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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n 10. 2024

앤드테라스

오늘 읽은 책 : 단지 커피일 뿐이야 - 이선주

오랜만에 만난 벗과 함께 파주에 다녀왔다. 

주차가 편하고, 브런치 메뉴가 있으며,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 그런 카페를 찾았다.

이곳은 그것에 더해 덤으로 식물이 가득한, 식물원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것 같은, 그런 카페였다.

바로 <앤드테라스 파주점>.



오픈 시각에 맞춰서 갔더니 지상에 차가 하나도 없었다. 

이곳이 워낙 사람들이 즐비해서 주차장이 꽉 차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일찍 도착한 것 같다. 

그리고 지하주차장도 따로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리면 된다. 

주차장이 넓고 비가 와도 크게 문제없다. 



들어가자마자 화초, 꽃, 커다란 야자수들에 압도되었다. 

같이 간 벗은 이런 나무나 식물들은 정말 관리하기 힘들 것 같다고. ㅋㅋ

1층은 정말 식물원 같다는 생각을 했다. 



1층부터 3층까지 천정이 뚫려 있어 정말 넓어 보인다. 

곳곳에 보이는 미술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느낌이 있는 그런 작품.



여기에도 풀잎이?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라스플레터와 라테,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다. 

브런치로 먹기에 딱 좋은, 둘이서 먹기에 딱 좋은 메뉴였다.



우리가 앉은 곳은 북카페 콘셉트이었다.

벽면에 책장과 책들이 있어 둘러보았는데 책이 아니라 장식품이었다. 

나처럼 또 속는 이가 있을까? 







오늘 읽은 책은 이선주 작가의 [단지 커피일 뿐이야]라는 장편소설이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꽤 오랜 시간 힘겹게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면 더욱더 심해진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강산은 엄마의 재혼과 재혼상대가 맘에 들지 않는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런던커피'의 사장인 브랜든과 결혼한 엄마가 밉다. 


아빠는 꿈에도 몰랐겠지. 자신에게 커피를 내려 주던 브랜든이 자신이 죽고 나서 자신의 아내와 재혼할 거라는 걸. 자신의 모든 걸 브랜든에게 뺏길 거라는 걸. 아빠에게 나던 시큼한 냄색사 이제 모두 커피 냄새로 뒤덮이고 있다는 걸 말이다. p32



주인공인 고등학생 강산은 시니컬해 보이는데 허당이다. 술도 못 마시면서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기절한다.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데 바로 브랜든의 '런던커피'의 정문을 각목으로 내리쳐서 파손한 것. 

경찰서에 깨어난 강산은 쥐구멍을 찾았다. 창피했겠지. ㅋㅋ

현실에 없을 듯 한 캐릭터인데 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착하기만 한 것 같은 브랜든은 3개월 동안 자신의 카페에서 친구 재범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합의를 한다.


화낼 권리. 그래, 맞아. 화낼 권리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계속 화를 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브랜든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러나 브랜든은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p43


카페를 운영하는 총각과 남편과 사별한 여자의 결혼. 사망보험금으로 건물을 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강산은 더욱더 생각에 빠진다. 

모든 것이 브랜든 탓인 것 같다. 

이 소설에도 블로그, SNS, 맘카페를 통한 민원이 나온다.


근데 강산이란 이름 좀 어색하지 않아요? 강이랑 산은 좀 안 어울리잖아요. 그 둘을 왜 붙였을까요? 부모 입장에서야 강처럼 깊고 산처럼 높은 사람이 되어라, 뭐 그런 마음으로 지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저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강처럼 깊지도, 산처럼 높지도 않고, 되게 애매한 어중간한 인생을 살 것 같아요. p59


참 못됐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강산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보고 있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리다니.

재범과 오로라의 관계로 괜히 끼게 된 강산은 오로라의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혼란스럽다. 결국 브랜든의 전여자 친구까지 찾아간다. 


강산이 아빠를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장면이 소설 곳곳에 나온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면 얼마나 그리울까?


아빠가 죽은 후 나는 세상 모든 일에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남자가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지만, 좀 더 내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 아빠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고 종종 안아 드렸어야 했다. 아빠가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면 남자끼리 무슨 커피예요,라고 하는 대신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라고 했어야 했다. p71


슬프다. 

사람들은 곁에 항상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홀히 하게 된다. 그게 안타깝다.


강산은 브랜든이 사기꾼이라고 믿고 싶지만 점점 알아갈수록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건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그 건물을 샀다고 한다. 브랜든에게 생활비를 받는 것을 보고 그 생활비는 브랜든 자신만의 것이기를 바란다.

정말 독특하다.

츤데레처럼 나름의 방식으로 브랜든을 생각하고 있다.


커피 냄새를 맡고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아빠를 잊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것은 강산이 아빠를 기어가고 추모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새아빠 브랜든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청소년소설로 읽혀도 전혀 문제가 없다. 


커피를 마시면서 읽기에 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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