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해요
결혼해서 부부가 가장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때를 신혼기라고 한다. 신혼기는 부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고 보는 예가 많아 아주 짧게 혹은 길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 없이 부부끼리만 살거나 만혼과 출산도 늦어지는 예도 있어 신혼기를 결혼 후 몇 년까지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결혼해서 5년에서 7년 정도로 이야기한다.
신혼으로 부부끼리 살다가 첫 아이를 낳으면 남편과 아내에서 누구의 아빠 혹은 엄마로 불리기 시작할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이 처음엔 낯설겠지만, 차츰 익숙해진다.
남편들은 첫 아이가 생기고 아빠가 되면 감격하기도 한다. 아빠라는 호칭을 아이한테서 직접 듣기까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임신 소식부터 설렐 것이다. 최근 종방한 드라마 ‘폭싹속았수다’의 금명이를 향한 애순과 관식의 사랑을 봐도 그렇다. 특히, 관식이는 큰딸을 향한 짝사랑을 자주 표현한다. 방송 후 관식은 순애보 남편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대학생이 된 금명이를 보기 위해 서울 상경한 날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언제 올지도 모를 딸을 마냥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이 나온다. 하필이면 과외하는 집주인의 모함으로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뒤늦게 상봉하지만.
어릴 때부터 관식이 첫 딸 금명이를 위해 겸상을 하거나 딸 아이라 타지 못 하게 한 자전거를 태우는 등 그야말로 지고지순하다.
현실의 아빠는 어떨까?
남편에서 아빠가 되면 남자들은 강하지만 약해지는 것 같다. 적어도 유아기 자녀가 아빠라고 부를 때까진 말이다. 아버지라고 호칭이 바뀌기 전까지 아빠는 첫 자식에 대해 남달라 보인다. 아빠에서 아버지로 바뀌기 전까지 아이도 아빠를 슈퍼맨 정도로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강하고, 자식이 원하는 것이면 마음 독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웬만하면 다 해주려고 한다. 자신의 몸이 부서지라고 희생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바뀌는데 엄마는 나이 들어도 계속 엄마로 부르는 예가 훨씬 많다. 내 경우도 초등학교 때까진 아빠라고 불렀던 것 같다. 이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아버지라고 바뀐 것 같다. 아마도 터울이 있는 언니와 오빠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그렇게 호칭을 부르자 나도 따라 아버지라고 한 듯싶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들은 엄마는 여전히 엄마라고 부르는데 아빠만 아버지로 변한다.
남편 역시 올해 아흔 살인 시아버지를 일찌감치 아빠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여전히 나처럼 엄마다. 자기 엄마를 유아처럼 결혼 후에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정서적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딸은 친정엄마를 영원히 엄마라고 한다.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시아버지 역시 아빠라고 하는 예는 드물다.
지난 주말 좋은 날씨 속에 경기도 과천 소재 서울 동물원에 다녀왔다. 두서너 살 정도의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걷거나 유모차를 타고 이동했다. 엄마와 아빠를 연신 부르면서 요구 사항들이 많았다. 동물 우리에 조금 더 자신의 아이들을 가까이 다가서도록 아빠들은 가슴까지 번쩍 안아 올려 주거나 목말을 태웠다.
남편 역시 아들이 그 나이 무렵에 비슷한 행동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계단이나 경사진 오르막길에선 여지없이 대부분 아빠가 유모차를 주로 밀었다. 육아할 때 힘을 쓰는 일은 남편들이 더 많이 한다. 아이도 비슷한 상황에서 엄마보다 아빠를 더 자주 찾는다. 아내들은 출산 후 겨우 몸이 회복할 무렵이면 아기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탐색하는 영아기다.
돌 전후가 되어야 겨우 걷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전까진 부모가 아이의 손발이 되어야 하니 매일 체력 소모가 많다. 당연히 부부가 육아를 함께 하며 자녀에게 신체적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인지발달 학자인 피아제는 이 시기의 아기들은 감각 운동을 통해 인지발달을 한다고 했다. 즉, 뭐든 입으로 가져가 물고, 빠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구강기라고도 부른다. 손으로 잡으면 우선 입으로 가져가 확인한다. 절대 먹으면 안 되는 물건이 주위에 있는지 살피며 환경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대신 구강기 탐색에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장난감이나 피부접촉을 통한 놀이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내 경우, 아들이 어릴 때 쭉쭉이 체조를 거의 매일 했다. 아이의 팔다리를 잡고 좌우상하로 움직이거나 교차하며 소리를 내주는 활동이다. 이름을 불러주며 눈을 맞추고 숫자를 세며 구령도 부친다. 목욕을 시킬 땐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며 물소리와 수건이 닿는 감촉을 느끼도록 소리를 내는 것도 좋다. 아직 소대변을 가릴 수 없기에 매일 기저귀를 착용한다. 그 때문에 부모는 일이 더 많다.
서툴지만 자조 기술이 발달할 수 있도록 아이의 상태를 고려해 부모도 조금씩 아이의 자율성을 믿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기 아이들은 자율성을 발달하기 위해 부모가 과도하게 도와주려면 거절한다. 주로 ‘싫어!’ 또는 ‘안 해!’라는 말을 할 것이다. 두 돌이 가까워지면 더 자율성을 발달시켜 도움 없이 하기 위해 말끝마다 ‘내가 할 거야.’ 라거나 ‘왜?’라는 질문을 오히려 할 것이다. 부모로선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영아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탐색 활동이다. 그러므로 탐색의 기회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면 오히려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하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 보이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의존적으로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기본적 신뢰감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아기를 지나면 유아기 부모로서 알아야 할 것을 아이처럼 배워야 한다. 다음 시간에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에 해당하는 유아기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