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늘은 04화

뜨거웠던 첫 캠핑의 추억

여행, 다시 돌아올 곳이 있어 떠난다.

by 이연숙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미 시작이라고 했던가.

작년 가을 야금야금 사들인 캠핑장비 말고도

몇 가지를 더 하고 마지막으로 장작 30킬로그램을 사서 차에 실어 놓으니

비로소 실감이 됐다.


캠핑 어플로 근처에 호수가 있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장소를 예약만 했을 뿐

그 외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피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었다.

금요일 오전

전날 밤 일기예보에서는 주말 내내 비가 오거나 무더울 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평소 K의 방식대로

설렁설렁 바쁘게

쉬엄쉬엄 서둘러 아홉 시 쯤 집에서 출발했다.

단추와 함께였으므로 점심을 식당에서 먹을 수 없으니

써브웨이 들러 샌드위치를 사고

약간의 객기가 발동해 쿠키도 여섯 개, 통에 넣어주었다.

이제는 알아서 유료도로 회피모드로 작동하는 내비를 따라 가다보니

한 때 인간 내비게이션이었던 K조차 난생 처음 가보는 길이 길에서 길로 이어진다.

K가, 자동차 전용도로가 여기저기 생기니 막히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옛날 길을 지나면서 만날 수 있는 식당이며 오래된 풍경들은 볼 수가 없다는

탄식인지 기쁨인지 모를 말을 하며 운전을 하는 동안 두 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했다.

사진으로는 숲속에 넓고 한적한 평지를 상상했었지만

실제 그 곳은 일정한 넓이로 택지처럼 조성해놓은, 생각보다 아담한 곳이었다.

근처에 호수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K1, K2가 모두 모일 것이므로 한쪽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사고 나서 한 번도 꺼내본 적 없었던 도킹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뒷좌석을 밀어놓고 앞좌석과의 틈을 매트로 연결한 후

자충매트를 깔고 그 위에 감성(?) 패드를 씌우니

내가 거의 2년 가까이 노래를 부르던 차박 잠자리가 마침내 탄생했다.

생각보다 좁지 않았고 누워보니 양쪽 차창으로 들어오는 산풍경이 그림 같다.

그게 될까? 했는데

그게 됐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텐트 설치를 마치고

막 짐 정리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후득후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텐트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는 감상에 빠지려는 순간 듣기 좋던 빗소리가 험악하게 돌변

마치 텐트에 구멍이라도 내려는 양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30초나 걸렸을까?

손에 걸리는 대로 짐을 타프 안으로 들여 놓았는데

아직 밖에서 비를 흠씬 맞고 있는 박스가 있었으니

그것은 장작이었다.

말로만 듣고 TV로나 보던 불명에 거는 기대가 이 캠핑의 거의 하이라이트였으므로

장작님 안으로 모시느라 사람은 홀딱 젖는 희생을 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

해가 난다.

그래, K1이 그랬어. 캠핑은 그런 거라고.


캠핑의 고수(?) K1이 도착하자 이제까지 뿌듯하던 우리 텐트가 갑자기 오징어가 된 느낌이다.

이 분들, 일단 땅을 보며 설계를 먼저 하신다.

회의가 끝난 후 곧장 작업에 들어가는데

이 작업은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게 국룰이라며 캔을 하나씩 딴다.

군대 쫌 쎄게 다녀온 K는 그나마 여기저기서 도울 일을 찾아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나와 단추는 될수록 방해되지 않게 피해주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파쇄석으로 다져놓았던 평지에 커다란 게르 하나와 버섯모양 텐트가 또 하나

그리고 한 가운데에 넓고 근엄한 타프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을이 조성된 것 같았다.

설치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참동안 쬐꼬만 차 트렁크에서는 뭐가 자꾸 나왔다.

그 차는 우리 것과 같은 모델 같은 사양인데

그 많은 짐들이 정말 거기서 나온 게 맞나 싶었다.

근무를 마치고 출발했던 K2까지 도착하자 비로소 K패밀리 완전체가 되었다.

장작불이 피워졌고 시즈닝 잘 된 고기를 굽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내가 신청한 2천 년 대 발라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타프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라탄 갓을 쓴 감성램프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는 갖가지 모양의 호롱이램프가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그 날은 금요일이라 여덟 개 사이트에 우리만 있었다.

문득 고개를 젖혀 하늘을 봤다.

별이 마주 내려다보고 있다.

말로만 듣던 장작 타는 소리가

오! 정말로 타닥타닥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드디어 왔네, 왔어. 내가 캠핑을 왔네.’


20220703뜨거웠던 첫 캠핑의 추억.jpg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집에서 일찍 깨는 K, 밖에서도 일찍 깨서 전날 벌여놓은 테이블 정리를 한다.

캠핑 1박은 텐트 설치 해체만 하다 가는 느낌이라 2박은 해야 한다고 K1이 말했었다.

그런데 그 때는 몰랐었다.

6월에 일찍 찾아온 더위에 첫 캠핑의 두 번째 날이 많은 것을 깨닫게 할 줄을.

온다던 비는 전날 깜짝쇼처럼 잠깐 온 게 전부였나 보다.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이 언제라도 시커멓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혹시라도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로 갈수록 햇살은 점점 따가워졌다.

해를 피해 파라솔을 옮기고 테이블을 옮겨가면서 앉아있는데

이제까지 5G급으로 빠르게 가던 시간이 그날은 봉화보다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에어컨 틀어놓은 차타고 외식을 하자고 하다가

개를 데리고 갈 수 없어 머뭇거리는 사이 생일자 K가 김치 볶음밥을 만들겠다고 손을 들었다.

조금 심심했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김치볶음밥을 땡볕아래서 먹었다.

다들 말 수가 적어졌다.

와중에 K2 부부는 버섯 텐트에 들어가서 낮잠을 잤고

K1커플은 주유를 한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도 넘어서 돌아왔다.

K와 나는 차에서 낮잠을 시도했는데 K는 깊이 잠들었고

나는 그 시간들이 아까워 다시 밖으로 나왔다.

햇볕은 오후로 갈수록 더욱 맹렬하게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오래 시간이 지난 뒤에

그날의 추억과 함께 뜨거웠던 햇살이 떠오를 것 같다.


아침부터 시작한 해체작업은 퇴장시간에 가까워서야 마무리가 됐다.

엄청 큰 텐트에 다른 텐트 하나 군용침대 두 개와 의자 두 개 등등

큰 짐은 차치 하더라도 짐으로 꾸려놓은 덩어리가 어지간한 집 이삿짐 수준이었는데

그게 또 어찌어찌 그 콧구멍만한 차 안으로 다 들어간다.

그나마 우리 차는 장작이라도 줄었지만 그 집 차에서는 맥주와 음식이 줄었으나

그건 아이스박스 안에 있었으므로 부피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은 후 헤어져

각자 자기 차로 향할 때

미처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함께 해서 고마웠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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