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늘은 02화

나는 그냥 대기업에 코 꿰서 살래.

오늘은

by 이연숙



같이 공부하는 멤버들과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실 카페를 결정하는 중이었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으려나?”

“있어도 대학가라서 이 시간에 자리 잡기 쉽지 않을걸?”

“작은 카페도 많을 텐데.”

“알고 가는 거 아니면 커피 맛도 없고 돈만 버릴지도 몰라.”

“그럼 투0은 어때? 프랜차이즈라서 커피 맛이 평균은 할 거고

다른 건 몰라도 좌석은 편하던데.”

“난 투0 제일 싫어하는데.”

“.........??”


결국 눈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개인카페로 갔는지 교내에 있는 카페로 갔는지

그 날 무슨 커피를 마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벌써 8년 전 얘기다.

카페가 다 카페지, 좋거나 싫은 카페가 있을지는 몰라도 제일 싫은 건 또 뭘까?

궁금했지만 그 즉시 물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과정이 끝나고 각자 자기 일상으로 되돌아가 연락이 끊긴 지금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뿐이다.

그 때 공부한 과정에 입학한 이유가 분명했던 것처럼

‘선’은 늘 확고한 자기 소신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렴풋이 아는 그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해보자면

아마도 ‘선’이 투0을 싫어하는, 그것도 제일 싫어하는 이유가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었을까, 로 유추해본다.

그렇게 짐작해보는 이유는 내가 그 카페를 제안했던 이유와 다른 의미로 같았기 때문이다.


결혼 전 대기업의 건설사에 6년 근무 한 적은 있지만

이후로 내가 대기업과 연관된 일이란 건 가전제품 구입 그리고 사후 서비스 정도였다.

혼자 영화를 보러가기 시작한 건 2007년 무렵부터였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C상영관이 있어서 그 곳에 갔을 뿐이었다.

C상영관 1층에 투0이 있어 커피를 사서 영화 보는 동안 마셨다.

결제를 할 때마다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가 모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했다.

빵을 살 때도 이왕이면 C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곳으로 갔다.

알고 보니 가끔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도 C계열사이고 C인터넷 쇼핑몰에는 찾는 물건이 웬만하면 다 있다.

더블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더니 포인트가 무럭무럭 자란다.

쌓인 포인트를 적용해서 오븐을 살 때 반값으로 샀다.

영화 보는 횟수가 많다며 vip로 승급을 해 준다.

vip가 되니 포인트가 더 쑥쑥 늘어난다.

언제부터인가 마트에서 장 볼 때 사던 샴푸, 컨디셔너를 O땡에서 산다.

어느 동네엔가는 C브랜드가 모여 타운이 되었다며

그 곳에서 적립을 하면 또 포인트를 두 배로 준다고 했다.

집에서 멀어 포기했지만 그 때 나도 느꼈다.

‘아! 내가 대기업에 발목이 잡혔구나.’

‘선’이 투0을 그냥 싫은 것도 아니고 제일 싫어하는 이유가 어쩔 수 없이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대기업이니 포인트를 팍팍 줄 수 있고

포인트로 선심을 쓰니 또 대기업의 영역 안에서 다트판처럼 뱅뱅 도는 거다.

동네 빵집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데 일조 했다는 C빵집이 우리 동네에는 없다.

대신 또 다른 대기업 체인의 베이커리가 단지 내 상가에 두 곳이나 있다.

그런데 나는 그 곳에 거의 가지 않는다.

집 앞에 빵집을 두고도 1킬로미터 쯤 떨어져있는 C빵집을 찾아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시설 좋은 다른 영화관이 오픈 하더라도

아마 나는 차를 갈아타고 C상영관으로 갈지 모른다.

세상에 맛있는 빵을 직접 만들어 파는 빵집이 얼마나 많은가.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들도 있고

어느 시점부터 C사에서 분리 된 투0 카페는 차치하더라도

주변에 매일 원두를 볶는 카페도 많고 맛있는 식당도 많다.


“그거 뭐라 그러지? 알면서도 대기업의 마케팅방향에 따라가는 거?”

“뭐, 코가 꿰인 거지.”

“아니 그런 거 말고 뭐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포인트에 목매는 나 같은 사람들

일테면 세상에 맛있는 빵이 얼마나 많을 텐데 굳이 C빵집에만 간다든가.“


오늘 아침, 누가 뭐라지도 않았는데 괜히 제 발이 저려 꺼낸 말이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건성건성 대답하던 K가 그제 서야 나를 멀뚱히 보며 말했다.


“C빵집 빵이... 맛있어서 간 거 아니었어?”

“.........”

“난 또 맛있어서 거기로 가는 줄 알았지?”

“어! 뭐, 특별히 맛있지도 않지만 맛없지도 않은, 그래도 뭐 평균은 하잖아.”


20220822나는 그냥 대기업에 코 꿰서 살래.jpg


‘세상에는 맛있는 게 정말 많다.’

가 모토인 K2는 가는 곳마다 맛집을 잘도 찾아낸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디저트 맛집이 있다며 나중에 가보라고 했다.

생일이면 항상 주문 제작한 특이한 케이크를 가지고 온다.

그런가하면 나는, TV를 보면서 소개되는 맛집을 볼 때에는

‘저건 꼭 가봐야 해!’ 라며 메모를 하기도 하지만 그 때 뿐,

그런 메모를 한 기억조차 잊어버리기 일쑤다.

세상에 맛집은 많지만 그게 모두 내가 가야 하거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익숙한 곳이 좋다.

영화든 빵집이든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소신있는 소비, 취향에 따른 선택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다음 생애로 패쓰!

이 생에는 기왕 코가 꿰였으니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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