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ra Ryu Mar 26. 2024

부록 - 해장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도시

삿포로 홋카이도 밀크무라

내가 굳이 부록을 더해가면서까지 이 아이스크림 집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첫째, 이 집이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직도 삿포로에 다시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디저트 집이다.


둘째는 내가 여행지를 검색하며 봤던 한 블로그 때문이다. 사실 밀크무라는 그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가게가 아니다. 거기선 어떤 디저트 카페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너무 맛있고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데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 여기가 웃김 - 당신만 알고 싶다며 가게가 궁금하면 비밀 댓글을 달면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무슨... 이게 뭐지?! 그리고 정말로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댓글들이 정말 가게를 물어보는 거였는지까진 나는 모르겠다, 모두 비밀 댓글이었으니까.


나는 오기를 느꼈다. 응, 사진만으로 찾아줄게. 그림으로 그려놓은 메뉴판을 찾아 구글맵을 3분 정도 끼적이니 후보가 두 개로 추려졌다. 독특한 내부 구조를 리뷰 사진들과 대조해 보니 금방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현지인 맛집치곤 한국어 리뷰가 제법 보이고, 블로그 검색 결과는 131개나 나오는 곳이었다. 가게를 이렇게나 쉽게 찾아버렸다는 게 좀 허무했다. 그리고 이 간단한 정보를 위해 댓글을 써야 한다는 암묵적인 법칙 같은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너무 야박한 거 아냐 세상이~?~!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미 많은 블로그 운영자들 사이에서 어떤 정보를 얻고 싶으면 - 분명히 말하지만 ppt 파일의 암호 따위의 정보가 아니라 그냥 단순한 여행지 맛집 수준의 정보다 - 댓글과 좋아요를 조건으로 거는 게 하나의 룰이 되어 있었다. 이건 뭐랄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직선거리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작은 노동 같은 것이다. 이것저것 검색하기 vs. 댓글 하나 달기를 이야기하면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인 걸지도.


난 속이 좀 많이 좁아서 - 그리고 특히 먹을 것에 관련된 것이라면 - 이런 사소한 데서도 쉽게 분개한다. 사실은 모두가 조금 찾으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그걸 막아놓는다는 점에서 특히 얄미웠다. 그래도 이 사실 - 많은 사람들이 조건을 걸고 맛집 정보를 거래한다는 사실 - 을 알고부터는 음 그래~ 이것이 바로 우리네 1인 크리에이터 시대의 불편한 점이다! 생각하고 그냥 넘기기로 했다. 스윗 정신승리 ver.2


참 아쉽게도 삿포로에서 ‘그’ 파르페집은 못 갔다. 삿포로 체류 일정이 빠듯해 여러 파르페 가게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던 탓이다. 대신 내가 방문한 이 푸른 조명의 아이스크림-위스키 바, 밀크무라는 정말 최고였다. 이곳은... 진짜로 진짜였다. 모든 사람이 이곳에 가 봤으면 할 정도로.



밀크무라 역시 스스키노 번화가에 있다. 특이하게 건물 6층에 있다. A, B, C 세트가 있는데, C는 우리가 갔을 땐 없는 메뉴였던 것 같다. 우리는 늦은 시각에 방문해 쿠키와 커피가 함께 나오는 B 세트만 선택이 가능했다. 언젠간 다시 삿포로에 가서 A 세트를 먹어 봐야지.


아무튼 뭔지도 모르고 독특한 가게 분위기에 헤벌쭉한 우리들에게 바텐더는 위스키를 세 개씩 고르라고 했다. J는 드라이하고 도수 높은 걸 좋아하니까 그런 거. 나는 무조건 단 거~ 그러면 물컵 크기의 컵에 아이스크림을, 작은 잔들에 위스키를 담아 나온다. 먹는 방법은 전용 스푼에 아이스크림을 조금 떠서, 위스키와 곁들여 먹는 거다. 습 지금 또 맛있었던 게 생각나서 신난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는 늘 해장 아이스크림이 좋았는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근데 삿포로에서는 사람들이 그냥 아이스크림이랑 술을 같이 먹는다. 이거 하나 때문에 삿포로에 살고 싶을 정도로 이 아이스크림/디저트 문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꼭. 꼭! 삿포로에 가게 된다면 스스키노 거리에 있는 ‘밀크무라’에 가 보길 바란다. 어째 이름도 밀크 ‘무라’라니! 제발, 제발 가서 한 번 먹어주길..!



이전 12화 동전과의 싸움에 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