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klikent Canyon, Mud spa, Marmaris
카쉬(Kaş)에서 출발, Kaputas beach(카푸타쉬 비치)를 향해 떠났다.
카푸타쉬 비치가 아름답다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어제 보트투어에서 만났던 신혼부부가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해 준 비치이기도 해서 들러가기로 했는데 운전을 하며 가는 길이 아주 근사하고 멋진 풍경이다.
해변 도로를 약 30여분 운전하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해변도로보다 더 근사하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동해를 가면 아름다운 해변도로를 만날 수 있지만 지리적 조건과 자연환경이 한국과는 많이 다른 튀르키예와의 해변도로와는 비교가 되니 감동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카푸타쉬 비치에 도착했는데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서너 사람만이 바다에 들어가 있다.
갑자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너무 기대를 했나! 평범하고 자그마한 비치였다.
튀르키예에는 아름다운 비치가 너무 많아 내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절벽 사이에 만들어진 움푹 들어간 아담한 비치로 물색이 아름답지만 일부러 찾아와서 즐길 정도의 비치는 아닌 것 같다. 또한 수영을 하기에는 파도가 많고 해변이 좁은 수영장이라 내가 선호하는 비치는 아니다.
대신 다른 비치와는 달리 샤워시설과 선베드 이용이 무료이니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는 있을 듯싶다.
남편은 훌러덩 옷을 벗고 바다에 들어간 사이 나는 잠시 쉬면서 해변을 걸어본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비치는 누가 뭐라 해도 그리스(Greece) 크레타(Creta) 섬의 발로스(Balos) 비치다.
카푸타쉬 비치도 물론 아름답지만 발로스 비치에 비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카푸타쉬 비치를 떠나 오늘의 메인 활동인 Saklikent Canyon 탐험을 하러 Seydikemer의 Muğla 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카쉬(Kaş)에서 65km 떨어져 있는 곳인데 운전하며 가는 길이 어려워 체감상 훨씬 더 먼 곳으로 여겨졌다. 다른 때와는 달리 좁고 험한 길이 계속 이어져 운전이 쉽지 않았다.
캐년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곳임이 느껴진다.
깊고 긴 계곡이 이어지는 이 협곡은 지중해에서 가장 독특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곳으로 초입부터 가파른 절벽, 거친 급류등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하고 있었다.
튀르키예어로 Saklıkent라는 단어는 "숨겨진 도시(hidden city)"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 의미대로 이곳은 깊은 산속에 숨겨진 비밀장소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입구에서는 헬멧들과 함께 캐녀닝을 도와주는 헬퍼들이 기다리고 있다. 길이 위험해 헬퍼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유혹을 하는데 우리는 여유 있게 다녀오면 된다는 생각에 거절을 하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다.
Saklikent 협곡의 높은 절벽은 협곡 내부에 빛을 거의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을 헤쳐가야 하는데 유속이 빠르고 물이 많아 밧줄을 잡고 건너야 했다.
다행인 것은 초여름에는 허리 높이의 얼음물이 되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물의 깊이가 낮아져 지금은 그나마 건너기 쉬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물을 건너가고 헤쳐가며 바위를 넘고 오르는 힘든 과정이 계속 이어졌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는 길이 역시 쉽지 않다.
때로는 험한 돌길을 걸어야 했고 또 강물이 나타나면 거센 물을 거슬러 가야 했다. 특히 바위들이 많아 두 손과 두 발을 한꺼번에 사용하며 기이한 자세(?)로 넘어가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계곡 물줄기의 활기찬 소리, 주변에서 울리는 새 노래,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은 무척 상쾌하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또 계곡을 계속 걷다 보면 기암괴석과 주변의 독특한 형상으로 서있는 절벽이 눈앞에 펼쳐져 색다른 눈요기도 할 수 있었다.
걷다 보니 20여분 지났을까? 결국 거대한 바위들이 나타나 우리의 가는 길을 막는다.
문제는 그 바위가 너무 높아 바위를 넘어 앞으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거다.
남편이 먼저 나를 높이 들어 올려보지만 어림도 없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캐녀닝(Cayoning)이 이런 건가 싶다.
여기서 포기를 하고 되돌아가야 하나 몇 분 동안 낑낑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때마침 우리 뒤에서 오는 젊은 커플이 보였다.
튀르키예인들이었던 그들과 우리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기꺼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두 남자들이 서로를 밀어주며 먼저 올라가고 바위 위에서 아래 남아있는 여자들을 끌어올려 주어야 했다.
남편과 나, 둘 만으로는 결코 해내지 못했을 순간이다.
이렇게 몇 번씩 어려운 구간이 나타날 때마다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끌어올려주고 밀어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 canyoning을 계속해 나가야 했다.
물론 이렇게 힘든 구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계곡을 지나다 보니 바닥이 진흙으로 된 곳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주변 바위에는 진흙으로 붙여놓은 이니셜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이 오가며 잠시 이곳에서 쉬면서 재밌는 놀이를 했나 보다.
우리도 진흙을 손바닥에 잔뜩 묻혀 바위 위에 손도장을 찍으며 우리의 표적을 남겨본다.ㅎㅎㅎ
대략 1시간 정도 걸었을까?
마침내 우리 앞에 작은 폭포가 나타났고 우리 캐녀닝(canyoning)의 종착지임을 알린다.
야호!!
결국 우리 팀(?)은 cayoning을 완수했고 서로 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함을 표시하며 헤어졌다.
이래서 헬퍼가 필요하다고 했나 보다.
되돌아오는 길...
헬퍼와 함께 캐녀닝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우리처럼 헬퍼 없이 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는지 알고 가는 걸까?' 생각하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힘든 상황에 접하게 되면 우리처럼 서로 도와주며 헤쳐나가겠지...
인종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어려우면 서로 도와주고 함께 이뤄내면서 기쁨을 나누는 본능...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고 그 덕에 이렇게 우리는 계속 여행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들었지만 마치고 나니 기분이 무척 상쾌하고 매력적인 cayoning이었다.
해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마음도 뿌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약 2시간 넘게 힘들게 걷고 오니 배가 고프다.
공원 앞에 있는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라흐마준(Lahmacun)과 토스트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데 아주 꿀맛이다.
역시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입맛이 저절로 돋는다.
이제 숙소가 있는 도시 '마르마리스(Marmaris)'를 향해 가야 한다.
도중에 유명한 Mud Bath spa가 있는 Dalyan마을에 들러가기로 했는데 Dalyan의 머드 목욕은 자연의 마법 혼합물 머드로 원기 회복에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격한 움직임이 많아 몸이 많이 지쳐있던 우리는 머드 목욕으로 피부와 원기를 회복해 보겠다는 마음에 'peloid Hamam spa'에 들어갔다.
스파 입구에 있는 카페와 기념품을 파는 곳이 우리를 먼저 반긴다.
이곳을 지나니 진한 유황 냄새를 풍기는 따뜻한 온천수가 거품을 내며 진흙탕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우리를 안내하는 직원이 머드 목욕을 한 후에는 노화된 피부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믿어보자!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엔 러시아 인들이 많이 와 있는데 단체 여행으로 온 듯하다.
그런데 마음이 조금은 불편하다.
자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징병되어 나가는 심각한 상황인데 다른 나라에 여행을 와서 웃고 즐기는 러시아인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머드가 있는 얕은 웅덩이에서 느긋하게 쉬고 몸과 얼굴에 머드를 잔뜩 발라보기도 한다
이 스파에는 얼굴, 등, 헤어 그리고 관절에 좋은 머드들이 각각 방으로 나뉘어 있어서 모두 들어가 발라보았는데 효과가 얼마나 크고 다른지는 모르겠다.
한쪽에는 따뜻한 미네랄 스파도 있어 그곳에서 몸을 담그고 있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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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머드를 하고 난 후 내일 아침이 되면 5년이 젊어진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믿어볼까?
짧은 시간이지만 머드를 바르고 난 후 만져보니 거칠었던 피부가 좋아짐을 느낀다.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ㅎㅎㅎ
Dalyan을 출발해 한 시간 정도 운전했을까?
마르마리스(Marmaris)에 점점 가까워짐을 알리는 '꿀'에 대한 홍보가 많다.
이곳은 튀르키예에서 소나무 꿀로 이름난 고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 꿀은 벌이 소나무 잎 수액을 빨아먹고 벌의 체내에서 대사작용이 이루어지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귀한 소나무 꿀을 우리도 한 번쯤 먹어볼 수 있을까 싶다.
도시에 들어가기 전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view point에서 마르마리스를 내려다보니 도시의 규모가 제법 큰 도시로 멋진 지중해를 끼고 있는 튀르키예 서남부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이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니 대로가 반듯하게 뚫려 있고 관광객들도 꽤 많다.
예약한 숙소 All inclusive pasabey Hotel에 도착했는데 개인별 70유로를 내면 모든 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고 식사는 물론 음료와 주류 등 모든 것이 FREE이다.
호텔이 크진 않지만 이용하기 편리하고 깨끗한 시설이라 쾌적하다.
실내 수영장에서 잠깐 수영을 한 후 하맘 스파에 가서 따뜻한 돌침대에 누워 목욕도 하고 핀란드식 스파에도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나오니 종일 무겁던 몸이 이제야 날아갈 것만 같다.
기분도 개운하고 모든 것이 OK다.
잠시 호텔을 구경하며 쉬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내려갔다.
뷔페였는데 얼핏 보기에도 정성스럽고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도시 이곳저곳에서 홍보를 하고 있던 소나무꿀이 테이블에 놓여 있어 취향껏 발라먹을 수 있도록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제공하는 음식들도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쾨프테, 케밥 종류가 아닌 고급지고 독특한 튀르키예 요리들이 차려져 있었는데 닭고기로 요리한 음식들, 다양한 생선요리, 쇠고기 요리, 수프, 샐러드, 과일 그리고 이름도 모를 많은 디저트들까지... 선택장애가 생기는 순간들이었다.
안내를 받아 식탁에 앉으니 원하는 드링크류가 있는지 묻는다.
우리는 화이트 와인을 부탁했는데 아주 맛이 좋다.
물론 이 드링크류도 무료다.
와인을 더 마시고 싶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내 위(胃)가 허락칠 않는다.
웃프다....
그래도 식사 후 디저트로 달달한 아이스크림은 빠뜨릴 수 없는 메뉴.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받아 들고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바람이 참 상쾌하고 선선하니 달콤함도 두 배다.
욕심껏 먹은 저녁식사로 무거워진 몸을 안고 방으로 들어갈 수 없어 밤거리 산책을 하기로 했다.
마르마리스 중심가를 걷는데 낮과는 다른 새로운 도시로 변해있었다.
거리엔 낚싯대 모양의 가로등이 멋지게 드리워져 있는데 이곳이 선착장 근처라 그런 것 같다.
대로엔 많은 가게들이 화려한 불빛들과 다양한 상품들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Dans eden fiskiyeler공원에 도착했는데 물줄기 힘찬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있는 5.19 청년광장의 멋진 분수도 물을 거칠게 뿜어대고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튀르키예의 공원 어딜 가든 분수에서 항상 물이 힘차게 솟구친다.
이곳 사람들은 분수를 좋아하나?
공원 벤치엔 시원해진 밤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거리엔 관광객들이 몰려나와 서늘하고 아름다운 마르마리스의 가을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선착장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요트들은 내일 투어를 떠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고 낭만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저녁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술 한잔 할까?' 남편은 물어보지만 도저히 내 위(胃)가 허락칠 않는다. ㅠㅠㅠ
늦은 밤 시간인데도 여전히 거리엔 생기가 도니 우리 기분도 덩달아 흥이 난다.
이곳은 그야말로 관광지다.
Grand Bazaar 간판이 눈에 들어와 내부로 가보는데 규모가 꽤나 커 잘못하면 길을 잃을 것도 같다.
이곳은 관광지라서 그런지 주로 신발, 가방, 옷들 그리고 휴양지에서 필요한 소품들을 팔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방문했던 바자르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바자르에서 나와 마르마리스 캐슬(Marmaris Castle)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이 성은 무려 2300년이나 된 성이라고 한다.
멀리서 봐도 밤에 보는 마르마리스 성의 외관이 꽤나 운치가 있는데 성의 외관을 밝히기 위해 밝혀 놓은 등 때문인 것 같다.
성으로 가기 위해 골목에 들어서자 중세풍의 고풍스러운 밤골목의 분위기가 풍긴다.
늦은 밤 시간인데도 돌길로 된 오래된 골목에는 기념품과 소품들을 파는 조그만 가게들이 아직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늦게 방문한 탓인지 성 내부에 있는 박물관과 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닫혀있어 아쉽고 안타깝다.
약 1시간 넘게 걸었더니 소화도 되고 서서히 내 다리도 무거워 온다.
벤치에 앉아 여전히 활기찬 공원 분위기를 느끼며 잠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난생처음 캐녀닝을 했고 머드 목욕도 했다.
낯선 곳에서 머물며 여행을 한다는 건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이고 몸과 마음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힘듦 그 자체도 즐겨야 하는 게 여행이며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도 일상생활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게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이 조금씩 변해감을 오늘도 느낀다.
점점 호텔로 돌아가서 쉬라는 신호가 오는지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데 눈도 감기고 몸도 자꾸 기운다.
꿈속에서 남은 여행을 이어가야겠다.
다음날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니 내 마음도 뻥 뚫리는 느낌에 기분도 저절로 업 된다.
호텔의 식당에 도착, 아침 식사도 어제저녁만큼이나 만찬이다.
매일 이렇게 먹었다가는 며칠 사이에 몸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날 건 뻔한 일이다. 이럴 땐 아무리 먹어도 몸무게에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ㅠㅠㅠ
청명한 하늘 아래의 호텔 수영장이 하늘만큼이나 깨끗하고 파랗다.
이 아름다운 날씨를 즐기려 수영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선배드에 누워 나름의 휴식을 즐긴다.
우리도 선배드에 앉아 책도 읽고 수영도 하며 잠시 여유를 갖는다.
멋지고 평화로운 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후 맛난 점심식사를 끝으로 마르마리스(Marmaris)의 알찬 1박을 보내고 또 새로운 길을 나선다.
이 글은 2022년 9월과 10월에 걸쳐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