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할까?'
더는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란 말도 공공연하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혼자에게 언제 결혼할지 묻는 것은 물론 결혼 여부나 필요성의 유무를 질문하는 것조차 실례로 여겨질 정도다.
그동안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꼭 결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전 보다 더 강해졌다. 이제 연애와 결혼을 별개라고 인식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경제적인 문제와 육아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 현시대를 반영한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미혼들은 이런 스트레스 요인이 줄어들면 결혼하길 원하고 있었다.
결혼의 의미와 결혼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관점에서 결혼은 이성끼리의 사랑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한 정의는 끝없이 바뀌고 있다. 사랑의 대상에 따른 유형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신이 피조물을 향해 조건 없이 절대적으로 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이다.
둘째, 부모가 자식을 귀하게 여기며 헌신적으로 돌보는 희생적인 사랑이 있다.
셋째, 동료나 친구 간의 우정이라 부르는 동료애적 사랑이다.
넷째, 이성인 연인 간에 이루어지는 에로스적 사랑이다.
네 번째로 제시한 이성 간의 사랑이 다른 사랑과 다른 이유가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을 인간 발달 측면에서 살펴보자.
인간은 발달 시기마다 과업을 수행한다. 그래서 성인기가 되면 독립을 위해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생각한다. 중요한 이 시기 발달 과업이기 때문이다. 신체적, 정서적 발달 특성으로 일정 나이가 되면 이성에게 더 큰 관심이 생긴다. 청춘남녀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하는 연애가 자연스러운 이유다. 연애만 할 수 없어서 언젠가 대상을 정해 대부분은 결혼한다. 결혼 역시 지속적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염색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르몬 분비에 차이를 나타낸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시기에는 성호르몬 분비와 무관하지 않기에 이해가 필요하다.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발정기라고도 하고 교배 시기라고 하는 특정 시기에 동물은 짝을 찾아 구애하는 일에 집중한다. 짝짓기 과정을 거쳐 암수는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낸다. 식물 역시 비슷하다. 씨방을 통해 암술과 수술이 만나 같은 개체를 주변으로 퍼트린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며 자연현상이다.
인간은 동식물과 조금 다르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자 하는 욕구는 비슷하다. 만약, 연애와 결혼이란 것이 없었다면 지구상 이렇게 많은 인간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애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 호르몬에 대해 살펴보자.
연애 시절,
이성을 만날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고 이전에 만났던 시간이 자주 떠오르는 것 역시 행복감 때문이다. 만나서 오래 함께 시간을 보낸 후에도 또다시 헤어지기 싫다며 서로 바래다주는 행위를 반복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 역시 기분이 좋아서 저절로 하는 것이다. 의욕이 샘솟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영향을 주는 도파민은 주로 20대 전후로 왕성하게 분비된다. 도파민이 최대로 분비되는 이 시기에 연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간혹 이별을 했더라도 이 나이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다. 그 힘도 어쩌면 이 호르몬 때문인지 모른다.
이후 나이가 들면 도파민의 분비는 점차 줄어든다. 노년기엔 거의 분비되지 않아 연애 감정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다행이다.
결혼하면 부부는 할 일이 훨씬 많아진다. 남편과 아내 역할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부모 역할까지 집중해야 한다. 그 밖에 양쪽 가정에서 부여받은 새로운 역할까지 수행하려면 힘의 분배가 필요하다. 배우자에게만 의욕적일 수 없다. 그래서 연애 시절처럼 두 사람에게만 전념하지 못한다.
만약,
결혼 후에도 도파민의 분비가 왕성하게 이루어진다면 두 사람이 매일 뜨거운 감정을 찾느라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역할에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도파민이 식욕과 성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야외 활동은 비타민D와 더불어 세로토닌의 분비를 돕는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20대의 사랑을 더 열정적이고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런 호르몬의 분비 때문이다. 다른 시기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연애와 사랑을 통해 결혼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후에도 결혼은 할 수 있겠으나 이 시기보다 비중은 작아진다. 30대가 훌쩍 지나고 나면 딱히 비혼주의자가 아니어도 결혼의 동기가 낮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혼은 개인적인 의지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의무로 여기는 예가 많다.
결혼을 주관적인 행복과 연결 짓는 이유도 사회적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이성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호르몬 분비로 생성되는 변화로 시작된다면, 결혼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회적 역할 때문이다. 가족의 사회적 기능이 존재하기에 성인기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당위적 의무를 스스로 부여한다.
20대 성호르몬의 분비는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게 하는 과정에 한몫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호르몬의 분비 때문에 이성 간에 육체적 사랑에 해당하는 섹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40대 이후 관계가 차츰 소원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권태기 이유 중 하나는 부부의 성관계 유무에 있다.
결혼 후 배우자와의 지속적인 스킨십이나 섹스는 연애 감정을 느끼게 하고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해 준다는 연구가 있다. 두 사람에게 연애 시절처럼 활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성관계없는(sexless) 부부로 살면 부부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성이나 부부간 친밀감을 유지하는 행위 중 하나가 섹스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두 사람의 관계에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따라서 부부간에도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섹스에 대한 집착이나 소홀은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하므로 두 사람 간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하는 커플 대부분은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긍정적이다. 결혼을 통해 서로가 배우자가 되는 것을 희망한다. 부부가 되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혼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폐지되지 않는 사회제도 중 하나이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출발하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두 사람의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위해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 연합에 집중해야 한다. 오롯이 두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혼의 의미가 재해석된다. 이런 노력을 하려면 서로에게 좋은 결혼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 나에게 딱 맞는 결혼 대상자란 어떤 사람일까?
다음 편에서 생각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