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계시던 요양원, 죄송합니다

아빠를 혼자 떠나보내야 했던 이유

by 리치그로우


2022년 7월 26일.

엄마가 담낭암 4기에서 재발과 전이로, 말기 판정을 받고 의사에게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불과 한 달 전, 집을 나섰다가 사라졌던 아빠는 그 사건 이후 고열과 심해진 섬망 증상으로 성남시의료원 신경과에 입원하게 되었다.

척수검사부터 온갖 검사를 했지만, 이번에도 열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신 통증을 호소하는 아빠에게 항바이러스제와 신경안정제만 계속 투여되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겨우 넉 달이 지난 내가 이번에도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병실을 지켰다.

그 시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아빠 모시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혼자서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엄마와, 끝없이 혼란 속을 헤매는 아빠, 그리고 회복되지 않은 내 몸.

아빠가 잠든 밤이면 숨죽여 아빠 몰래 눈물을 훔치던 밤이 이어졌다.


보름의 병원 생활 끝에 8월 6일 토요일, 아빠를 퇴원시켰다.

하지만 엄마의 몸 상태가 이제는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중해, 결국 다음 날 아빠를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아빠에게 맛있는 것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게 마치 아빠의 ‘마지막 만찬’이 될까 두려워 평소처럼 식탁을 차렸다.

오빠가 아빠를 욕조에 앉혀 목욕을 시켜드렸다. 아마 오빠도 물소리에 눈물을 섞었을 것이다.

엄마 역시 아빠 손을 꼭 잡고 아무 말씀 없이 오래 울었다.

나는 두 분을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히고, 혹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사진을 찍었다.


2022년 8월 7일 일요일 아침.

오빠와 함께 아빠를 김포의 ‘행복한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길, 내 손은 계속 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빠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도착 후 입소 절차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와,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았던 그날처럼 꺼이꺼이 목놓아 소리 내어 울었다.


아빠의 건강이 괜찮은 날에는 아빠와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만 이어가셨다.

그리고 엄마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그랬듯, “데리러 오라”는 말씀뿐이었다.

통화가 어려운 날이면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아빠의 상태를 물었다.

엄마를 집으로 모셔와 엄마를 돌보며, 우리 가족은 각자의 버팀목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텼다.


입소 3주째인 8월 26일 금요일,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시기에는 코로나로 면회가 전면 금지되어 있어,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채로 서로를 잃어버린 시간 속에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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