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시작한 이번 주.
월요일은 누군가에게는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주말 내내 찌뿌둥하게 있었던 몸을 풀어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도 한다.
하루가 지난 화요일이 좋다.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좋다.
작업을 하기 위해 오랜만에 자주 들렀던 북카페 <밀크북카페>에 왔다.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지키고 있는 나무처럼 오늘도 열었다.
키오스크가 생겼고 빵을 고를 수 있는 코너가 하나 더 생겼다.
빵을 데워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냉큼 주문을 하고 책장을 둘러보았다.
내가 가져간 책도 있었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궁금해 훑어봤다.
초등학생 아이가 굉장한 동시를 써서 문화계를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쓴 동시집이 있어 뽑아 들어 문제작을 펼쳐 보았다.
이순영 작가의 [솔로강아지]라는 동시집인데 소제목으로 '어른을 위한 동시'라고 되어 있다.
어린이가 쓴 어른을 위한 동시인 셈이다.
다른 동시들은 오른쪽의 사진처럼 한글로 쓰인 동시와 영어로 된 동시가 함께 실려 있다.
문제작이었던 '학원 가기 싫은 날'만 본문이 삭제된 채 제목만 있었다.
당시 10살 아이가 쓴 동시라고 하기엔 내용이 워낙 적나라하고 잔인해서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실려 출간된 도서는 모두 전량 회수, 폐기되었고 이 책은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폐륜적인 내용이라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동시도 문제였지만 삽화 역시 기괴했다.
(이곳에 동시를 실을까 했지만 링크로 대체합니다. )
다시 읽어봐도 끔찍해 보이긴 하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동시들을 읽어보았다.
어린이시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시들이 많았다. 표지에 쓰인 것처럼 '어른을 위한 동시'라면 기발하다는 생각도 든다.
영재발굴단 출연 당시 창작한 동시도 실렸다.
실린 동시 중 가장 동시답고 예뻤던 동시는 '공기놀이'.
뭉클했던 동시는 '표범'
가장 아이다운 동시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나 역시 그 틀에 갇혀 어린이시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를 읽었을 때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몽글몽글했으면 좋겠다.
10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텐데. 만 나이라면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텐데.
남다른 시선을 가진 아이라고 평가를 했던 시인도 있었다.
시라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다. 동시이고 어린이시였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이 갇히면 안 될 텐데.
이 동시집을 읽고 나 든 생각.
난 아직 멀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권재술 작가의 [우주를 만지다]라는 책이다.
왜 이 책이 관심도서에 들어가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물리학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시를 실었다.
문, 이과 통합형 인간이 바로 이 저자가 아닐까 싶다.
거리 재기
때르릉 걸려오는 전화소리
나와의 거리를 재는 소리다
망원경으로 목이 빠지게 쳐다보는 것도
현미경으로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는 것도
멀거나 가깝거나
크거나 작거나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별과 별 사이
원자와 원자 사이
어제와 내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사이
이 책은 물리학을 위한 SF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곧 동시도 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지구는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이 존재하는 푸른 점이다.
지구의 생명은 그 생명과 매우 다른, 독특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p51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다른 작용이 없다면 결국엔느 완전한 평형상태가 되고 만다. 완전한 평형상태는 곧 죽음이다. 태양이 없다면 지구의 기압은 완전한 평형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지구, 그것은 죽음이다. p143
즐겁게 읽었다.
이런 책이라면 아이들에게 물리학도 재밌는 학문이라고 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에 대해 어렵지 않게 쓴 책들이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공대를 나와도 이과 학문들은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친절한 책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를 퍼부어대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힘든 요즘, 책 읽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