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어쩌다 카페에 들러 잠시 머무를 때면
커피를 읽는다
뜨거운 다크 브라운의 물결 위에 얹히는
거품들이 만드는 용감한 기사의 이야기를 본다
잠자는 공주를 찾아 높은 산을 넘다가
가시덩굴의 숲에서 곤경에 빠지는 철갑의 기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쯤 불꽃의 울타리를 넘는다
조금만 눈을 들어도 나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갈길 잃은 어설픈 사람이지만
갈색 무늬를 보며 잠든 공주를 깨우고 세상을 구한다
찰리 푸스의 노래를 들으며
파도를 넘고 파도의 그림자와 파도가 만들어 내는
모래의 결을 읽는다
해를 따라 초원을 달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던 젊은 날의 기억을 되살린다
꿈이 있는 것들은 삶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풀어지는 커피의 거품 속에서 쫓아다니던
무지개의 끝을 잡는다
갈색의 사랑을 하고 갈색의 여행을 한다
초록의 인연을 기억하고 붉은 청춘을 산다
볶다 보면 인생은 짙은 커피콩처럼 향기를 내는 것
나지막이 눈을 감고 바다로 나아가는 노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