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이 Oct 11. 2024

구구절절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기로 해요

 


 우울한 감정은 그 슬픔이 갈수록 깊어져 굴을 파고 한없이 아래로 뚫고 내려가게 한다.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깝고 소중해서 작은 고통조차 참지 못하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나도 생각해 보면 구구절절 나의 상황이 버겁다며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4년 전 내 인생에서 가장 힘겨웠던 일을 겪은 후 내가 더 안쓰러워졌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지만 왜 나에게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한참을 분노했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자기 연민을 단박에 쳐낸 경험도 제법 있다. 징징대는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조금만 얘기해도 힘들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나의 힘듦이 상대적으로 상대방의 그것에 비해 훨씬 거대했기에 오히려 자신의 상황이 더 나았다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거울치료라고 했던가. 나 역시 신세 한탄만 하는 상대방을 통해 반성하게 되었다. 받아주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어 진다. 받아주면 받아줄수록 한도 끝도 없다.



자기 객관화를 장착하자

 


 남들에게 위로 혹은 칭찬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고통에 매몰되어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든 이야기할 것이다. 자기 자신이 선택한 것 아니냐고. 그렇다. 결국 최종결정은 내가 내린 것이다. 압박을 받고 상황이 어쨌든 간에 받아들인 것은 나였으므로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기록을 함으로써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다. 그렇게 내가 쓴 글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 글들을 공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다. 얼마 전에도 자기 연민에 흠뻑 빠져 우울한 글을 썼다. 글을 쓸 당시에는 감정에 솔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이러한 자기 연민을 줄여보려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객관적인 남들의 판단을 토대로 자기 객관화를 장착할 필요가 있다. 남과 비교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자신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점을 개선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매우 좋다.







너 자신을 알라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고요함 속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니 피로감보다는 큰 만족감을 느꼈다.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딱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거나 극내향인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그런데 항상 상황 탓을 했다. 혼자 있지 못해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조용히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 있어도 너무 재밌고 할 일이 많아 바쁘다.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귀하고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는 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다. 항상 몸이 안 따라줘서 말썽이다. 소화기가 약하고 구내염이 자주 생긴다. 얼마 전에는 고통스러운 두통이 찾아와 뇌 MRI까지 찍었다. 매번 몸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무리한다 싶으면 어김없이 병이 찾아왔다. 절대로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약한 몸을 내버려 둘 수만은 없었다. 한 달에 열 번 정도는 밖에 나가 러닝을 하고 짧은 스트레칭을 매일 하고 있다. 무릎이 아파서 걷는 수준으로 달리지만 저질 체력을 올리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 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버렸다.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집안일을 매일 해야 하고 가족을 돌보아야 한다. 아무리 내 일을 가지고 일하려고 해도 금세 그만둬야 했다. 사람들과 가지는 정기모임도 스터디도 할 수 없었다. 한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아파서 병간호를 한다고 오래도록 빠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미안해서라도 알아서 나와야 했다. 지금 내가 매일 글을 적고 있지만, 이 일도 언젠가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만둬야 할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것은 잠시동안이다. 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다시 하면 된다.



 나는 작은 소리도 매우 잘 듣고 걱정이 있으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스트레스도 잘 받고, 남의 말에 신경도 잘 쓴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너무 겁이 많고 걱정이 많아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나약한 존재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예민하고 몸이 잘 아프고 일정한 수입도 내지 못한다. 1인 가정이 너무 부럽지만 가족이 없으면 또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을 자책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잘 못하는 것은 무리하지 않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는 칭찬을 하되,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는 마음 갖기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무탈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어떤 아픔이 있었든 상관없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큰 고통이 있었기에 생각이 깊어졌고 글도 쓰게 되었다. 지금 큰 병에 걸리지 않았고, 그럭저럭 먹고살만한 경제력이 있고 매일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기 연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라 생각한다.


 거창한 꿈, 행운 같은 것이 아니어도 좋다.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된다. 작은 만족으로 얻는 기쁨들이 나를 구해줄 것이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보기엔 부러워 보여도 속 사정은 본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편히 쉴 수 있는 소중한 집이 있다는 사실, 저질체력이라 해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정성껏 골라 올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문제가 생긴다면 슬픔에 잠기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이 아닌 나를 찾아 지지선언을 한다. 구구절절한 자기 연민은 그만하기로 다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