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늘은 01화

요즘 왜 글 안 써?

오늘은

by 이연숙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K는 아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꽤나 뿌듯한 모양이다.

이왕이면 잘 나가는 작가라면 더 좋겠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남편이 그걸 싫어하지 않으니 나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글 쓰면 밥이 나오니 돈이 나오니?’ 라든가

‘딱 굶어죽기 좋은 게 글쟁이라더라.’ 라고 하는 얘기도 있는데 말이다.

팔 년 전 출간을 했을 때에도 K가 우스갯소리로, 매니저를 자청하며 인세 좀 떼 주나?

라고 했지만 그 인세, 작가님(?)도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따순 집에서 밥벌이 걱정 안하고 글만 쓸 수 있으니 글을 써야 하는데

쓰라는 글은 안 쓰고 어디에 정신이 팔렸는지 책상 앞에 앉은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노트북 커버에 내려앉은 먼지를 옷소매로 쓱 닦아 내다 눈에 들어온 탁상 달력을 보니 그새 시월의 중간에 왔다.


“요즘 왜 글 안 써?”

“그러게, 왜 글을 안 쓸까?”

“내가 소재를 안 만들어 줘서 그래?”

“어?.... 뭐... 그런가?”


전에 브런치를 훑어본 동생이


“K가 자주 등장하네, 이쯤 되면 K에게 지분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냐?”


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지난여름부터 K의 건강에 경계 신호가 들어왔다.

전에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지를 않나

그러라고 부탁한 적 없는데도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기 무섭게 버리러 나가느라

별로 한 일 없는 날에도 걸음 수가 만이삼천을 훌쩍 넘기 일쑤였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주 3회 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오면 거의 실신 수준으로 누울 자리 먼저 찾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었다.

처음 겪는 K의 그런 모습에 당황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글을 안 쓰는 핑계는 될 수 없다.

단조롭기로야 코로나 상황이 절정이었던 지난 2 년의 시간에 비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20221019요즘 왜 글 안 써?.jpg


하늘 파란 날들이 아까워서 시작했던 걷기 운동이

자꾸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진다.

집에서 출발해 세 번째 포인트 지점은 베스킨라빈스 였다가 피자마루로 바뀌기도 한다.

가게 안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만 가더라도 포인트 알림이 뜨는 바람에

정작 피자가게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그 이름이 제법 익숙해졌다.

그 다음 포인트인 어린이 공원을 지나 큰길 상가 앞을 지나고 있는데

노란색 랩핑된 유리벽 위에 윙봉눈꽃치즈팡팡이라는 메뉴이름과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 집 이름도 피자마루였다.

세상에 얼마나 인기 있는 브랜드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상가에 두 곳이나 있을까 싶었다.

나중에 축구 하는 날 저걸로 한 번 먹어보자고 해야겠다 생각하며 가게 앞을 지나쳤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 집에 도착 한 후에는 내가 언제 그런 곳을 스쳐갔으며

눈꽃치즈 팡팡이라는 메뉴이름에 군침을 삼켰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는 했다.

그러느라 연거푸 이틀 동안 축구경기가 있던 날에조차 눈처럼 하얀 치즈가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내릴 것 같은 그 치킨은 하얗게 떠오르지 않았었다.

어느 무료했던 일요일, 갑자기 그 치킨이름이 떠올랐다.


“맞다! 다음에 축구할 때는 윙봉눈꽃치즈팡팡으로 합시다.”

“그건 어디 메뉸데?”

“피자마루, 북문 상가에 있던데.”

“.......그런데 왜 피자가게에서 치킨을 팔지?”

“그러게, 뭐, 사이드 메뉴인가? 그런 경우도 있잖아. 피자집에 스파게티가 더 맛있기도 하고.”


다음 날, 다시 그 상가 앞을 지나다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 곳 간판에는 선명하게

치.킨.마.루

라고 쓰여 있었다.

피자마루가 아니고 치킨마루였다고는 K에게 말하지 않았다.


글을 하도 오래 안 쓰다 보니 얘기 거리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피자집에서 치킨을 팔든

치킨집에서 피자를 팔든

그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글도 쓰지 않으면서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기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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