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사람

by nanunna

<일상이 스펙이다>



5. 칭찬받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사람


무조건 공부해야 하는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선생님부터 만나는 어른까지 모두 공부 공부한다. 희한하게 우리 부모님은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부에 관심 없는 동생들을 보면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드리면 엄마가 나 때문에 조금은 더 힘이 나실 것 같았다. 남편 복은 꽤나 없어 보이는 엄마에게 자식 복까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좁고 고만고만한 동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랑질을 해대며 은근히 기를 세우는 것을 보았기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주눅 들지 않게 자랑거리 하나를 안겨주는 일이었다. 엄마는 그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내가 우리 엄마를 응원하는 길은 성적으로 칭찬하는 일이었다. ‘엄마 고마워요. 열심히 우리를 키워주시는 것 알아요. 엄마가 소중해요.’ 끝이 보이지 않은 부업거리에 정신없는 엄마의 등 뒤에 붙어 엄마의 냄새를 맡으면서 힘을 냈었다.




어찌어찌 결혼하고 살아보니 내 삶은 팍팍하고 힘든데 그 누구 하나 칭찬해주거나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외롭기만 하고 해야 할 의무만 잔뜩 있었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면 그것이 나에 대한 칭찬이고, 아이가 웃으면 그것이 나의 응원일 뿐이었다. 그러니 가만히 있는데 누가 다가와서 칭찬을 해준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용기이고 감사인지 알겠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칭찬을 열심히 했다. 피드백이 없더라도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칭찬 거리는 넘쳐난다. 사실, 살아만 줘도 모두 고맙고 칭찬할 만한 것이 아닐까? 아기가 똥만 싸도 칭찬받는 것처럼 말이다. 흠모하는 연예인을 향해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칭찬보다 비난이 앞서고 만족보다 불만족이 가득한 남편을 만나니 더 그렇다. 칭찬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말이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결혼했으면 살림하고 애들 키우고 살아야지 공부는 무슨 공부, 자식 공부나 잘 시켜!”라고 말하는 남편 밑에서 온갖 욕을 들으며 책을 폈다. 술에 취하면 “흥, 잘난 척하네”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내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있으면 남편은 항상 집안을 살핀다. 청소는 해놨는지, 설거지는 해놨는지, 애들 밥은 먹었는지 등 말이다. 가끔은 조용히 애들을 불러 취조하듯 반찬은 뭘 먹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어본다. 내가 애쓰며 사는 것을 전혀 알아봐 주지 않고 흠만 찾아낸다. 늘 뒤가 따가운 느낌이 든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스스로 칭찬하라는 글을 많이 본다. 일종의 셀프칭찬이다.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게 더 쉬운 것처럼 남에게 칭찬을 구걸하기보다는 스스로 칭찬하는 게 빠르다는 말이다. 셀프 칭찬을 몰랐던 시절에는 남이 해주는 칭찬만 칭찬인 줄 알았다. 나에 대한 칭찬은 늘 인색했다. 내가 잘한 것보다 나의 부족한 점 찾기가 더 빨랐다. 행여나 누가 나를 칭찬을 해줘도 몸 둘 바를 몰라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상대방이 칭찬할 때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긴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누가 칭찬을 입에다 넣어줘도 못 씹고 소화불량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칭찬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다. 나름의 길을 걸어가고 참고 이겨내고 노력했다. 누가 알아봐 주면 그저 눈물 나게 고맙고 인정받는 것 같아 힘이 난다. 나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고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가 이미 칭찬받아 마땅하며 그런 나를 인정하고 있는가이다. 내가 열심히 살고 애쓰는 나를 인정하게 되니 칭찬에 연연하게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묵직한 믿음이 멘탈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그러니 난 칭찬받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힘든 일도 분명 많을 것이고 인내해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을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칭찬받지 않아도 그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칭찬은커녕 욕을 얻어먹는 일이 더 많아도 단단한 믿음은 무너지는 멘탈을 재빨리 보수작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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