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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30. 2024

행성어 서점

일산 카페 포레스트 아웃팅스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야 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찾았고 힐링이 되는 카페에 가고 싶다는 따님의 요구에 따라 이곳에 왔다.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의 카페 '포레스트 아웃팅스'에 왔다.

아이는 마음에 들어 했다.




이곳 말고도 다른 지점들이 있다.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여름을 맞아 공간을 새롭게 꾸민 것 같다.



이곳은 유달리 좌식 테이블이 많았다.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유모차를 끌고 들어오는 일행들을 보니 이해가 됐다.

아기들 기저귀를 갈 때 최적의 장소였다.

얼마나 바깥 구경을 하고팠을까?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나 짠했다.

만삭의 임산부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진짜 애국자들.

힘내십시오.




2층까지 테이블이 많이 있었다. 고르는 게 더 힘들 정도로.

굉장히 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즐비했고 천장을 바라보면 돌고래가 춤을 추듯 날고 있었다.



또 아래를 바라보면 이렇게 숲이 우거져있다.

도심 속 숲 속 풍경이 경이롭다.






오늘 가져온 책은 김초엽 작가의 [행성어 서점]이다.

꽤 오래전에 구입한 책인데 왜 이제야 발견했을까?

언젠가는 읽을 거라고 잔뜩 산 책들 사이에 있었나 보다.



책 속에 담긴 그림도 참 예뻤다.

'최인호'라는 작가였는데 유명한 소설가 이름과 같아서 반갑기도 했다.

가끔 삽화들을 보면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색연필 촉감의 그림을 가장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 속 그림들이 그런 질감이다. 

산뜻한 글에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참 잘 어울린다. 




이 책 속에는 여러 단편들이 들어있다.

아주 짧은 소설들이 대부분이라 금방 읽을 수가 있는 편이다. 


기묘한 동정과 시혜적 태도가 섞인 댓글들을 볼 때면 리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유기체 눈을 가진 사람들이 리지를 동경할 때마다 리지는 가슴깊이 꿈틀거리는 어떤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p37 <선인장 끌어안기>


목소리가 전기신호로 전환되고, 전기신호가 빛으로 전환되어 이 기계에 글자들을 새겨 넣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을 읽지 못해. 그러나 우리는 전환된 빛을 보고 전환된 소리를 듣고, 전환된 감각을 느끼면서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정말로 듣고 본다고 생각하지. p56  <데이지와 이상한 가게>


저는 앞으로도 수만 개의 언어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수만 개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읽지 못한 책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p72 <행성어 서점>


나를 기다리고 있을 책들. 아무도 선뜻 책을 뽑아들지 않지만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 

책장에도 가득한 책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들은 나만이 뽑을 수 있을 텐데. 약간의 반성을 하며 책들을 자주 뽑기로 했다. 


그건 미학적인 낭비라고요. p103 <포착되지 않는 풍경>


작가의 소설들을 보면 인물들의 이름들은 한국 이름은 별로 없다. 파히라, 리키등 아니면, 숫자로 표기된 기계식 이름들. 그래서 현희, 수지, 연희라는 이름이 등장했을 때 반가웠다. 

<포착되지 않는 풍경>에 등장하는 '뮬리온-846N 행성 환경 연구소'라는 이름도 색다르다. 

작가의 작명센스가 탁월하다. 


톡소플라스마 원충은 쥐의 뇌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지. 톡소플라스마증이 나타난 쥐들은 겁을 ㅇ맇고 고양이에게 매료되고, 고양이의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게 돼. 쥐는 자발적으로 먹이가 되고, 기생충을 전파하는 매개로 복무하게 되는 거야. p148 <우리 집 코코>


'우리 집 코코'라는 작품의 제목은 정말 정다운데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고) 여전히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말 과학분야에 특화된 작가 같다. 

요즘 물리 관련 책을 읽었더니 과학분야가 조금씩 재미있어지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책을 아직까지 안 읽은 이유가 SF적 요소 때문인 것 같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이 또 한 권 책장에 꽂혀 있다. 

다음엔 이 책을 들고 카페에 나서봐야겠다.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 중 하나. 잊지 말고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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