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힘

by nanunna

<일상이 스펙이다>


3. 5분의 힘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나는 서둘러서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10분, 20분, 1시간씩 잔업에 미련을 가지다가 퇴근하면 도로에서 바퀴를 세면서 굴러가는 차들을 보며 속 터지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단 5분이라도 빨리 출발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빨라진다. 겨우 5분일 뿐인데 그 5분 동안 빠르게 앞서 나갔다.


초등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10분임을 감안하면 5분은 꽤나 비중 있는 시간이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마시고, 교과서도 꺼내고, 주변을 정리하고 대책 없이 친구들과 뒤섞여 놀기도 한다. 시간이 아까워서일 거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복도를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종이 치면 아이들은 항상 “벌써 쉬는 시간 끝났어?” 하며 툴툴댄다. 그러면서 “오분만~ ” 이러면서 더 놀고 싶다고 말한다.


5분이 비중 있으면서 짧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초 단위로 세어 될 때 느낀다. 출퇴근 시 방광이 복어처럼 부풀고 장이 뒤틀릴 때이다. 내시경을 받기도 전에 바로 끝났으면 좋겠다 싶은 거고 근육 운동을 할 때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보며 웃음이 나올 때도 그렇다. 피부과에서 침습식 시술 시 따가운 바늘이 얼굴을 막 찔러 댈 때 줄줄 나오는 눈물처럼 그렇다. 수영장에서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잠수할 때 그렇다. 약속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도 그렇다.


이 5분의 시간은 비중도 있으면서 꽤나 만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대부분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할 때 “5분만~ ”이런다. 게임을 하다가도 “오 분만~” 드라마 정주행 시 밤이 깊어 자야 되는데도 끊지 못하고 “ 오 분만~”이런다. 연인 사이에서 헤어지기 전에도 “5분만~” 더 같이 있자 한다.


비중도 있으면서도 만만하게 느껴지는 5분 동안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5분 동안 굶지 않고 아침 한 그릇 정도 간단히 먹고 출근할 수 있다

5분 동안 좋아하는 웹툰 2편 정도 볼 수 있다.

5분 동안 신문 헤드라인 정도는 훑어볼 수 있다.

5분 동안 부모님 전화 한 통 드릴 수 있다.

5분 동안 지친 눈을 감고 눈의 피로를 풀 수 있다.

5분 동안 다리가 찔끔 경련되듯 잠깐 졸 수도 있다.

5분 동안 책상 위 정리를 할 수 있다.

5분 동안 책 몇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5분 동안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부르고 춤도 같이 출 수 있다.

5분 동안 약속 장소에서 숨 고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수 있다.

5분 동안 스쿼트를 30개를 할 수 있다.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티끌 같은 5분을 알차게 쓰면 24시간이 아기자기해진다. 1시간은 흐느적 되게 보낼 수 있어도 5분 동안은 빠짝 알차게 쓸 수 있다. 단 5분이라도 알차면 그 5분이 다른 시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실 하루 중 가장 의미 있게 보냈던 시간은 단 5분 동안 몰입을 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 시간이 24시간 중 가장 알짜배기 같은 시간이었다.



일단 5분부터 제대로 써보자. 구글 타이머를 켜놓고 핸드폰도 보지 않고 빠짝 몰입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써보자. 5분도 꽤나 짱짱하게 길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골든타임도 5분 이내다. 5분의 소중함을 알고 5분을 상징하는 손가락을 쫙 핀다. 별이 다섯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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