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에서
어렵지 않아
평범한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건
기차를 타면 돼
춘천역에 내려 잠이 덜 깬 강물이
눈꺼풀 위로 나무들을 비추는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박새들 노랫소리
붉은눈오목눈이 메뚜기처럼
꽃철쭉 사이를 뛰어다니고
물닭들 노를 저어 강물에
선 그을 때면 에티오피아 검은
눈동자의 소녀처럼 반짝이는 햇살
천국으로 간 이외수는
느티나무 아래서 그림을 그린다
물이 큰 물길을 따르는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무덤을 파헤쳐 장난감놀이터를
만든 이들은 돈은 제대로 벌고 있을까
버드나무, 느티나무, 양버즘나무를 지우고
빨강, 파랑, 노랑의 성은 견고하고
붕어섬의 태양광 아래 새들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