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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그리스 마을을 만나다.

튀르키예 속 그리스 마을 쉬린제를 방문하다.

by 담소 Apr 11. 2023

그리스 작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작별 아나톨리아'라는 책에서 저자는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쉬린제(Şirince)가 반드시 천국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터키 작가 '사바하틴 알리(Sabahattin Ali)'도 나흘간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마을과 사랑에 빠졌으며 시린제를 '마법의 마을'이라고 언급했다.

문인들이 천국에 비유한 그런 곳을 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분주했던 도시 풍경을 등지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마을을 찾아 나섰다. 

지상의 천국, 마법의 마을이라고 찬사를 보낸 마을 '쉬린제(Şirince)'로 향하는 길이다.

이 마을은 우리의 여행 속도를 한 템포 늦춰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마을이자 튀르키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도 있는 산속 조그마한 마을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튀르키예 셀축(Selcuk) 지방의 작은 산악 마을 쉬린제(Sirince), 

올리브 나무로 덮인 구불구불한 산길을 약 20분 정도 운전해 올라가면 아름답고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산악 마을 쉬린제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마을은 깊은 산속에 있는 이유로 날씨가 나쁠 때는 방문하기 어려운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쉬린제 마을쉬린제 마을


쉬린(sirin)은 튀르키예어로 '즐거운, 사랑스러운, 달콤한'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뜻처럼 아주 귀엽고 독특한 전통 집들과 달콤한 와인들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이 이름은 최근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즈미르 주지사가 마을 이름을 바꾼 해인 1926년 이전에는 '못생긴, 보기 흉한'을 의미하는 Çirkince(쉬르킨제) 라고 불렸다. 

쉬린제로 이름을 바꾼 주지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 마을 역시 돌길로 된 좁은 골목길로 되어있어 자동차가 다니기는 불가능해 대부분 차들이 마을 입구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한 후 사람들만 마을로 들어간다. 

따라서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자동차 없는 마을에서 조용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마을을 산책할 수 있는 여유 있고 고즈넉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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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제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올리브로 만든 오일을 비롯한 제품들과 포도, 사과, 복숭아, 체리, 딸기, 오디로 만든 과일주가 대표적인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와인 가게를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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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제 와인샵


이곳에 오면 반드시 과일주를 먹어 보겠다고 벼르고 왔던바 우리도 와인가게에 들어가서 시식을 해보았다. 

과일주를 잔뜩 늘어놓고 시식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복숭아, 체리, 망고, 석류, 블루베리 등 다양한 와인들을 시식해 보는데 나는 석류 와인을 샀다.

다양한 과일주를 마셔본 탓에 알딸딸한데 석류주를 사고 나니 기분이 더 좋다. ㅎㅎㅎ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돌로 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좁은 길 사이 양쪽으로는 소품 가게와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이 들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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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쉬린제 마을의 모든 건물은 산비탈을 따라 오래된 돌길 위에 자리 잡고 옹기종기 모여있어 더욱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깨끗한 하얀 벽에 예쁘게 그려진 그림들은 마치 액자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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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제 마을의 벽화

오래된 전통 가옥이 늘어선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몇 년 전 방문했던 그리스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진하게 풍겨 잠시 나를 그리스 향기로 덮어 씌운다.

자연스러운 테라코타 타일 지붕과 덧문이 달린 창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품들을 작품처럼 사용해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형식의 다채로운 장식들과 테이블, 벽에 걸린 예쁜 화분과 담장 아래 놓아진 앙증맞은 꽃 화분, 그리고 하얀색 벽들.... 

어쩌면 이렇게 예술적 감각이 독특하고 뛰어날까? 

이러한 마을 분위기는 나를 마치 그리스의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그리스인들이 15세기 무렵 이주해와 형성된 마을로 약 600명의 주민 대부분이 그리스계인들이라고 하니 내가 그리스의 한적한 마을을 떠올린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이 마을을 계속 돌아다니면 누구나 진한 그리스 정경과 분위기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마을의 오래된 Church of Demetrius교회를 방문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한 교회였다. 마을 한 귀퉁이에 위치해 있는 이 교회는 사용되지 않고 있었으며 보존이 잘 안 되고 있는 듯했다.

1923년 이후에 모스크로도 사용되긴 했지만 지금은 그냥 방치된 채 개방되어 있는 장소였다.

교회의 실제 이름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이 교회의 내부엔 지금까지 프레스코가 선명하게 남아있고 아치형 천장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게 놀라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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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엔 두 개의 교회가 있다고 했는데 마을 골목길을 걷다가 지하에 지어진 세인트 존 침례 교회(St.John the Baptist Church)를 다시 만났다.

사진 전시회가 함께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교회 역시 잘 보존되지 않아 상태가 좋지 않다. 

교회 내부에 제단도 없고 사제도 없는 걸로 보아 예배 장소로 사용되지 않는 것 같고 정원에는 카페와 몇 개의 기념품 가게가 있을 뿐이었다. 

정원 중앙에 성모상이 있는 작은 웅덩이에 돈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데 웅덩이의 더 안쪽 부분에 동전이 들어가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져본다. 흥미롭게도 동전을 안쪽 부분에 떨어뜨려도 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내 소원은 꽝! 인가 보다.

모여진 동전은 수시로 모아 기부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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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골목 한 귀퉁이에서 직접 아몬드를 깨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시식을 해보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아몬드를 먹어보는데 굽지 않은 생아몬드인데도 맛이 떫지 않고 고소하다. 

우리는 와인과 함께 먹을 아몬드 한 봉지를 사기로 했다. 한 봉지에 30리라,  50리라를 할아버지에게 건네니 거스름돈을 주는 대신 두 봉지에 50리라를 주고 가져가라는 표현을 하신다.

얼른 받아왔다

“데셰퀴르 에데림(Teşekkür ederim)”ㅎㅎㅎ

   

시간도 마음도 참 여유 있는 하루다. 이렇게 하느작거리며 마을을 걷다 보니 서서히 해가 기운다.

마음은 여유로웠는데 하루는 빨리 저물어 쉬린제 작은 마을에도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가게들이 밝힌 고혹적인 불빛으로 쉬린제의 거리가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전체가 은은하고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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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레스토랑에서는 저녁식사를 하러 오라고 음악 소리를 밖으로 흘려보낸다.

귀에 익은 음악 소리에 이끌린 걸까?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는 멋진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그곳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양꼬치를 주문했는데 특유의 냄새도 없고 부드럽고 제법 맛나다.

나는 여행 중에는 특히 소식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매번 유혹을 못 이기고 잔뜩 먹고 난 후 나 자신을 원망한다. 오늘도 그랬다.

브런치 글 이미지 21


소화도 시킬 겸 밤산책을 하려는데 벌써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거리 전체가 어둡다.

낮에 보았던 아기자기하고 예쁜 쉬린제 골목은 사라지고 마치 중세의 캄캄하고 어두운 인적 없는 골목을 걷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북소리와 함께 전통악기를 불며 거리행진을 하는 악대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빵빵거리며 쉬린제 좁은 거리를 밝힌다.

축하할 일이 있나 보다.

아마 결혼식을 하고 난 후 뒤풀이일까?   

그리스에서도 밤늦게까지 결혼식 피로연하는 걸 보았는데 이곳 주민들도 그리스계인들이 많아서 이런 풍습을 이어가는 걸까?

거리를 행진하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장단을 맞추며 박수를 쳐준다.

한밤 자그마한 마을 전체에 흥겨운 음악소리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행이다.

외딴 산악 마을에 퍼지는 이런 번잡한 분위기가 문득 좋아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22


 밤이 깊어갈수록 차가워지는 밤공기에 겉옷을 찾게 만든다. 산속에 위치한 마을이라 그런가 보다.

시린제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계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10월 중순 날씨인데도 냉기가 느껴지는 쌀쌀한 기온에 거리엔 사람도 적고 이곳에 묵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찾아오는 이 없는 쉬린제에 겨울이 오면 쓸쓸하고 적막해져 유령마을이 될 만큼 온 마을이 문을 걸어 닫는다고 한다.     


 쉬린제의 알싸한 추위와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숙소로 이끈다.

와인샵에서 산 석류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감하려는데 지금도 멀리서 축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와인의 기분 좋은 알딸딸함과 축제 음악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잠들어야겠다.

Good Night!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상쾌하고 청량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니 정신이 맑아진다.

새벽에 걷는 시린제 마을은 아주 조용하다. 

어젯밤 시끌벅적하게 울리던 음악들은 언제 끝이 났는지 지금은 흔적도 없다.


우리의 아침식사 시간은 9시 30분. 

마을 골목길이 무척 적막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늑하다.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서민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마을 동네 골목길이다. 

여행을 하고 있지만 관광지답지 않은 분위기와 장소. 

난 이 순간의 느낌이 참 좋다. 아이러니하다!


한참을 마을 산책하는데 서서히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튀르키예식 아이스크림 가게가 벌써 문을 열었다.

아이스크림 덕후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게 앞에 선다.

역시 그냥 주면 튀르키예식 아이스크림이 아니지. 날 한참이나 속 타게 하더니 그제야 준다.

아침에 먹는 아이스크림도 여전히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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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시간에 맞추어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튀르키예 전통 아침식사 '카흐발트(Kahvalti)'가 나왔다.

튀르키예 악차코자마을에서 처음 카흐발트를 먹어본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아침 식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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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먹는 아침식사 카흐발트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처음 보는 ‘카이막(Kaymak)’이 있다.  

빵에 발라 먹어보는데 마치 생크림과도 같은 촉감으로 음미할 시간도 없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튀르키예 지역의 특성에 따라 소나 물소, 양, 염소의 젖을 활용하여 만들어지는데, 그중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물소 젖으로 만든 카이막을 최고로 친다. 

오늘 먹어본 물소의 젖으로 만든 카이막은 버터의 풍미와 생크림의 부드러움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천상의 맛이었다.

하지만 튀르키예 카흐발트(Kahvalti)는 다양한 잼들과 치즈들 그리고 올리브 그리고 다양한 음식등이 함께 나와 우리는 다 먹지 못하고 남길 때가 있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카흐발트식 아침식사는 우리에게 과(過)하다.


이제 서서히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사람들이 왜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낮에 만나는 쉬린제, 밤에 느끼는 쉬린제 그리고 이른 아침에 걷는 쉬린제 골목 분위기....

모두 각각 독특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을 쉬린제는 긴 동선을 여행하는 우리에게 튀르키예 여행 중 잠시 휴식을 선물한 마을이었다. 

머무는 내내 여유롭고 행복했다.




이 글은 2022년 9월과 10월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끈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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