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틈 - 서유미
가지고 간 책을 책상 위에 올렸다.
두 테이블 사이의 틈이 가지고 간 책 [틈]과 만났다.
예쁘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서유미의 [틈]이라는 소설이다.
아주 얇은 소설책이라 도서관에서 보고 냉큼 빌렸다.
얇은 책을 고르는 이유는 들고 다니는 백에 넣고 다니며 잠깐씩이라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읽으려고 고른다. 요즘에는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다 보니 확실히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종이를 넘기는 행위, 휴대폰을 향해 있는 내 눈보다는 책을 향하고 있는 눈을 더 보고 싶어서다.
(쯧. 겉멋만 들어서는. -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
세 여자가 목욕을 하고 나와 떡볶이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굉장히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가족이 아닌 남과 함께 목욕탕을 간 것은 일상적이지 않다.
셋이 모이게 된 이유가 그 뒤로 서술된다.
화자인 여자는 모두들 등교하고 출근한 아침 은행을 들렀다가 남편의 차 안에 다른 여자가 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고 그 일로 평화로웠던 일상이 바뀐다.
보통 아이 친구의 엄마로 만난 사이는 누구 엄마로 불린다. OO엄마 또는 OO맘, OO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욕을 하면서 이들은 다시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김승진, 정윤주, 임정희라는 자신의 이름들을 찾고 그렇게 부르고 불리며 거의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을 목격한 윤주, 홧김에 남자를 만나던 승진, 담배를 끊지 못해 사우나 흡연실을 이용하는 정희의 삶은 목욕탕에서의 만남 이후로 바뀐다.
지금 바꾸겠다고 마음먹으면 ㅈ어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어. P106
세 사람 모두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다. 하물며 목욕탕에서 마시는 음료 취향도 다르다.
벌거벗은 몸과 화장을 지운 맨 얼굴로 만난 사이, 진실게임을 하듯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이야기를 했다. 서로 공감하고 이해를 하게 되면서 묵은 때를 벗겨내고 온전히 삶 자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조만간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간이 된다고 한다.
책의 덮개는 사라진 채 초록빛 표지만 남아 있던 얇은 책은 곧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날 것이다.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부암동이라는 곳은 걷기 좋은 동네다.
걷다 보면 웰시코기가 반겨주고, 새로운 글귀를 볼 수 있다.
<윤동주 문학관>이 보여 잠시 들렀다.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 문학적 탐색을 한 그에게서 아픔이 전해져 온다.
가느다란 길을 걸어 좁은 통로를 들어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통로는 우물이었을까?
그 우물보다 좁은 곳에 갇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선대의 문학인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통해 후세에서는 그 문학을 함께 울고 웃으며 즐기고 있다.
아픔을 밟고 일어나 웃음을 일으켜 낼 수 있었구나 싶다.
우리 이후의 후세대들에게 길이 남을 문학 작품 하나 남기고 가고 싶다.
내 삶이 아닌 후세대대들의 삶을 위한 작품 하나.
꿈도 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