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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Oct 21. 2023

공무원 임용, 환상을 버려라

생각해보면 나도 참 미련했다.

어쩌면 평생 직장이 될 수도 있을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친구따라 강남가듯 주변 대학 동기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나 둘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나 또한 비전이 없어 보이던 첫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20대 중반까지 관공서를 갈 일이 없었으니 사실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티비 속에서 봐 왔던 여느 회사원처럼 사무적인 일처리를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이 전부일 거라 가벼이 생각했던 것 같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업과 공권력이라는 힘을 가진 조직이라 괜한 자존감 상승과 환상을 꿈 꿨나보다. 

그런데 현실을 달랐다.


누군가 장난이든 복수든 짱돌을 던져 유리창을 와장창 깨뜨리듯 공무원에 대한 나의 환상 또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첫 임용이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공무원 조직의 생리와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보다 더욱 경직된 문화, 상명하복의 까라면 깠어야 하는 그런 분위기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의전이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보다는 상사를 위하는게 미덕이었던.......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못하며 눈치를 봐야했던 일들.

대부분의 조직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라면 마찬가지로 겪었을 일이었겠지만 공정함과 청렴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기에 이해에 반하는 일들은 더욱 부당하게만 여겨졌다. 


9 to 6의 워라밸이 있는 삶.

경제 불황에도 안정적인 월급과 각종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평생 직장.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 대한 민원인의 예의.

이런 것들을 기대한다면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진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공직문화가 많이 변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해결이 안되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남아있다. (어디나 빌런들이 있고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은 존재하기에......)



한 때 공무원이란 직업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몸이 안 좋아져 찾은 한의원에서 한의사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은 우생마사(牛生馬死)를 따르라 것이었다. 육지에서는 소보다 말이 잘 달리지만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기면 말은 헤엄쳐 나오려고 애쓰다 물에 빠져 죽게 되고, 소는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 둥둥 떠다니다 결국 뭍에 닿아 산다는.....

그 말씀이 너무 와 닿아 공감이 되었고 인간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갈 때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하듯 공무원 조직생활을 함에 있어 그 분위기에 어울리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면 조직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환상을 버려라.

이전 01화 공무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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