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마약을 해라.
고객님 당첨입니다!
공짜로 선물을 드릴게요.
그러면서 억지로 나에게 앵긴다. 그 공짜 선물은 퍽이나 무거웠다.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괜히 또 열어본다.
스트레스 종합세트가 들어있었다.
어쩜~ 만성피로까지 부록으로 친절하게 얹었다.
선물을 받으면 기뻐해야 한다. 암~
종합세트를 손에 걸리고 만성피로는 등에 업고
마치 피난 가는 아지매마냥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때때로 선물을 받았다.
가만히 열어보면 거기에는 욕, 비난, 슬픔, 괴로움, 두려움, 초조, 우울 등이 들어있었다. 나를 좋아하는지 자꾸 나랑 놀자고 한다. 슬쩍슬쩍 간을 본다. 꼴 보기 싫다고 해도 귓구녕들이 막혀있는지 씨알도 안 먹힌다.
너무 힘들어서 마약을 하기로 했다.
이 마약은 신종마약이다. 뭐냐하면 귓구녕에다 넣는 마약이다.
이 마약을 하면 갑자기 기분이 붕~날아오르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가고 싶은 곳에 갔다 오게 해준다. 환상적인 환각 상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특별한 유난을 떨지 않아도 된다. 돈도 거의 안든다. 남에게 피해도 안 준다. 그저 귓구녕만 정상적으로 달려 있으면 된다. 이 마약을 하고 걸으면 걸음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다. 3분 카레가 있듯이 3분의 행복감을 준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는 태풍의 눈이 있는데 거기 비밀의 공간으로 잠시 들어간 느낌이다.
그것은 바로 “뮤직”이다. 어떤 상황이든 미원처럼 감칠맛을 내준다. 세상과 어우러진 음악 소리도 좋지만 귓구녕을 온전히 막고서 몰입하는 음악은 내 기분을 순간 이동시킨다. 3분간의 아찔한 여행을 한다. 눈을 뜨고 있어도 몰입을 하면 안 보이게 된다.
나름의 쾌적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뇌과학 측면에서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쾌락 호르몬이 아닌가 한다. 우울하거나 다운되어있을 때 누가 나를 쾌락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그런 쾌락 호르몬 중에서도 가장 효능이 뛰어난 것이 ‘베타 엔도르핀’이다. 좋아하거나 감사한 기분이 들면 나오는 베타 호르몬은 모르핀의 약 150배의 진통 효과를 주고 500배의 강력한 쾌락 물질을 전두엽에서 발사시키니 말이다.
스트레스 종합세트를 받게 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베타 엔도르핀으로 응수하자. 가장 빠르게 작용하는 마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우물쭈물하지 말고 바로 귓구녕으로 뮤직을 주입하면 된다.
가끔은 재미난 에피소드도 좋다. 라디오나 팟빵을 켜고 유쾌하고 웃긴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히 울상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콧구멍이 벌렁 되면서 광대가 꿈찔꿈찔된다. 그리고 미친년처럼 한바탕 크게 웃는다. 그런 웃는 내 모습이 웃겨서 또 웃는다. 이게 무슨 별 꼬락서니인가 말이다. 다중인격자도 아니고 말이다. 특히 울다가 웃게 되면 사진을 찍어보라. 참 못생겼다.
나는 사실 여러 종류의 마약이 있다. 가끔은 삼합 세트로 즐기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마약은 건전하고 중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효과 빠른 진통약 게보린처럼 내 마음을 빠르게 평정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마약도 트렌드가 있고 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마약이 필요하다. 당신은 당신의 마약이 있는가? 있으면 좀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