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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Apr 24. 2024

생강냄새나는 사랑

가슴 뛰는 사랑을 읽고

무서운 여자다. 나는

이 책 마지막 소설을 읽으며 기쁨과 희열이 몰려왔다.

"오~ 난데?"

아깝다. 이런 말을 수도 없이 주고받았는데... 이런 소설은 내가 썼어야 했는데...


책 마지막 소설 황정은 작가의 대니 드비토, 주인공은 사랑했던 남자에게 붙어사는 젊은 여자귀신이다. 영혼상태로 남자에게 붙어서 이후 그의 일생을 모두 지켜본다. 다른 사람과의 사랑도, 그 사랑으로 낳은 아이도, 배우자의 상실에 슬퍼하는 모습과 죽음까지도...


결혼초에 내가 자주? 가끔? 하는 소리가 있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다음날 데리러 올게. 기다리고 있어~(최상급 상냥함으로 웃으며)"

이런 말에 남편 AI는 대답을 안 한다. 어떤 말을 해도 불리한 상황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아이가 3살이 되면서 바뀌게 되었다.

"엄마에 아빠까지 죽으면 소정이가 너무 슬플 거 같으니까 데리러 오지는 않을게. 재혼은 하지 말고 소정이랑 잘 살아." "재혼하면 결혼 전날 데리러 올 거야!"(최대한 엄숙하게)


웃자고 한 말이었고(약간 이미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웃으라고 쓴 글이다. 그런데 주인공 유라처럼 나도 사랑했던 사람 곁에 머무르고 싶다. 내가 없는 그의 삶을 지켜보고, 나 바쁘다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도 느껴보고, 마지막에 두려울 수도 있으니 손도 잡아주고... 육아만 기다림인 줄 알았는데 사랑도 기다림인 것 같다.


사랑은 아름다운 핑크빛 하트, 학습된 이미지로 떠오르지만 순간의 사랑을 제외한 일상의 모습에는 부정적인 단어를 달고 있다. 책 속의 다른 사랑 이야기에도 하나씩 사랑과 반대빛깔인 듯 보이는 키워드를 갖고 있었다. 고통이기도 했고 후회, 아쉬움, 허무함, 분노, 슬픔... 시간 속 펼쳐지는 사랑 속에 고뇌가 있었다. 그냥 사랑하기에는 사람들의 기준이 문제가 되었다. 성별도 나이도 누가 정했는지 모를 정상 범주가 있었다. 사랑이란 게 존재적인가 힘들었다. 단 하나의 기준만 벗어나도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 사람들 속에 섞여 일반인으로 살기 힘들다.


이런 얼룩덜룩한 사랑이 사랑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데는 시간, 기다림이 필요했다. 내가 아니라 그의 기준에서 요구되는 시간을 기다려냄만이 내 사랑이 진심이 되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 내 기준의 기다림이 아니라서 내가 느끼는 고뇌의 감정은 낡아 흩어질 때까지 그저 나만 간직해야 한다. 더 사랑하는 이는 더 사랑하는 대로의 기다림, 덜 사랑하는 이는 덜 사랑하는 대로의 기다림 그리고 확신할 수 없지만 그 끝이 존재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사이 고통스러운 감정은 흩어지고 그와의 평행선이 그어지며 우정이 시작된다.


최고의 가치로운 감정이라 생각했던 사랑도 이리 힘들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 최종 목표처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존재적 가치를 더 빛나게 해줘야 할 결혼은 또 다른 온갖 사회적 기준과 편견들로 가득하다. 기준, 편견의 정상 범주에 드는 사람들조차도 그 결혼 시점을 기준으로 사랑도, 존재적 가치도 잃어버리기 일쑤다.


소설 속 남자가 양지바른 곳에서 부른 이름이 왜 긴 시간을 함께 건너온 "미라"가 아니었을까?


사랑에 답이 없다. 글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이웃의 블로그에서 읽은 니체의 결혼관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만일 결혼이란 게 두 사람이 꼭 함께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더라면 행복한 결혼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결혼이란 건, 사실 사랑보다는 우정의 영역에 가깝다. 결혼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라.
"이 사람과 늙어 죽을 때까지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가?"
사랑은 일시적이지만, 결혼 후 함께 지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하나의 결을 창조하고 싶은 두 사람의 의지다. 그러나 그 한 가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함께 공유하는 자로서 서로 간에 우정을 지키는 것, 나는 이것을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오~ 대화? 나는 평생 대화할 자신 있는데!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본다.

"자기야, 다음생이 있다 치고, 안 태어나는 거 없다 치고!! 다음생에 나랑 결혼할 거야?"

AI가 대답한다."짱돌로 태어날 거야."


우리 부부사이 내 포지션은 '유머'인데 '호러'로 느끼는 건 아니겠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유라(귀신) : 소설 주인공

미라 : 남자와 결혼해 한평생을 사는 여자

생강냄새 : 귀신이 있는 집에서 나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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