다리의 난간에 붙여 놓은 해파랑길 안내표식
학산리 마을입구
학산리 서낭당
굴산사지 안에 있는 석천 위에 목이 없는 석불이 모셔져 있다.
석천안의 물, 물안에는 도롱뇽들이 살고 있다.
석천과 서낭당이 있는 마을숲
보물 제85호인 굴산사지 부도
굴산사지 전경
오독떼기전수관 가기 바로 전에 있는 37코스 종점의 종합안내판
풍호마을 연꽃단지는 노선이 바뀌기 전의 해파랑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곳이다.







keyword
이전 08화혼자 걷는 해파랑길, 정동진 모래시계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