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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08. 2024

집 생활이 더 즐거워졌어요

에필로그

 


 불안한 노후, 어려운 경제생활, 자꾸만 삐걱거리는 건강, 기후변화로 생존의 위협까지 받는 세상이다. 과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 알맞은 것인지 걷잡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리를 휘감고 있었다. 풍파가 끊이질 않아 고생도 많이 했고 아직도 많이 남은 인생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는 집이었다. 집은 내가 가장 익숙한 곳이다. 물건을 많이 줄인 탓에 집의 어떤 공간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도 다 안다. 내가 잘 아는 공간이기에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가도 집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사를 많이 다녀서 새로운 집에 적응할 때마다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전셋집에서 쫓겨났던 경험도 있고, 생전 처음 가본 도시에서 살게 된 적도 있다. 수차례 이사를 다녔지만 100퍼센트 다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 집을 구할 때는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기에 가족들의 직장, 학교 등도 따져야 했고, 집값도 크게 작용했다. 나는 큰 평수는 선호하지 않는다. 넓은 집은 냉난방비가 많이 들고 청소해야 할 공간도 그만큼 늘어나서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담한 평수의 집이 좋다.







집 -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 우리 집에서 책상이 있는 곳은 나만의 공간이다. 책상에는 커다란 독서대와 노트북, 스탠드가 놓여 있다. 책꽂이에는 읽을 책들이 몇 권 있다. 나의 취향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공간이다. 그저 매일 쓰는 물건들을 책상 위에 두고 쓴다. 하지만 다른 잡스러운 물건들은 없다. 서랍 속에는 매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포스트잇, 지갑, 바세린 등을 넣어두었다.



 나에게 있어 집생활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에 집에서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활동한다. 요가매트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고 그럭저럭 먹을 만한 식사를 만들어 먹는다. 수시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매일이 비슷하지만 또 다른 하루다.  







오늘도 비웁니다



 집안에 물건이 많이 쌓여 답답할 때는 집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집에 갑갑하게 갇혀 있다고 짜증을 냈다. 수많은 집안일들은 손대기 싫었고 매일 집안살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답답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나에게 집안일이 그러했다. 매일같이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기 연민에 빠져 눈물을 찔끔거리기엔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까웠다. 



 먼저 내가 매일 있어야 하는 공간인 집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물건들을 비우고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처분했다. 집안일을 하는 시간도 간단하게 줄여 보았다. 바닥에 나와 있는 물건이 없으니 청소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요리도 한꺼번에 왕창 만들고 지겨워져서 버리지 않도록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 것이 맛도 좋고 편했다. 집안을 무리하게 대청소하기보다는 작은 공간을 하나씩 정리해서 집안을 두루두루 살폈다.



 내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집이 말끔해지자 집생활이 더 즐거워졌다. 집에 대한 애정은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귀갓길은 언제나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매일 보는 공간이 내 마음에 쏙 들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하면서 자유롭고 평화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곳이다. 나에게 복잡함 대신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집생활을 하며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고 낭비를 줄이는 삶을 추구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 정신적인 만족을 누릴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하루 종일 가볍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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