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7년, 2018년 5월에 공교롭게도 프랑스를 여행 중이었다.
한 번은 여행 작가와 동호회원들과 함께 남프랑스에
다른 하나는 K와 둘이 떠난 반 자유여행 중 파리에 있을 때였다.
라고 페이스북에서 4년 전, 5년 전에 내가 한 일을 알려주었다.
이미 아득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도 신기한데
그 것이 같은 시기에 2년 연속 같은 나라였다는 것이 새삼스러워
잘 이용하지도 않는 페이스북에 공유로 끌어올렸다.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새 알림이 꾸역꾸역 올라온다.
미국 어바인에 사는 친구 O가 공유해 놓은 사진마다 일일이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다.
O역시 계정만 있을 뿐 프로필 사진하나 없는 터였기에
반가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메신저에 글을 남기려다 보니 새벽 여섯 시.
조금 참았다가 낮에 전화를 해 보기로 하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잘 지내지?”
“응 그래, 집이야? 벌써 도착한 거야?”
“으응??”
“프랑스 갔었다며”
프랑스라는 말에 순간 설렜고 잠깐 멍해졌다.
“아하! 그거, 4년 전에 갔던 거지.”
“그랬어? 난 또, 이 시국에 진짜 용감하다 했지.”
미국은 안정 됐냐는 말에, 조금 내려가다가 요즘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라고 했다.
남편의 항공권 혜택기간이 3년 밖에 남지 않아서
그 안에 한국에 오려고 하는데 이 난리라는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진득하게 배어있었다.
혹시나 내 년에 상황이 좋아지면 캘리포니아 다시 한 번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겠네 했더니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올 수만 있다면 숙소 잡지 말고 우리 집에 묵으면서
그랜드캐니언으로 라스베이거스로 데스밸리로 환갑여행 같이 다니자고 했다.
아무도 관심 없는, 환갑을 빙자한 여행카드는
동갑내기 친구들 사이에서만 극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2012년에서 13년 미국에 갔던 것을 커다란 의미의 여행으로 본다면
그 때부터 2019년 겨울, 조금 많이 이른 K의 환갑 여행을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중에도 2017년과 2018년에는 일 년에 두 번, 네 번이나 짐을 쌌다 풀다보니
여행의 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수정도는 기웃거릴 수준이 됐었다.
초보시절에는 비행기에서 필요할지 모른다며
카메라부터 각종 렌즈 목 베개 다이어리 필기구 손수건 선글라스 소설책
건조하다고 마스크팩 기초 화장품 실내화 등등을 준비하느라
가방은 터질 것 같았고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꼭 뭐 하나씩은 걸려서 시간이 지체됐었다.
옷차림에도 요령이 생겼다.
벨트 없는 바지에 끈 없는 운동화를 신었고
모자 스카프 액세서리는 하지 않았다.
가방은 여권크기만한 미니백에 휴대폰과 지갑 여권만 넣어 챙겼다.
비행기 탈 때 차림이 간편해지자 환승구간에서도 막힘이 없었다.
심지어 프라하에 갈 때에는 20분밖에 되지 않는 환승 대기시간에도
여유있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요령은 옷차림 뿐 아니라 포장 기술에서도 빛을 발했다.
현지에서 산 와인이나 머그컵, 찻잔 등을 완벽하게 완충 포장을 해서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올 수 있게까지 됐는데, 그랬는데...
이제는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상황은 끝날 듯 말 듯 이어지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혹시나 하는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여행을 하는 데 필수 요소로 꼽는, 시간 비용 체력에서
제일 큰 문제는 비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체력이 된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여행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움직이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진 건지
체력이 떨어져서 움직이기 싫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은 자주 이유 없이 피로할 때가 많다.
나의 여행 전성기는 이대로 끝나버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