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청록색 지중해에 빠지다

케메르(Kemer)에서 스쿠버 다이빙 투어를 하다

by 담소 Mar 15. 2023

오늘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케메르(Kemer)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Scuba Diving) 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라 이른 새벽에 안탈리아를 떠나야 했다.

하룻밤 머물고 가는 안탈리아지만 언젠가 다시 올 때에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마음에 새겨 둘 도시이다. 



튀르키예 리비에라 중 숨 막히는 풍경을 선사하는 도시이자 지중해로 떠나는 휴가에서 놓치면 안 되는 도시 중 하나가 '케메르(Kemer)'이다.

케메르에 도착해 보니 작은 바닷가 마을일 거라 생각했던 내 짐작은 틀렸다.

널따란 마리나에는 멋진 배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많은 유적과 고풍스럽고 멋진 호텔이 많았던 안탈리아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해안가 도시였다.

파란 하늘아래 진한 청록색 지중해에 떠있는 하얀 요트...

튀르키예는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관광지들이 정말 많다. 

어딜 봐도 그림엽서로 손색없다.

  

케메르 바닷가 선착장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트를 타고 먼바다 두 곳을 돌아다니며 종일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투어를 한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벌써 들떠 있었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오기 전 투어를 17유로(23,000원)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예약을 했는데 한국 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바다 수영은 물론 배에서 준비해 주는 점심도 먹고 스쿠버 다이빙을 두 곳에서 하게 되는 스케줄로 많은 나라의 관광객들 약 40여 명이 모여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중에는 부산에 사업차 몇 번 다녀갔다는 캐나다 밴쿠버(Vancouver)에서 온 중년 남자분, 아들 셋을 키우느라 부부끼리 여행은 처음이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에서 온 젊은 부부, 아랍에서 온 중년 여성 친구 두 분, 젊은 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였다.    

 


지중해 깊은 바다에서 스킨 스쿠버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실제 꿈꿔왔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져 좋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려니 조금은 겁이 난다. 

한국에서는 실내 수영장에서 스쿠버 다이브 연습을 해본 적이 있을 뿐 실제 바다에서 해보긴 처음이다.

하지만 가이드가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내내 내 옆에 따라다니니 안심하라고 말해준다.


무거운 장비를 하고 처음으로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무음이다. 

내게 들리는 소리라고는 입으로 뱉고 들이마시는 내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적막이 흐를 뿐이다.

하지만 물살을 헤치고 나가는 바닷속은 무궁무진하다.

독특한 바위들과 해초,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많은 물고기들이 내 옆을 지나고 내 몸과 다리를 미끄러지듯 스치고 지나간다. 

내 다리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내 얼굴 가까이 와서 나를 보고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옆에 있던 가이드가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며 손가락으로 문지르라는 표현을 한다.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니 갑자기 주변에 있던 물고기들이 나에게 떼로 모여든다. 내가 먹이를 주는지 아는 모양이다.

순간 몰려들어 놀라기도 했지만 신기하고 재밌다. 

오로지 내 숨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친구들은 물고기들뿐이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정적만 흐르는 깊은 바닷가를 유유하게 유영하는 이 순간이 무척 자유롭고 황홀하기도 하다.

깊은 바닷속에 있는 이 순간이 짜릿하고 무척 매력적이다.     

이미 잠수를 하고 올라온 사람들도 무척 신이 나 있다.

놀랍고 흥분된 감정으로 서로 바닷속 체험의 느낌을 말하며 기쁨을 나누는데 우리도 빠질 수 없다.

중독될 경험이다. 




보트에 올라오니 점심 식사 준비를 하는지 보트 전체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긴다.

식사 메뉴는 볶음밥과 돼지고기구이, 빵 그리고 샐러드. 

음식이 아주 푸짐해 다 먹으니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점심 식사 후엔 소화도 시킬 겸 바다로 다시 들어가 수영을 하기로 했다.

바다에서 몸을 담그며 수영을 하는 시간이 내겐 무척 편안하고 좋다.

바다 절벽에 동굴이 보여 동굴까지 수영을 해서 들어가 보니 동굴 안이 아늑하다.

컴컴하지만 잠시 머물러도 좋을 편안함이 느껴진다. 

바다에서 한참 놀고 나니 다들 몸이 피곤한지 오수를 즐긴다. 

우리도 보트에 올라와 잠을 청해 보지만 나는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옆에서 잠을 곤히 자는 남편이 갑자기 부럽다.

잠시 눈을 붙였나 싶은데 1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다.

몸이 개운하다.



두 번째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두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오전에 첫 잠수를 할 때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흥분이 된다.

역시 처음 보다 바닷속이 훨씬 더 아늑하고 편안하다.

깊은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도 더 많이 보인다. 

붉은 줄무늬의 물고기, 파란빛이 나는 물고기, 노란 줄무늬의 물고기....

어떤 물고기들은 한꺼번에 몰려다니기도 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할수록 중독이 되는 사람이 있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도 남편처럼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바닷속을 드나들고 싶어 진다.


어둡고 적막한 깊은 바닷속은 오히려 나 자신만을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으며 나의 감각들이 무척 예민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상에서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름을 맛본 세상이었는데 바닷속 세상을 접한 나의 오감은 흥분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고 이젠 헤어질 시간이다.

모두들 멋진 여행이 되길 빈다는 인사를 하며 갈 길을 간다.     

우리도 오늘의 숙소가 있는 카쉬(Kaş)로 가야 한다.     

 


카쉬(Kaş)로 가는 길.

튀르키예 남서부의 청록색 해안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있는 휴양지로 비교적 때 묻지 않은 곳이다.

약 2시간 정도 운전을 하는데 피곤하지 않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놀아서 그런가 보다     

하루종일 지중해와 함께 했는데도 바다가 보이자 또 설렌다.

잔잔한 지중해....

가는 길 옆으로 지중해가 한참 동안 친구가 되어준다.

바다엔 낚시를 하는 사람도 보인다.

노을이 진다. 

절경이다.

노을과 함께 아름다운 절경을 뽐내더니 노을 진 붉은 여운이 남아있는 하늘에는 반달이 들어선다.

우리의 해변 드라이브에 멋진 장관이 뜻밖의 선물로 다가온다. 

 

  

서서히 어두워져 지중해에도 밤이 내리고 바다색이 검게 변하니 맑고 아름답기만 하던 지중해가 갑자기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숙소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 식사 메뉴로 스테이크용 고기와 체리주, 그리고 맥주를 샀는데 소고기 스테이크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드디어 카쉬에 들어섰다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숙소까지 찾아가는 길이 정말 쉽지 않다.

시끌벅적한 중심가보다는 한가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묵는 걸 더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외딴 마을에 숙소를 정했는데 산 길이라 깜깜하고 좁은 길에서는 쉽지가 않다.

구불구불 높고 좁은 도로를 운전해 무사히 도착한 숙소는 주인도 친절하고 무척 아늑한 곳이었다.

산 정상이라도 오를 듯한 높고 험한 산길을 운전해 온 보람이 있다. 

제일 먼저 발코니에 나가보니 밤에 보는 마을 불빛도 하늘에 떠있는 별도 참 선명하다.

그런데 파도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바다가 바로 옆에 있나 보다.



고기를 굽고 와인과 맥주 그리고 과일을 차려 놓고 나름 저녁 만찬(?)을 즐긴다.

아름다운 지중해에서 첫 스쿠버 다이빙 체험 성공을 축하하며... 

오늘도 잘~~ 놀았다!!     





이 글은 2022년 9월과 10월에 걸쳐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이전 10화 튀르키예식 리비에라(Riviera)의 관문 안탈리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