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현 Apr 19. 2021

지금 아부다비는 공사 중

여행 중 이 정도쯤이야

아부다비에서 이틀째 머무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2017년 12월 31일이다.

이곳이 한국이라면 추운 날씨 속에서 가는 해와 이별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행사가 이곳저곳에서 열릴 텐데 이곳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이다. 

낯선 곳에서 송구영신의 느낌이 새롭다.  

아부다비의 12월은 쾌청하고 청명한 파란 하늘이 보이는 깨끗한 날씨다. 

아침기온은 21도로 시작하고 오후엔 26도까지 올라간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could't be better!

페르시아해의 일출을 보기 서둘러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왔다. 그런데 우리를 반기는 것은 호텔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차에 무려 200 디르함이 적힌 주차위반 스티거였다. 허걱~~

수많은 여행을 했어도 주차위반을 한 적은 없었는데 아부다비에 와서 그것도 호텔 주차장에서 떼이다니...

알고 보니 호텔 앞 주차장이라고 모두 세울 수 있는 건 아니란다. 

호텔 직원에게 valet parking을 부탁했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우린 빈 공간에 세웠던 탓이다. 

이게 문화의 차이인가 보다. 

이러면서 배우는 거겠지... 속상하고 화도 났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빨리 잊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Saddiyat island의 비치로 향했다.

Saddiyat island는 아랍에미리트가 섬 전체를 개발해 관광특구로 조성하고 있는 특별한 섬이다. 

이 섬에는 유명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모델 삼아 아부다비의 루브르로 조성한 루브르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 외에도 이 섬엔 구겐하임 박물관, 자이드 국립박물관, 오페라 홀 등이 세워져 있고 또 계속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부다비가 석유왕국에서 문화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노력이 보인다.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크루즈에서 하선하는 날 방문하기로 했다.


비치에 들어가려는데 이게 웬일일까? 

아침부터 주차위반 스티커를 받은 것도 속상한데 오늘은 일이 잘 안 풀리려는지 하필 그곳은 공사 중이라 beach엔 아예 들어갈 수없게 막아놓았다. 

아부다비 외곽 대부분이 공사 중인 곳이 많았는데 하필 우리가 방문한 비치 주변도 공사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멀리서 일출을 봐야만 했다.

아부다비는 지금 열심히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Saddiyat island의 일출

하지만 일출은 어디에서나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산, 바다 그리고 사막.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보는 그 순간은 장소에 상관없이 벅차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길 기도하며 바다에서 뜨는 해 대신 넓게 펼쳐진 사막의 땅 위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해로 대신했다.  

넓은 땅을 가진 나라라 그런지 어딜 가도 앞 전경이 확 트여 있어  답답함이 사라진다. 

산책을 하던 중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푸른 잔디와 야자수가 있는 풍경을 발견하고 그곳 테이블에 앉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처럼 야자수와 호수, 그리고 푸른 잔디가 있는 곳에 앉아 멋진 풍경을 보며 아침을 먹고 있다는 행복감에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잔잔한 힐링과 행복은 아주 소소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Saddiyat island의 아침 풍경
Saddiyat island의 아침 풍경

섬에서 나온 우리는 아부다비 Heritage Village를 방문하기로 했다.

아부다비는 과거엔 어업에 치중해 근근이 살았지만 1960년대 석유가 개발되어 갑자기 부자가 된 나라, 그 과정과 그들의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이곳 역시 신년 맞이 행사로 준비 공사를 하는 중이라 오늘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허탕 치는 이런 일이 연거푸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곳도 크루즈 하선 날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늘은 계획대로 된 방문이 한 곳도 없다. 

하지만 간간히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장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해하기로 한다.

아부다비 몰 근처 산책코스에서 바라본 왕궁과 왕의 요트-페르시아 해

하얗게 펼쳐진 아름다운 왕궁과 그 앞에는 왕궁이 소유한 럭셔리한 요트도 보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바다와 하늘이 하나다.

마치 페르시아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하얀 건물과 요트 그리고 바다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하루였지만 어쩌랴... 

이런 상황도 여행 중에 겪는 평범함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막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선물로 받지 않았던가...

마음을 비우니 힐링이 저절로 따라온다.

이전 03화 아부다비의 고혹적인 화려함에 빠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