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Jun 17. 2024

헤이리 컴프 에비뉴

오늘 읽은 책 : 모두의 연수 - 김려령

오랜만에 멀리 나가보기로 한 날.


보증기간 전에 차량 점검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다행히 보증범위 안에서 처리가 된다고 하였고 부품이 국내로 배송되려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때까지 차량을 이용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검색해 보다 헤이리 카페가 나왔다. 거리감이 좀 있긴 했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는 평이 있었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살짝 우중충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굉장히 큰 카페였다.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이 카페는 파주에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유명하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고 입구를 찾다 보니 외관이 굉장히 멋스러웠다. 

입구가 어디인가 찾아보기도.



밖에 놓여 있던 전시물. 

이곳에서 사람들이 정말 차를 마시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셔도 좋을 분위기다. 


안에 들어가 보니 대형 서점 같은 느낌이 든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1층은 서재처럼 꾸며놓아서 이곳에서 작업을 하면 집중도 잘 되고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워낙 넓어서 한 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2층은 1층과 완전 다른 콘셉트로 꽃무늬가 가득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어 날이 선선할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그림도 걸려 있어 눈요기가 된다. 

요즘 카페들은 그림이 필수인 것 같다.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2층에 자리를 잡고 브런치로 나온 음식과 빵을 먹었다. 맛도 좋았고 빵도 맛있었다. 

이곳의 음료와 음식 가격이 꽤 센 편이다. 



2층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꽤 많았는데 공주 방에 나올법한 장식장에 인형들이 즐비했다. 

환하디 환한 창가의 햇빛을 받으며 더 밝은 공간이 탄생했다. 







맛난 커피를 마시며 오늘 읽은 책은 김려령 작가의 [모두의 연수]다.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이고, 이 작가의 소설들은 재미없는 책이 없었다. 

거의 대부분 평타를 칠 만큼, 아니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 소설 역시 장르는 소설이지만 주인공은 청소년, 청소년 소설에 가깝고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싱그러운 과일 그림이 있어서 이 책을 놓고 찍었다.

초록빛 사과의 모습이 책표지와 잘 어울린다.



생부는 누군지 모르고 엄마는 자신을 낳다가 죽었다. 이모와 이무보가 연수를 키우게 되면서 이 소설의 거리, 명도단에서 연수는 자라게 된다. 

연수가 길을 잃어버려도 유난스럽게 찾지 않아도 된다. 

"연수 봤어?", "저기 저 가게로 들어가던데?"

마을 주민들의 몇 마디로 연수의 행적을 찾아 연수를 찾을 수 있다. 


밝은 게 이 아이의 표면적인 성격이다. 씩씩하게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동네 이곳저곳에 배달을 가고 친구들하고 스스럼없이 지낸다. 

그렇게 밝게 지낸다고 해서 부모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없앨 순 없다.


내게는 부모님에게 무엇을 사 달라고 조를 기회조차 없기에 더 그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꼭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부모를 찾는 건 아니었다. 그런 모습, 아무 생각 없이 조르고 떼써도 되는 그런 모습이 가끔은 부럽다는 것이다. p49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계속 들고 있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노력한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부모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게 현실에 있을법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 사람들은 참으로 선하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상에 연수에게 생부가 나타난다. 

자신의 엄마를 굉장히 나쁘게 말을 하는 생부를 부정하고 싶다. 

경찰인 이모부는 생부란느 그 말에, 감언이설에 넘어가 (어쩌면 믿고 싶었을지도 모를)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이모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언니의 상황을 새롭게 접하며 당황한다. 

이 상황이 맞을까? 의심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왜 이 사람들은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생부라고 나타난 사람이 너무 나쁜 이유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학생 본분에 맞게 성실하게 살아간다. 수행평가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를 하며, 대학에 대해서도 슬슬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대화에서도 난 웃음이 났다.


- 우리는 농어촌 전형 없나?
- 여기는 해안가 변두리지, 농어촌은 아니다.
- 지역 우선 선발 기준 같은 거 있지 않냐?
- 있는데, 우리 앞의 애들이 우선 선발되겠지. p115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는 연수의 슈퍼로 달려가 라면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연수의 주머니가 풍족하진 않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이패드를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 자신을 키워주는 보호자에게 손쉽게 손을 벌리지 않는 걸 보면 또 철이 너무 든 것 같기도 하고.


돈이라는 게 참 이상했다. 가난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라고는 하나, 빈 주머니는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빈 주머니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힘든 수고를 하게 하고, 어떤 것의 질을 낮은 것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p161


아이패드 사건으로 인해 차민이의 사정도 알게 되고 연수는 이모부의 도움을 받아 사기꾼을 잡는다. 요즘 중고생들 사이에 도박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 코 묻은 돈을 뺏으려는 사람들은 참 인간말종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생부의 존재가 알려지고 난 후 이모와 이모부는 그런 말을 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바닥이면 어린애까지 이용할까. 너무 파렴치하다.
파렴치하지 않은 사기꾼 봤어? 사기꾼한테 인간적인 접은 하지 마. p307



읽는 내내 즐겁고 눈물짓게 만든 책이다. 

요즘 AI, 로봇, 판타지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생활동화, 생활 밀착형 청소년 소설 등 잔잔한 이야기가 좋다. 

지루할 순 있겠지만. 그 지루함 속에서 감동을 찾기도 하고 내 평온함을 즐기게 된다. 


청소년 딸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명랑한 연수를 벗 삼아 청소년기를 재미있게 지내보라는 말과 함께. 







이전 28화 앤드테라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