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 . .에서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냉이 Jul 27. 2023

카페에서

카페에서


어쩌다  카페에  들러 잠시  머무를 때면

커피를  읽는다

뜨거운  다크  브라운의  물결 위에  얹히는

거품들이  만드는  용감한 기사의 이야기를 본다

잠자는  공주를  찾아  높은  산을  넘다가

가시덩굴의  숲에서  곤경에  빠지는 철갑의  기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쯤  불꽃의  울타리를 넘는다

조금만  눈을  들어도  나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갈길  잃은  어설픈  사람이지만

갈색 무늬를  보며  잠든 공주를  깨우고  세상을 구한다

찰리  푸스의  노래를  들으며

파도를  넘고  파도의  그림자와  파도가  만들어  내는

모래의  결을  읽는다

해를 따라 초원을  달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던  젊은  날의  기억을  되살린다

꿈이 있는  것들은  삶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풀어지는  커피의  거품  속에서 쫓아다니던

무지개의  끝을  잡는다

갈색의  사랑을  하고  갈색의  여행을  한다

초록의  인연을  기억하고  붉은  청춘을  산다

볶다 보면  인생은  짙은  커피콩처럼 향기를  내는 것

나지막이  눈을  감고  바다로  나아가는  노를  젓는다.


이전 10화 공지천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