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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Oct 21. 2023

공무원이 되었다.

취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시절, 전공을 살리면서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였지만 ‘공무원’이란 선택지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뭔가 능동적이고 무사안일한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았기에 굳이 그 집단에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졸업과 취업으로 들뜬 것도 잠시, 험난한 직장생활은 들뜬 기분이 날아기도 전에 추락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버스와 지하철 환승을 세 번 거쳐야 도착하는 회사는 출퇴근만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되었고, 소규모의 사업장이라 친절하고 자세히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 줄 상사는 없었다. 

오로지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일을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일에 대한 의욕도, 비전도 없었다. 

나는 성장하고픈 사람인데 말이다. 그렇게 5개월 정도 지날 무렵 대학 친구들의 퇴사와 공무원 시험공부 소식이 줄줄이 들려왔다. 가뜩이나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근황은 나의 퇴사를 부추기게 되었다. 친구따라 강남가는게 아닌 공시생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사실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일반 회사에서 하는 사무적인 일을 관공서라는 장소에서 하는 것이라 여겼으니 그리 어려울 게 뭐 있을까 싶었다. 어떻게 보면 참 무지하고 미련했다. 평생의 직장이 될 수도 있는데 잘 알아보지도 않고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려운 시험에 통과해야만 임용이라는 자격이 주어지고 고용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이니 공무원시험 합격은 부모님의 자랑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수많은 상처와 좌절을 겪으며 퇴사를 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때론 '의원면직'하는 동료들의 용기가 가상하단 생각에 부럽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그 세월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다. 


유형별로 진상민원인을 대처하는 법, 슬기로운 공직생활을 하는 법, 위축된 자존감을 높이는 법 등 나만의 노하우가 쌓인 것이다. 어느 직장이나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해결법을 찾고 나의 것으로 만들면 보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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