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Jul 23. 2024

솔로강아지, 우주를 만지다

파주 밀크북카페

비로 시작한 이번 주.

월요일은 누군가에게는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주말 내내 찌뿌둥하게 있었던 몸을 풀어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도 한다.

하루가 지난 화요일이 좋다. 집중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좋다.


작업을 하기 위해 오랜만에 자주 들렀던 북카페 <밀크북카페>에 왔다.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지키고 있는 나무처럼 오늘도 열었다.



키오스크가 생겼고 빵을 고를 수 있는 코너가 하나 더 생겼다.

빵을 데워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냉큼 주문을 하고 책장을 둘러보았다.

내가 가져간 책도 있었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궁금해 훑어봤다.


초등학생 아이가 굉장한 동시를 써서 문화계를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쓴 동시집이 있어 뽑아 들어 문제작을 펼쳐 보았다.

이순영 작가의 [솔로강아지]라는 동시집인데 소제목으로 '어른을 위한 동시'라고 되어 있다. 

어린이가 쓴 어른을 위한 동시인 셈이다. 



다른 동시들은 오른쪽의 사진처럼 한글로 쓰인 동시와 영어로 된 동시가 함께 실려 있다.

문제작이었던 '학원 가기 싫은 날'만 본문이 삭제된 채 제목만 있었다.

당시 10살 아이가 쓴 동시라고 하기엔 내용이 워낙 적나라하고 잔인해서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실려 출간된 도서는 모두 전량 회수, 폐기되었고 이 책은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폐륜적인 내용이라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동시도 문제였지만 삽화 역시 기괴했다.

(이곳에 동시를 실을까 했지만 링크로 대체합니다. )


https://namu.wiki/w/%ED%95%99%EC%9B%90%20%EA%B0%80%EA%B8%B0%20%EC%8B%AB%EC%9D%80%20%EB%82%A0


다시 읽어봐도 끔찍해 보이긴 하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동시들을 읽어보았다.

어린이시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시들이 많았다. 표지에 쓰인 것처럼 '어른을 위한 동시'라면 기발하다는 생각도 든다.

영재발굴단 출연 당시 창작한 동시도 실렸다.

실린 동시 중 가장 동시답고 예뻤던 동시는 '공기놀이'.

뭉클했던 동시는 '표범'



가장 아이다운 동시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나 역시 그 틀에 갇혀 어린이시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를 읽었을 때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몽글몽글했으면 좋겠다.

10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텐데. 만 나이라면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텐데. 

남다른 시선을 가진 아이라고 평가를 했던 시인도 있었다.

시라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다. 동시이고 어린이시였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이 갇히면 안 될 텐데.

이 동시집을 읽고 나 든 생각.


난 아직 멀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권재술 작가의 [우주를 만지다]라는 책이다. 

책이 관심도서에 들어가게 건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물리학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시를 실었다. 

문, 이과 통합형 인간이 바로 이 저자가 아닐까 싶다. 



거리 재기


때르릉 걸려오는 전화소리

나와의 거리를 재는 소리다


망원경으로 목이 빠지게 쳐다보는 것도

현미경으로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는 것도


멀거나 가깝거나

크거나 작거나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별과 별 사이

원자와 원자 사이


어제와 내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사이



이 책은 물리학을 위한 SF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곧 동시도 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지구는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이 존재하는 푸른 점이다.
지구의 생명은 그 생명과 매우 다른, 독특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p51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다른 작용이 없다면 결국엔느 완전한 평형상태가 되고 만다. 완전한 평형상태는 곧 죽음이다. 태양이 없다면 지구의 기압은 완전한 평형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지구, 그것은 죽음이다. p143


즐겁게 읽었다. 

이런 책이라면 아이들에게 물리학도 재밌는 학문이라고 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에 대해 어렵지 않게 쓴 책들이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공대를 나와도 이과 학문들은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친절한 책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를 퍼부어대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힘든 요즘, 책 읽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전 03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