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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부터 지하까지  매력 만점,  카파도키아

비경을 만나고 숨겨진 지하도시에 다녀오다

by 담소 Feb 17. 2023

지금은 새벽 다섯 시, 밖은 아직 어둠이다.

우리는 어제 노을을 보러 올라갔던 선셋 포인트로 서둘러  향했다.

이른 새벽길을 걷는 이유는 카파도키아에 오면 반드시 하늘에 떠 있는 벌룬들을 찍어야 한다는 남편의 계획획을 이루기 위해서다.

차가운 새벽 공기의 청량함에 몸에 소름이 돋는다.


언덕에 오르니 벌써 벌룬을 찍으려고 온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좋은 장소를 잡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한다.

다들 우리처럼 잠이 깨자마자 나온 탓인지 얼굴과 머리들이 부스스하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니 가장 좋은 순간을 찍기 위해서 서둘러 나오느라 본인의 치장엔 신경 쓸 시간과 여력이 없기도 할 것 같다.

나 또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서둘러 나왔으니 말이다.ㅎㅎㅎ

사실 카파도키아는 최소한 최소한 이틀밤은 자야 하는데 하루는 벌룬을 직접 타는 경험을 하고 또 하루는 지상에서 하늘에 떠있는 벌룬을 사진으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카파도키아에서 하룻밤만 묵는 걸로 계획을 했고 오래전 이미 벌룬을 타본 남편은 지상에서 사진을 찍기로 하고 나 혼자 벌룬을 타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서 타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짜릿한 스릴을 느껴야 멋진 순간이 될 텐데 나만 혼자 하늘로 올라가 즐기기엔 마음이 불편했다. 또 한편으론 굳이 비싼 돈(약 30만 원)을 들여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긴 했다.


넓은 광야엔 수많은 무리의 벌룬들이 하늘로 오르려는 힘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벌룬이 하늘로 오르기 전의 벌판

우리가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해도 뜨기 전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부지런한 벌룬들이 막 오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벌룬에 압도당했다.

아~~

하나... 둘... 셋...

서서히 벌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 감동은 뭐지?

이 아름다운 광경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왠지 모르게 내 맘이 너무 쿵쾅거린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귀엽고 소담한 벌룬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직접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과는 전혀 다른 풍경과 분위기를 연출한 채 하늘로 오르기를 준비하고 있다.

벌룬에서 내뱉고 있는 굉음... 그리고 벌룬 안에서 약 20~30명의 사람들의 긴장된 표정과 감탄의 소리들...

그 장면을 보는 내 가슴이 이렇게 벌렁벌렁 거리는데 안에서 타고 있던 사람들이야 오죽했을까 싶다.

탈걸 그랬다. ㅠㅠ


그중 이미 몇 개의 벌룬들은 해가 솟아오르는 쪽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마치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말이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아 벌룬이 뜰 수 있었고 하늘도 맑아 사진 찍기에도 좋은 날씨였다.

하늘에 떠오르는 벌룬들과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그리고 서서히 주변을 밝히는 일출...

동쪽에선 붉게 해가 솟아오르고 알록달록 예쁘게 치장된 벌룬들이 바람 없는 하늘에서 얌전하게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답다.


벌룬마다 높이도 방향도 다양하다. 높게 솟은 기암괴석에 가까이 가기도 하고 멀리 산을 넘어가기도 하고 더 높이 오르기도 낮게 날기도 하는 등 벌룬들의 다양한 운행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점점 내가 있는 곳 가까이 다가오는 벌룬은 하늘에 떠있기 위해 굉장한 소리를 내며 애쓰고 있었고 그 안에 탄 많은 사람들을 환희의 경지로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었다.  

벌룬을 타고 하늘에 떠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역시 터키 여행의 백미가 카파도키아에서 벌룬을 타는 거라고들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기차는 새벽에 떠났는 걸... 

우리는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벌룬 탑승은 다음 여행(?)으로 미룬 채 우리는 언덕을 내려오며 그나마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장관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카파도키아에서 벌룬을 볼 수 있는 날도 많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언덕에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하러 옥상 테라스에 올라갔는데 여전히 하늘에는 벌룬들이 떠있다.

미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식당 안에는 정성이 담긴 멋진 메뉴들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다.

셰프와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들과 다양한 과일들, 쨈과 치즈, 버터 그리고 여러 종류의 달콤한 바클라바(Baklava)들까지 친절한 서비스와 내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들이 행복한 아침식사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팁으로 30리라를 내고 왔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봉사료였다.     

멋진 숙소와 훌륭한 아침식사, 그리고 최고의 서비스까지...

누군가가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 간다면 반드시 이 숙소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숙소 주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오늘의 스케줄을 위해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나와 ‘괴레메 파노라마(Goreme Panorama)’라는 장소에 들렀다.

높은 곳에서 드넓게 펼쳐진 괴레메의 기이한 장관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마지막 장소였다.

괴레메의 넓은 평원과 기암괴석들은 어제도 보고 지금도 보지만 볼수록 신기하고 멋진 장대한 광경임에 틀림없다.

눈과 마음속에 꼭 간직하고 오래 기억해야지...     

Goreme Panorama에서 본 괴레메 전경


이어서 'Pigeon Valley'를 방문했다.

비둘기 계곡이라 불리는 이곳은 비둘기를 많이 키웠던 계곡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숨어 사는 동안 비둘기는 통신 수단이 되어주고 또한 와인을 재배할 수 있는 배설물을 생산해 주는 유용한 새였다고 한다.

트랙킹을 하면서 기암괴석에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구멍이 많이 보여 그게 뭘까 궁금해했는데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비둘기집이 있는 동굴집


우리는 아래로 내려가 계곡 트랙킹을 해보기로 했다.

계곡인데 물이 말라있다. 물이 흘렀으면 훨씬 더 멋진 계곡 트랙킹이 되었을 텐데...


멀리 우치히사르 언덕이 보인다.

언덕에 있는 집들이 마치 비둘기집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사실 비둘기집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트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이 내가 사는 아파트를 멀리서 볼 때도 분명히 비둘기집이라고 할 것이다.

우치히사르 언덕의 동굴집이나 내가 사는 아파트나 사실 우리는 그렇게 멋진 주택에서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했지만 우리는 원해서 살고 있다는 차이...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계곡을 계속 걸어가 보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트랙킹일 뿐이다.

우치히사르까지 가서 돌아오기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에 약 1시간가량 걷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삭막한 계곡에 신기하게도 사과나무가 있다.

따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꾹 참았다.


Pigeon Valley의 사과나무




이제 지하도시를 탐험하러 간다.

지하도시의 발견은 길 잃은 양을 찾으러 동굴로 들어간 양치기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전해오는데 현재까지 무려 40여 개의 지하도시가 발견되었고 그중 일부만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지하도시는 '데린쿠유 지하도시(Derinkuyu undergraoynd city)'와 '카이막클리 지하도시(Kaymakli undergraoynd city)'로  현재 이 두 장소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가장 큰 동굴 주거 단지 중 하나"로 설명되고 있다.

지하도시의 건설은 로마 시대에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은 무리를 지어 카파도키아의 한 마을인 괴레메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그들은 부드러운 응회암이 유용하고 집을 짓기 유연한 재료라는 사실을 깨닫고 부드러운 암석을 파서 손으로 만든 동굴, 즉 주거 공간, 교회, 마구간 및 창고 등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지상에서는 지하로 통하는 입구를 전혀 찾을 수 없도록 위장했고 그 출입구조차도 동굴이나 우물로 가렸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그들은 침입의 위협을 받으면 이 터널로 도망쳐 미로와 같은 구조에서 지내며 침입자들로부터 그들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우리는 어젯밤 이들처럼 위급하고 급박한 상황에 몸을 숨기기 위해 동굴숙소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경이롭게도 과거 이들이 지냈던 동굴에서 그들처럼 잠을 잤던 것이다.



먼저 카이막클리 지하도시(Kaymakli undergraoynd city)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흥분이 되는데 이런 긴장감 있는 설렘은 오랜만이다.

몇 천 년 전에 이렇게 깊은 땅속까지 사람들이 집을 지어 생활한 모습을 실제 보고 느껴보는 경험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땅 아래로 내려간 깊이가 거의 10층이고 좁은 통로로 연결된 이 지하 도시는 한 번에 최대 10,000명을 숨길 수 있었다고 한다.

카이막클리 지하도시는 우물로 환기구를 위장했고 입구를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돌로 된 문을 막아 그들의 안전을 유지했다.

돌문과 와인 저장소

약 50분가량의 어둡고 좁은 지하 미로 도시 탐험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숨어 살기 위해 땅속으로 계속 깊이깊이 터널을 뚫어 살아야만 했던 그들...

낮에는 눈에 띄기 쉬워 밤에만 움직였다고도 하는데 한 사람도 간신히 돌아다닐 수 있는 이 좁은 공간, 허리도 곧게 펼 수 없는 이 어두운 공간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싶다.

복잡하고 어렵게 이루어진 설계에 이 지하도시에서 영영 길을 읽고 나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도 순간순간 들었다.

한마디로 동굴 안의 면적은 어마어마했으나 걸어 다니는 통로의 높이는 허리를 필 수 있는 곳이 없을 만큼 낮았고 통로의 폭은 오로지 한 사람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왕래가 불가능한 좁은 길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관광객이 많았더라면 오고 가며 기다리는 시간도 상당히 소요될 것만 같다. 

여기저기서 몸이 고통스러운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90도 이상 허리를 굽혀 걸어야만 하는 통로도 많아서 나중에는 내 허리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키가 작은 나야 그렇다 쳐도 키가 큰 외국인들은 정말 힘든가 보다. 그들의 얼굴의 표정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이렇게 몇 분 만 허리 굽혀 걸어도 걷기 힘든 이곳을 그 당시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숨어 지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동굴 안에는 교회도 지어졌고, 한 가족이 사는데 필요한 침실과 거실, 주방 등 다양한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손으로 만든 암석의 벌집 모양 구조에는 동물을 묶는 데 사용되는 손잡이가 있는 마구간, 공기 순환을 위한 구멍이 있는 벽, 한때 부엌이었던 검게 그을린 벽 등 과거 삶의 분명한 흔적이 남아 있어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아마  그 당시 그들은 지하에서 아래 그림처럼 살았을 것 같다.

지하도시 상상도(출처 journey era)

현재 발굴된 것 만해도 이렇게 어마어마한데 만약 계속 발굴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카파도키아는 새로운 별명을 가진 도시가 될 것이다.

“지하도시 카파도키아 ”라고 말이다.


지하동굴도시 탐험을 마치고 나오니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고 허리를 곧게 펴는데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대 인간들의 삶에 대한 경이로운 노력과 위대한 증거들을 절실히 체험했던 시간이었다.




우린 카이막클리 지하도시를 떠나 또 하나의 지하도시 데린쿠유로 향했다.

데린쿠유 지하도시의 발견은 Nevsehir 지방의 한 현지인이 자신의 집을 개조하기 위해 벽을 무너뜨렸는데 그때 그는 이상한 방을 발견했고 계속해서 더 파내면서 동굴의 방이 이어진 복잡한 터널 구조를 발견한 것이었다.

데린쿠유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지하도시이기 때문에 카이막클리 지하도시보다 더 크고 웅장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내 생각엔 데린쿠유보다 카이막클리가 규모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도시의 내부에 대한 설명도 카이막클리의 지하도시가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하지만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카이막클리보다 더 깊게 내려갈 수 있었다.

이 지하도시는 와인저장고와 마구간 그리고 예배당, 창고 등이 있는데 넓은 방은 천장이 아치형으로 되어있어 놀랍다.

50m 깊이 아래로 뚫린 환기구도 보였는데 이 장소는 우물로 사용된 것이지 싶다.

아치형 천장과 돌문이 보이는 지하도시
지하도시의 주방과 도구들

관광객이 많아진 탓인지 동굴 중간 지점에 오자 직원 한 명이 안내를 하고 있다.

통로가 좁고 위험해서 앞서 내려간 사람들이 모두 올라온 뒤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내려갈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설명하길...

카이막클리와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본인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카이막클리와 데린쿠유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글쎄...

어떤 정보가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카이막클리와 데린쿠유의 지하도시가 연결되어 있다면 그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다.

두 마을을 연결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지하도시의 규모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고학자들은 여전히 카파도키아에는 수백 개의 지하 도시가 있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언제가 이 지하도시가 모두 발굴된다면....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되는 일이다.


휴~~

겨우 두 곳의 거대한 지하도시를 탐방했을 뿐인데 몸이 지친다.

하지만 경이로운 경험을 하니 뇌와 마음은 여전히 생기가 돈다.



 

데린쿠유에서 나와 유적지와 박물관이 있다는 규젤유르트(güzelyurt) 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Güzelyurt 마을의 처음 이름은 "Karballa"였고 셀주크 시대에 "Gelveri"로 변경되었으며 1965년에 현재의 이름 Güzelyurt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우리가 가려는 으 흘라라(Ihlara) 계곡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로 현재 이 마을에는 2,000명이 채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먼저 뮤지엄(Manastirlar Vadisi)을 방문했는데 많은 유적지들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적막하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아무도 없나 보다.


구석기시대의 주거형태들도 있고 유명한 교회 자미(Kilise camii)가 있다.

성 그레고리우스 교회로도 알려진 '규젤유르트 교회 모스크(Kilise camii)'는 카파도키아 초기 기독교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역사적 및 건축적으로 정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고 한다.

자미의 외관이 비잔틴 양식인걸 보면 교회를 오스만 시대에 자미로 바꾼 듯했다.  종탑이 미나레로 바뀌어 있다.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문이 닫혀있어 아쉬웠다.

Manastirlar Vadisi

조금 걸어 들어가니 이곳에도 침입자들의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지하도시가 발굴되어 있었다.

앞서 방문한 지하도시 두 곳처럼 정교하게 잘 발굴된 곳은 아니지만 로마군인을 피해서 지하에서 살았다는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도시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 어두 컴컴한 공간이 무섭기도 하고 동굴 내부의 오가는 길이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 내딛는 걸음에 조심해야 했다. 이 순간 마치 내가 고고학자라도 된 듯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좁은 통로를 통해 내려가기도 위험했고 또 보이지 않는 컴컴한 공간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 겁도 났다.


아래로 더 내려가는 건 포기하고 옆으로 연결된 곳으로 이동하면서 살펴보니 공간들이 제법 넓고 평평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카이막클리와 데린쿠유에서 볼 수 없었던 화장실이 존재했다.

어느 글에선가 지하도시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본 것도 같은데 이곳에서는 만들어 사용을 했던 것이다. 

동굴지하도시를 여기저기 오르내리며 탐험했더니 많이 지친다.



마을로 다시 나오니 마을 역시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규젤유르트(güzelyurt) 거리다.

이런 마을에서 점심을 한가롭게 먹는 것도 괜찮다 싶은 생각에 식당을 찾아보았다.

어렵게 발견한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주인아저씨께서 쾨프테를 직접 빚고 계셨다.


쾨프테를 직접 빚고 계신 할아버지

밝은 미소로 어서 들어와 식사를 하라고 하신다.

인상이 좋은 할아버지와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쾨프테를 넣은 빵을 만들어주셨다.

방금 만든 괴프테를 그 자리에서 직접 구어 빵에 넣어 주시니 지금까지 먹어 본 쾨프테 요리 중 가장 맛나다.

빵이 맛있다고 말하자 오히려 주인아주머니께서 감사하다며 가슴에 손을 얹으며 환한 미소로 답해주신다.

시골 마을에서의 여유롭고 기분 좋은 점심 식사였다.




규젤유르트를 출발해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 '으흘라라(Ihlara) 계곡'으로 향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절벽들이 마치 정교하게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멋진 모양으로 계곡을 감싸고 있으며 절벽 아래에는 힘찬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트랙킹 코스이다.

으흘라라 계곡 트랙킹 지도

물이 제법 많이 흐른다.

우리는 계곡 전체를 걷기엔 무리가 될 듯해서 3.5Km의 코스를 선택해 걷기로 했다.

양 쪽으로 어마어마하고 괴기한 그림의 병풍과도 같은 멋진 절벽이 감싸고 그 아래는 강물이 흐르니 강을 따라 걷는 트랙킹은 저절로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걷는 길 곳곳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흥미 있는 모양의 벤치들이 트랙킹 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는 물론 휴식을 제공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강물에 발을 담그며 잠깐 쉬기도 했는데 오래 담그니 발이 시려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인데도 물이 많고 흐름도 세차다.

그런데 3.5km를 걷고 나니 돌아가려는 길이 꽤 멀게만 느껴진다.

아침부터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지 다리가 무거워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걸어 돌아왔을 텐데 이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ㅠㅠ


주차장에 도착하니 과일주스를 팔고 있는 가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직접 갈아 주는 수박주스가 한국 돈으로 이천 원 정도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다.

수박주스 한잔이 오늘의 피곤을 날려준다.



이제 서서히 우리의 숙소가 있는 콘야(Konya)로 떠나야 한다.

콘야는 튀르키예에서 제법 큰 도시다.

안탈리아(Antalia)까지 쉬지 않고 가기엔 먼 거리라 중간에 묵을 도시로 콘야를 선택했는데 원래 머물기로 했던 숙소는 집주인의 급작스런 사정으로 취소되었고 결국 우리는 급히 바꾼 호텔에서 머물러야 했다.


저녁식사로 근처 식당에서 되네르 케밥을 주문해 먹었는데 썩 맛있는 식사도 아니었고 식사 후 거리를 산책하려 했지만 밤 시간에 돌아다니기엔 적절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호텔로 돌아와야 했다.

일찍 잠을 자고 내일 서둘러 콘야를 떠나야겠다는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친다.


 



이 글은 2022년 9월~10월에 걸쳐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쓴 글입니다.

튀르키예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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