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학교에 가면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는 흥분된다.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8세부터 13세까지 자녀를 보통 아동기라고 부른다.
아동복지법상 나이와 별개로 통상 아동하면 떠오르는 때이다. 법적으로는 만 18세까지 아동으로 보는 게 더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상에선 대개 초등학생 시기를 말한다.
초등학교는 6년 과정으로 1학년과 6학년은 발달상 차이가 크다. 1학년은 유치원 갓 벗어난 시기라 여전히 어린 아이 느낌이 있다. 하지만 5~6학년 정도 되면 사춘기도 시작되고 키와 몸무게가 훌쩍 늘어난다.
학부모가 되면 학교란 새로운 환경에 자녀가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 시기에는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신경써야 한다. 당연히 부모역할도 중요해진다. 그 중 몇 가지 꼭 챙겨야야 할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서서히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도와주자. 숙제와 같은 학습활동을 빠트리지 않도록 한다. 근면하고 성실함을 키우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인지 활동의 증가로 이 무렵부터 아동은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훨씬 잘 표현할 수 있다. 부모에게 카드나 편지로 자기 의견을 말하고 감정도 언어화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자나 카톡 메시지로 빠르고 쉽게 전송할 수 있다.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종종 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도 있다. 예를 들면, 부모의 행동을 칭찬하거나 일을 돕겠다고 나선다. 자주 고마움도 표현한다. 기특하게 무거운 물건을 같이 들겠다고 하거나 감사의 마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10세 정도 되면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익숙해진다. 혼자 등하교하고, 교사가 내준 숙제를 할 수 있다. 준비물이나 시간표 챙기는 것도 혼자 가능하다. 방과 후 활동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부모는 학습의 촉진자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는 조기 학습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대부문 취학 전 한글을 읽고 쓸 정도로 우리나라는 인지학습이 빠른 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이후엔 독서활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돕는 것도 바람직하다.
저학년 때는 아동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는 것이 좋다. 글을 읽을 수 있더라도 부모가 읽어주는 형식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소리로 내용을 이해하는 훈련은 경청습관도 되며,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에도 도움이 된다.
독후 활동을 통해 이해력과 사고력을 키우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자. 예를 들면, 독서 후 주인공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즉, “만약, 네가 주인공 지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또는 “지우네 강아지가 죽었을 때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처럼 말이다. 그 외 “그럴 땐 무슨 말을 해 주면 좋을까?”와 같이 실생활에서 응용해 볼 수 있는 공감과 추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질문가 주제를 꺼내도 괜찮다.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거나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 상상해봐도 좋다. 예를들어, “결론을 바꾼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꾸밀수 있을까?" 혹은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어떻게 펼쳐질지 같이 만들어보자.”와 같은 식이다.
이때 과도하게 인지학습 위주의 질문을 유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동에게 지루하거나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글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다르므로 인지상태를 고려하여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려운 말로 질문하거나 독서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은 자녀의 학습 의욕을 오히려 저하한다.
더불어 부모의 무리한 다독에 대한 기대감 표현도 금물이다. 한 가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상관없다. 자녀의 흥미를 끈다면 그 책으로 색다른 독후 활동으로 이어가면 된다. 그러므로 많은 책을 빠르게 읽으라고 재촉하기 보다 읽고 싶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좋다 해 준다. 단, 한 가지 책만 반복할 경우라면 다른 책도 읽어보는 것은 어떤지 권유라고, 친구나 형제와 각자 고른 책을 바꾸어서 읽은 방법으로 이야기나누는 편이 낫다.
둘째, 감정 표현에 신경써야 한다. 유아기와 달리 아동기에는 감정이 더 분화되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정서적 지원을 돕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음이 상해 보인다면 아이에게 “매우 속상했겠구나” 혹은 “엄마도 너였다면 언짢았을 것 같다”처럼 자녀의 감정을 말로 직접적으로 알아주는 것이 좋다.
부모와 안정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평상시 대화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연습을 하는 아이라면, 공감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 부모와 좋은 정서적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격 발달에 긍정적이다. 어린 시절 성장과정의 질은 정서발달과 연관성이 높다. 많은 연구로 입증된 사실 중 하나는 이것이 성인기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여서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 된다.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으면 된다. 더 자주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함께 있을 땐 더 스킨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기로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이모티콘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있을 땐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도 즉시 야단치기보단 상황이나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반응하자. 어리더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훈육을 할 때 감정을 상하게 하기 보다 실수한 행동에 관한 내용만 분리하여 지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동생한테 화가 나는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때리는 행동은 안 돼.” 또는 “친구랑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고 발로 차는 것은 옳지 않아. 그 아이도 너처럼 소중하니까.”와 같은 식이다.
셋째, 사회성 발달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친사회적 행동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자. 꼭 가르쳐야 하는 것이라면 말로만 전달하기 보단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공손한 말을 쓰게 하고 싶다고 해 보자. 평상시 부모는 타인이나 조부모에게 늘 반말을 한다면 아이가 어른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말로만 타이르면 효과가 거의 없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어서 부모가 반말을 해도 어른에게 존댓말을 하기도 한다. 교사나 이웃 어른들의 태도를 보고 배운 예이다. 그러나 부모가 가정에서 예절과 규칙을 가르칠 때 아동은 더 빠르게 몸에 익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본을 보이는 자세가 좋다. 습관이 되면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학교나 학원, 지역사회에서 아동은 더 활발하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확장된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간다. 낯선 상황이나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친사회적 행동을 익힌다. 때로는 갈등도 경험한다. 그렇지만 타인과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익힐 수 있는 의사소통기술이나 친사회적 능력을 키우면 성인이 되어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옛말은 아니다.
만약, 친구가 속상해서 울고 있을 때 아무 말도 안 하는 자녀가 좋을지, 위로하며 곁에 있어 주는 게 나을지 떠올려 보라. 아마도 친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위로하는 자녀를 기대할 것이다. 대면하지 못한다면, 전화로라도 친구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까, 왜 울었니?”라고 물어본 뒤 “네가 울었을 때 나도 마음이 아팠어.”처럼 공감 반응을 하는 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아동기에는 부모와 형제 같은 가족을 벗어나 친구, 교사, 이웃처럼 덜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증가한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도록 가르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기만 생각하지 않도록 공감능력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이 무렵에는 사회성 발달이 핵심이다. 나아가 효과적인 의사소통기술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학습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익히는 사회적 경험으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아동의 행동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거절할 때는 미리 한계를 알려 주고 제한을 설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사전에 약속한 것을 지켰다면 즉각적인 보상으로 강화 효과를 주는 것이 좋다. 혹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결과에 따른 경험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수용하기 어려운 상벌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에만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평가에만 집중하기 보다 과정에 대한 칭찬과 노력으로 생긴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자녀가 이해하도록 돕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의 자존감을 손상하지 않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주의할 일도 있다. 학교 활동을 학원 학습보다 중요하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학교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아동 스스로 학교 수업을 통한 학습이 재밌고 숙제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도록 하자. 학교생활 전반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감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자율성 발달을 위해 서서히 등하교 전후로 아동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알려주고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하자. 처음엔 부모가 도움을 주더라도 차츰 혼자 도전할 수 있게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한 아이들은 낯설거나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시간이 보통 아이들보다 더 오래 걸린다. 따라서 부모가 안정감을 주도록 단계적으로 적응을 돕고 불안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성 발달을 돕기 위해 기상이나 취침 시간을 처음엔 정해주고 차츰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자. 아이가 선택하는 기회를 늘려나가는 자세가 좋다. 예를 들면, 다음날 등교할 때 입고 갈 옷이나 신발을 미리 결정하도록 존중해 주자. 아이에게 “내일 입고 갈 옷을 미리 골라 놓으면 어때?”와 같은 말로 자율성을 높여보자. 선뜻 고르지 못한다면 "노랑색 티셔츠에 청바지는 어때?"처럼 부모가 먼저 해 보는 것은 괜찮다. 가족끼리 외식할 기외가 있다면, 미리 휴대전화기로 메뉴창을 열어 이아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친구나 형제 생일이 다가올 때 사전에 무엇을 선물할지 생각하고 직접 준비해서 전달하도록 자율성을 주는 것도 좋다.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성인들조차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결정(선택)장애'라는 신조어로 표현할 정도니 어려서부터 돕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원만한 교우 관계를 맺도록 도움을 주자.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기 직전 단계에 있으므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도록 신경 쓰자. 또래 아이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아이에게도 관련 주제에 물어보고 또래들이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반응하는지도 물어보는 게 좋다. 또래 문화에 잘 공유되지 못하면 이후 청소년기에 교우관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녀가 어떤 유형의 아이들과 더 잘 어울리는지 무엇을 하며 노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처럼, 아동기 부모들은 자녀의 인지, 언어, 정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촉진자, 격려자, 지지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기보다 한 단계 성장한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