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짜는 것에 관하여

한국인의 밥상 아니고 여행

by Vera Ryu

여행이라는 게 무엇보다도 비일상적인 것이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부풀게 된다.


나에게 여행은 아주 흔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해외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평범한 한국 회사원이라는 게 가장 내세우기 편한 이유다.


내 돈은 - 비록 통장의 이름은 ‘여행’이지만 - 다 저축에 묶여 있다.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이제는 학부 시절과 같이 주기적으로 방학이 몇 개월이나 찾아오지도 않고, 어디 먼 나라에 가서 유학을 할 기회도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도 하루가 24시간인 게 억울할 만큼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시간을 내냔 말이다. 젊음은 가장 든든한 재산이라는 게, 건강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도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래서 내가 계획하는 여행은 좀…우악스럽다.


내 여행 계획표를 보고 있자면 좀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보통 주어진 시간 안에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방문하도록 일정을 짜는 편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여행 버전 헤르미온느라고 할까.


전설의 '경희대 헤르미온느'


나에게 여유로운 여행 - 나는 이것을 ’여여‘라고 함 - 은 없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약속을 잡을 때도, 취업 준비하며 공백기를 메꿀 때도, 미래를 설계할 때도 언제나 그렇게 테트리스를 해 왔다. 에휴~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인가 보다. 어쩌면 지극히 한국인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참고용으로 내 2019년 남미여행 계획표를 보여주겠다.


2019년도 나의 남미여행 계획표


이 삿포로(홋카이도) 여행기는 그러므로 특별한 부분이라곤 하나 없다. 남들 다 여행 가는 때에 남들 다 가는 여행지 가서, 남들 다 하는 거 그대로 하는 여행이다. 차별화가 될 정도로 새로운 경험도 없고, 투어도 한국인들 많이 가는 곳으로. 대신 일정만 좀 빡빡하게.


하다못해 어딘가에 고립되거나 크게 다쳐 곤란한 경험을 한 적도 없다. 아마 이 여행기에서 도움이 될 내용이라고 하면 ‘홋카이도라는 지역의 크기는 한반도에 맞먹으니 욕심부리지 말자’ 뭐 이 정도가 되겠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이 좀 많다. 예민하고 사람 눈치를 잘 보는 편이기도 해서 여행 내내 마주치는 일본인들의 기분을 추측하고 다녔다. 어떻게 하면 예의 바른 칸코쿠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아는 한 최선을 다해 일본어를 써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좀 재미있는 사건들이 만들어졌다.


이건 그러니까 딱 가능한 만큼의 무모함을 시도한 기록이다. 정보보다는 시행착오가 가득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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