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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달라지는 것

성인기 중요한 과업 결혼의 의미

by 오로라


결혼은 성인기에 경험하는 가장 큰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결혼 이전과 이후의 삶은 차이가 크다. 결혼한 사람에게 이유를 물으면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가도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결정했다는 경우가 많다. 즉, 결혼 유무는 상대 때문이다. 연애 감정을 포함한 사랑이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결심의 끝이 결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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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기간 동안 복합적인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지만 결혼까지 결심했다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결혼 후 달라질지언정 그 당시는 서로를 향한 감정에 진심이라 믿었을 것이다. 아니면 결혼 조건에 끌렸던지. 어찌 되었든 결혼을 했다면 변화하는 상황을 만나는 일은 불가피하다. 남녀 모두 결혼 후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설렘을 선사한다. 그러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자. 신학기에 적지 않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성인도 비슷하다. 새로운 직장이나 부서 이동이 생기면 달라지는 환경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긴장과 불안, 심지어 높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새로움은 긍정과 부정적 요소를 포함한다.


북적이는 가족과 살았던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단둘이 살게 되는 결혼생활이 기다려질 수 있다. 혼자 생활했던 경우에도 가족이 생긴다는 것으로 대만족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부는 부모나 형제자매와 다른 가족 형태이다.


부모가 자식을 챙겨주는 것과 다른 선택을 배우자와 해야 한다. 챙겨주는 것을 받는 위치에서 배우자와 자녀를 챙기게 된다.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희생을 오래 유지해야 한다. 힘들지만 감내할 수 있는 것 역시 배우자와의 사랑 때문이다. 연애시절과 달리 모성애가 더 많이 작동한다.


사랑은 저마다 달리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긍정성이다. 사랑이란 이름을 넣으면 희생조차도 값진 의미를 담게 된다. 사랑의 결과로 이룬 결혼일 경우 이후 달라지는 환경이 버겁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기꺼이 감당할 만한 일이 된다.



결혼 이후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의 배우자로 아내 혹은 남편으로 불리게 되는 경험이다. 처음엔 호칭부터 낯설다. 배우자끼리도 '여보, 당신'하는 것이 어색하다. 결혼 후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거나 '자기야' 혹은 익숙한 애칭을 부를 수는 있다. 자녀가 태어나면 곧 '~~ 의 엄마(아빠)'로 바뀌는 예가 많다.



기혼 여성과 남성이 되면 아줌마와 아저씨로 불리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남들은 그렇게 부르기가 쉽다.


결혼하면 예전부터 성인으로 대우했다.


우리나라 민법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는 부모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결혼이 성립된다. 전통적으로 미성년자여도 결혼하면 성인으로 봤다. 그만큼 결혼은 성인의 의무와 책임감을 요구한다.


대한민국 민법 제826조에 따르면 부부간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①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
② 부부의 동거 장소는 부부의 협의에 따라 정한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정한다.
출처 : 대한민국 민법 <개정 19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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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결혼으로 달라지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책임 의식이다. 법적인 부부일 때 상호 의무가 있다. 만약, 이 부분을 소홀히 할 경우 이혼 사유가 된다. 그만큼 책임이 무거워진다. 사회적으로도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경우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묻기도 할 만큼 중요하다.


결혼하면 부부는 양쪽 가족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며, 태어나는 자식에 대한 육아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부모 역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저출생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내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와 관련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을 유보 또는 기피하고, 출산하는 자녀의 숫자를 감소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은 어쩌면 행복을 담보로 하는 고행과 같은 시간이다. 수십 년 동안 정해진 대상을 책임지고 계속해서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모두 괴로움은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최소 20년 이상 자란 남녀가 부부가 되어 온전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면서 서로 뜻을 합하는 생활이 결혼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지만 둘 다 성장한다. 인내는 기본이고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일들을 통해 수행과 같은 경험을 할 수밖에 없어 성숙해지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돕는 마음으로 임하면 함께 항해하듯 어려움도 견디어낼 수 있다. 결혼생활은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넘어가면서 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면 눈에 보이는 환경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변화가 훨씬 더 많다.


대부분의 부부가 경험하는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결혼하면 거주지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부부가 동거해야 할 장소가 필요하다. 물론 부모와 합가 하면 어느 한쪽은 거주지 변화가 없다. 그러나 분가하는 예가 많고, 이것이 독립된 가정을 꾸리는 출발점이 된다.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장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으로 어떤 경우엔 이전보다 공간이 협소해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의미가 있어 공간의 크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역과 크기는 부부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둘째, 가사에 대한 상호 의무가 생긴다. 배우자와 함께 집안일을 해야 한다. 배우자끼리는 서로 부양 의무가 있다. 그래서 서로 돕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가사는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의외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결혼해서 남편과 둘이서 살았지만, 할 일이 적지 않았다. 식사 준비와 청소, 빨래 등을 거의 매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집안일은 안 하면 표가 나는데 해도 티가 안 난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결혼 전까진 대부분 친정엄마가 해 주었던 일들이다. 누군가에겐 반복되는 새로운 노동이다. 요즘엔 처음부터 각자 해야 할 일을 현명하게 분업처럼 정하기도 해 큰 어려움이 없는 커플도 많다. 가사는 익숙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다 보면 이 역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능숙해지기 마련이다.


셋째, 임신과 출산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가족계획이라고도 부르는 2세 계획은 부부의 합의가 중요하다. 만약, 출산했다면 육아를 어떻게 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나도 아들이 생후 24개월까지 육아를 전담하면서 이전에 했던 일을 잠시 쉬었다. 남편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출근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감당할 몫이었다.


배우자가 상호 협조하는 부분은 가사와 더불어 육아도 포함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만큼은 오롯이 혼자 감당한다. 다산의 경우라면 여러 번의 임신기를 유지해야 한다. 이 기간은 신체적 피로감을 주므로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일하던 여성이라면 잠시 경력이 유보되거나 단절될 수 있다. 따라서 그전에 임신과 출산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출산 후 체형의 변화에 대한 것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예상하지 못한 일 중 하나는 임신 중독이나 출산 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다. 모든 가임 여성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봐야 한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은 신비롭지만, 엄마가 되기까지 겪는 어려움은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배우자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연애와 달리 결혼하면 배우자의 가족도 법적으로 가족이 된다. 그래서 배우자의 가족 대소사를 함께 챙겨야 한다. 서로 원만하게 처리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예가 있다. 때때로 이 부분이 부부 갈등이 되어 이혼까지 초래한다. 부부관계뿐 아니라 집안 식구와의 관계가 불편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관계 갈등은 모든 대상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에서 경험하는 관계의 어려움은 철회가 싶지 않아 부부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따라서 먼저 서로에게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도록 부부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아내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괜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족 갈등이 심화하지 않도록 상대 가족이 내 배우자에게 잘하도록 중간 역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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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처럼 뻔한 이야기지만, 실생활에서 쉽게 지켜지지 않는 예가 의외로 많다. 결혼하면 부부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말한 것 이외에도 집을 새로 얻고 이사하는 것처럼 큰 일부터 생필품을 사고파는 일까지 소소하지만 부부 갈등을 초래하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매월 생활비를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와 같은 결정부터 자녀 육아와 교육관의 차이, 성인 자녀의 결혼 준비에 이르기까지 결혼 연차가 높아질수록 부부가 함께 결정할 것은 늘어만 간다.


부부 둘이서 살 때보다 자녀가 생기면 경제적 지출은 훨씬 많고 복잡하다. 자녀의 성장 시기에 따라 새로운 교육기관을 선택하고 사교육비까지 지출하는 부분에서 부부갈등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4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사교육에 대한 집중이 과도하다. 자녀 교육 문제로 부부 갈등이 심화되어 이혼을 고려하는 예가 적지 않을 정도다.


부부의 경제적인 지출은 자녀에 그치지 않는다. 나이가 든 양가 부모와 형제자매, 친인척 등의 경조사도 부부의 경제적 지출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단순하게 보면, 경조사의 참석 여부와 경조비 액수 정도만 결정하면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견이 나타나면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역시 부부가 충분히 상호 협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S는 시댁 식구와의 해외여행 문제로 불편했다. 남편이 억지로 동행하길 원해서 부부싸움을 했다. S는 직장 생활로 피곤한 상태여서 긴 연휴에 굳이 함께 여행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남편이 본가 식구들과 다녀오면 좋겠다고 했지만 며느리도 꼭 가야 한다는 남편의 주장으로 갈등을 겪었다.


J는 시부모에 대한 불만이 컸다. 시누이의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한 일로 마음이 더 상했다. 맞벌이였던 자신의 자녀에겐 경제적 지원은 물론 한 번도 육아를 도와준 적이 없는 시어머니 때문이다. 시누이의 두 자녀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서서 돌봤다. 며느리인 J가 부탁할 때는 몸이 약하다고 바로 거절했다.


M은 부모가 편애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특히, 형에게만 경제적 지원을 할 때 화가 난다. 집을 살 때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주면 갚겠다고 했지만 거절한 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표현했다. 부모 입장에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은 아내에게 면목이 없어서 부모와 갈등이 생겼다. 아내의 부모는 딸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평상시 육아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간 입장 차이가 클수록 부부갈등은 발생하기 쉽다.


L은 시댁의 제사에 매번 참석하지만 남편은 친정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종종 자기 아버지 제사일조차 모르고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으면서 L에겐 의무처럼 꼭 가도록 요구했다. 자기중심적이라고 여겨 부부갈등을 경험했다.




이처럼 결혼하면 환경적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정신적 변화가 뒤따라 오기 마련이다. 갈등을 초래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부부는 별거나 이혼에 이를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결혼 전 혹은 신혼기에 부부의 책임과 의무에 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생활은 희생과 타협 없이 긴 기간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혼이 이전보다 쉬워졌고 편견도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결혼은 유지해야 할 일로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부부간 상호 노력할 의무에 충실해야 결혼생활이 유지된다.


결혼하면 배우자의 남편과 아내의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 모습은 어떨까?

다음 편에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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