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3살
주로 3세 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해당한다.
유아기 부모들은 발달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이전과 달리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진다. 이제 겨우 대화가 된다고 느낄 수 있다. 때에 따라 예쁜 말을 하겠지만 자기 중심적이라 고집처럼 보이는 주장도 강해진다. 뭐든 자기가 맘대로 하겠다거나 무엇을 시키면 '왜?'라고 이유를 궁금해 한다. 간혹 따지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져서 질문하는 것이라 이해해야 한다.
이전까지 부부만의 시간을 즐겼다면 급속하게 아이 중심의 생활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 시기엔 가르쳐야 할 것도 많다. 더불어 아이를 더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마냥 다 해 준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르다면, 이 무렵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게 된다. 부모 입장에선 보육과 교육 기관 선택과 학습 방향을 고민하는 때다.
최근 일부 부모는 영어유치원(실제는 영어 학원) 입학을 위해 과도하게 신경쓴다. 일명 '4세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기교육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유아기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면 이런 선택은 적합하지 않다. 간혹 아동학대에 가깝다고 봐야 할 수준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
처음엔 부모가 도움을 많이 주겠지만 차츰 혼자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배변 훈련 습관은 아주 중요하다. 스스로 소대변을 구분하여 정해진 용변기에 배설하는 것은 평생 지켜야 할 사회적 규칙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발달의 개인차도 커서 내 아이만 뒤쳐질까 불안해 하는 부모들도 있어 발달의 시기 못지 않게 단계적 발달 순서도 알아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발달을 이루지 못하면 이후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 예도 있다. 반대로 발달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서두르다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4세 고시와 같은 인지 학습 중심의 생활은 방법이나 내용에 따라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녀에게 학습이 시작되면 간혹 부부가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가 자녀 양육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영아기까진 자녀가 잘 먹고 잘 자는 모습만으로도 건강하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 때부턴 똑똑한 아이의 모습을 기대하여 인지발달을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한다. 이것이 단정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부모와 가족을 벗어나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확장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만나는 친구와 교사들과 새로운 관계를 잘 형성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가 아닌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가정에서부터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 못하면 새로운 환경에서 분리불안을 자주 보인다.
분리불안은 아동이 부모와 같이 신뢰하는 대상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는 정서 상태를 일컫는다. 대부분 부모랑만 지내던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가 되면 사회적 관계가 넓어진다. 자연스럽게 낯선 환경에 처하고 새로운 사람들 속에 있는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아이에겐 매우 힘든 일이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가 있고, 까다롭거나 느린 아이도 있다. 느린 기질의 아이 보다 까다로운 아이는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분리불안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기질은 부모와 비슷할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부는 어떤 모습 속에서 자신이 보일 지 거울효과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불안은 양육방법에 따라서도 편차를 보인다. 엄하고 통제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지나칠 정도로 허용적인 부모를 가진 아이보다 불안이 높을 수도 있다. 이처럼 아이의 기질이나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자녀들은 안정감 혹은 불안을 경험한다.
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너 살 정도 된 남아가 고객들이 이용하는 테이블 공간 사이를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에겐 놀이처럼 보였다. 그곳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동물 캐릭터 조형물들이 많아서 관심을 끌 만해서 간혹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인 뛰다 흥에 겨웠는지 소리까지 질렀다. 나무라는 어른이 없자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계속 뛰었다. 이어 누나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남자 아이를 잡으러 다니며 함께 뛰었다. 여기저기서 눈살을 찌푸리는 어른이 있었지만 부모가 아니어서 직접적으로 주의를 주진 못했다. 한참을 더 소란스럽게 돌아다녔다. 잠시 후 아빠로 보이는 남성이 두 아이의 모습을 휴대전화기 카메라에 담으며 좋아라 잰걸음으로 남매 곁으로 따라 다녔다. 주변은 금방 더 어수선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불편했다. 그 시간이 예상보다 길이져 나도 미간이 지푸려졌다. 이런 상황을 관찰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라면 자녀에게 교육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예와 같이 카페라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상황에 맞는 행동을 가르칠 수 있다. 즉, 해도 되는 것과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적절한 제한은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장소라는 것을 설명하고 뛰지 말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만약,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만약, 내가 부모라면 아이를 안고 카페 밖으로 잠시 나갈 것이다.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하는 아이는 뛰지 않아야 카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즉, 훈육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선 자기만 좋다고 뛰거나 떠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부모의 가르침으로 학습할 수 있다. 적절한 제한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경계를 넘어 서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이도 예상하게 돕는 방법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익히는 시기가 유아기다. 그래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갔을 때 자신이 만들지 않은 규칙도 따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식사 전 손 씻기, 순서대로 배식받기, 제자리에서 먹기 등 사소한 것부터 훈련이 요구된다. 또래 친구들과도 잘 지내려면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거나 깨물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 교사인 후배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아동 대부분은 원의 규칙을 잘 지키지만 일부 아이는 자기 멋대로 하는 문제 행동을 보인다. 종종 아이 부모를 만나면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말도 듣는다.
지난 학기 초에 들었던 이야기다.
3세반 교사인 G는 3월 한달 동안 간식을 매번 따로 보내는 A의 엄마 때문에 힘들었다. 아이가 아토피나 특별한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특별한 돌봄을 해야 해서 궁금했다. 속사정이 있나 싶었다. 그 아이에게만 별식을 챙겨줘야 하는 것은 교사도 어려운 일이다. 나중엔 이모로 불리는 시터가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어린이집에서 A가 어떻게 밥을 먹는지 물었다. 교실에서 직접 보고 오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한 번 더 놀랐다. 이어 집에서도 여러 대의 CCTV를 설치한 A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었다. 시터와 교사를 모두 신뢰하지 못하고 원에서 나가는 급식도 미덥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럴 거면 왜 보내? 집에서 혼자 키우지.’
듣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적이진 않은 대처다. 엄마의 선택은 A에게 가정 밖 세상은 믿기 어려운 곳이란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아동학대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기도 해서 감시하고 싶어하는 부모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기 아이만 귀하게 여겨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A는 같은 반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소리를 지르고 팔을 깨무는 행동도 했다. 교사가 사과를 시켜도 하지 않아서 또 놀라게 했다. 친구가 아프다고 해도 들은 척 하지 않고 딴청이라고 했다. G는 앞으로 A가 어떻게 클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저출생으로 우리 사회는 가정마다 자녀 숫자가 이전 보다 매우 적다. 1960~70년대는 보통 한 가정에 대여섯 명 정도의 형제가 있고, 이모나 삼촌처럼 함께 어울려지내는 가족도 이웃처럼 가까이 있는 예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배울 환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환경을 찾기 어렵다. 부모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지만 수행의 어려움은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무렵, 미운 세 살이라고 할 정도로 떼를 쓰기도 하는데 자기중심성에 따른 고집이다.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더라도 부모를 포함한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배워야 한다. 친사회적 행동을 익히도록 돕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예를 들자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사회적 미소를 보내거나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환경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일도 해당된다. 이는 더 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유아기 자녀를 두었다면 좋은 습관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도록 기초를 잘 가르치자. 자녀에게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거울이며,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행동을 통해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