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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May 17. 2021

잊지 못할 아부다비 사막투어

사막에서 황홀함을 느끼다.

오늘은 아부다비에서 사막투어를 하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사막투어 가이드는 우리가 묵는 호텔 라운지에서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차를 대기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격이 밝고 친절한 전형적인 중동의 남자다. 

오늘 사막투어는 나와 남편 외에 또 다른 팀이 함께 한다. 아부다비로 휴가를 즐기러 온 스위스의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30여 년 전 나의 대학 시절엔 친구들끼리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가기 힘들었는데...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요즘의 젊은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가이드는 30여 분간 차를 몰아 우리를 사막에 내려 주었다. 

그러더니  타고 온 차의 바퀴에서 바람을 빼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사막을 달리기 위해서라며 모래언덕을 달릴 때 차가 뒤집어질 수 있으니 안정적으로 접착하기 위해 바퀴의 바람을 적당히 빼줘야 한다고 했다. 즉, 사막에서 듄베이싱 Dune Bashing을 하기 위한 준비라고 했다.

이것을 흔히 말하는 사막에서의 롤러코스터라고 했던가!

사실 난 놀이공원에서 제일 싫어하는 놀이 기구 중의 하나가 롤러코스터이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하고 쫄깃한 느낌을 사막에서까지 느껴야 하다니... 내 속 전혀 모르는 남편은 흥분이 되나 보다. 

드디어 여러 대의 차량이 줄지어 드넓은 사막에서의 랠리를 시작했다. 

사막에서 이리저리 요동을 치고 다니는 차들, 자동차가 사막 언덕 꼭대기에서 갑자기 가장 아래로 내리 꽂는 듯한 느낌. 차가 뒤집어질 듯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짜릿한 느낌!  

모래언덕을 레이싱 하듯 질주하듯이 달리는 틈에 내 엉덩이에서는 불이 나는 듯했다.  

소리도 못 지를 정도로 갑작스럽고 심한 요동과 온몸에 전해 오는 스릴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차에 함께 탄 젊은 친구들은 마냥 신나는 듯 열광(?)의 소리를 지른다.   

스위스에서 온  젊은 친구들과 함께 사막투어를

약 50여 분간의 자동차와 함께한 광란(?)의 시간이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낙타들이 보인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다니는 경험이다. 

얼마 전 메르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웠던 기억이 스친다. 

한편으로 걱정은 되었지만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느낌이 어떨지 항상 궁금해했던 나는 주저 없이 낙타에 올라탔다. 

출렁출렁~~ 

나를 들어 올리는 낙타의 움직임이 싫지 않고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의외로 편안했는데 다행히 내가 탔던 낙타가 성격이 순했던 모양이다. 

이제부터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자유 시간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부스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다 보니 헤나를 하는 곳이 눈에 띄어 내가 그 앞에서 주저하자 주인이 자꾸 권한다. 결국 어느 사이에 내 손등엔 독특한 문양의 전통디자인이 그려지고 있었다. 

약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남편도 부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현지인들이 입던 의상을 입어보기도 하고 물담배라는 것도 피워본다. 



서서히 사막에 해가 지기 시작한다. 

멀리 모래 언덕 뒤로 달아오르는 붉은 노을.. 언덕 주변이 붉게 물이 든다. 

주변 사람들 모두 노을에 넋이 나간 듯 멍한 채 응시한다. 

연인끼리 어깨를 기대고 앉아서 응시하고 있는 커플, 이 감동을 둘만이 오래 기억하려는 듯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나에겐 이 순간도... 이 모든 광경도... 

모든 것이 황홀함으로 다가온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사막의 노을을 오늘에서야 보다니.... 

흥분과 감동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뜨겁던 해는 금세 사라지고 붉은 여운만 남긴다.

하지만 해가 지고 바로 어둠이 찾아오더니 갑자기 추위도 함께 왔다. 


이제부턴 저녁시간이다.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먹는 저녁식사. 

텐트 한편에 다양한 음식을 차려놓고 스스로 가져다 먹는 뷔페식이다.

이곳 전통음식을 비롯해 양고기와 다양한 채소들과 과일 등의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사막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식사 전

저녁 식사를 하며 쇼를 함께 볼 수 있도록 공연이 시작된다. 

전통춤 수피댄스(sufi whirling)를 추기 위해 남자 무용수가 무대로 올라오고 곧 이어지는 신비로운 음악소리를 배경으로 돌기 시작한다. 

남자 무용수 혼자 추는 춤을 보고 있노라니 환상적이고도 신비하다. 

빙글빙글 점점 빨리 돌수록 신과 더 가까워진다고 들었다. 

고통 속에서 신과의 합일을 원하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춤 속에 스며있음을 느꼈다.

수피댄스를 추는 남자 무용수


계속 공연은 이어지는데 남녀 무희들이 함께 나와 매혹적인 군무을 선보인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춤이다.

우리는 화려한 장소를 뒤로하고 사막 위에 떠 있는 별을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나왔다. 

하지만 사방은 깜깜한데 총총히 떠 있을 많은 별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은하수까진 아니더라도 사막 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이 그리웠는데... 

그저 깜깜한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별들에 불과했다.

아쉬워하는 나의 마음이 읽혔는지 주변에 있던 관광객이 이곳이 밝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 땅에서의 한낱 조명이 하늘의 별을 방해하고 있구나...



저녁 9시쯤  쇼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처음 경험해보는 많은 일들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여전히 내 마음엔 사막에서 본 붉은 노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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