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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09. 2022

면접은 ‘말하기’가 아니다. ‘듣기’다.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21

 “말을 잘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라는 명제는 언제 어디서나 진리다. 면접에서는 더하다. 면접은 나 혼자 해도 되는 발표가 아니라 면접관과 지원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원활하게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

 모든 대화에서는 들어야 말할  있다.   말만 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면접이라는 대화도 마찬가지다.   



 흔히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말을 잘하면 합격하는 줄 안다. 하지만 잘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아니 얼마나 대답을 잘하느냐보다는 면접관의 질문을 얼마나 성실하게 듣느냐로 당락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면접에서는 ‘입’보다는 ‘귀’를 열어야 한다.

사람이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탈무드



  면접은 ‘설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업이 찾는 ‘적합한 인재’이고, 그래서 나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면접관에게 설득해야만 취업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청이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정연한 논리보다는 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확립된 경험칙이다.

 면접이 시작되고 종료될 때까지 가장 중요한 포인트도 면접관의 질문을 끝까지 귀담아듣는 것이다. 면접관의 질문을 들으면서 요점을 파악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다음 질문이 끝나면 바로 답변을 시작하면 된다.


  면접에서는 모르면 묻기를 주저하지 마라. 질문의 핵심을 알 수 없을 때나 어떤 의미로 묻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는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혹은 “방금 주신 질문은 ~라는 의미입니까?”라는 식으로 되물어서 질문의 의도와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나서 답변해야 한다.  


 글과 달리 말은 퇴고가 안 된다. 자기소개서야 제출하기 전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면접에서 일단 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이고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면접에서 지원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면접관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튀어나오는 지원자의 동문서답을 면접관은 참아 넘기지 못한다. 시간에 쫓기는 면접관들에게 질문과 관계없는 대답은 이해 불가능한 짜증의 연속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 한 편을 소개한다.


 면접 아무리 잘해도 OOOO 하면 탈락

 면접관: 자기소개서를 보니 학교에서 모의 전략 회의 동아리 활동을 오랫동안 했네요.

 지원자 A: 예. 그렇습니다.

 면접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지원자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힘든 일은 무엇이었고, 그걸 어떻게 해 결하고 극복했는지 말씀해 보세요.

 지원자 A: 예.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그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대기업의 사업계획, 인수합병 전략을 실제처럼 짜 보고 발표하는 모의 전략 회의 동아리였습니다. 가입하려면 시험을 봐야 하는데 경쟁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당시 1학년인 저에게는 매우 어려운 재무제표에 대한 시험이었습니다. 저는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사서 독학했고, 결국 좋은 점수로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대우건설에 지원했던 A 씨의 면접 현장이다. 그는 좋은 점수를 받았을까? 결과는 탈락이었다. 왜일까? 면접관의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했기 때문이다. 먼저 면접관의 질문을 살펴보자. ‘동아리 활동 중 다른 사람들과 겪은 갈등을 어떻게 이겨 냈는지’를 묻는 이유는 지원자의 조직생활 적응력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즉 대우건설에 입사해 직장 동료나 선후배 직원과 잘 지낼지, 갈등이 생기면 지원자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미리 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질문은 면접장의 단골 질문이다. 동아리가 아니어도 학교, 유학생활, 인턴십, 학회나 봉사활동 등 조직생활의 예는 다양하다. 그러나 A 씨는 동아리에 가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과 혼자 열심히 공부한 경험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대우건설 인사팀 이홍빈 대리는 “면접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며 “동아리라는 단어만 듣고 미리 외워 온 동아리와 관련 이야기만 하고 간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 잡스엔 著, <읽다 보면 취업되는 신기한 책> 184쪽



 면접관을 답답하게 만들고, 지원자를 탈락의 지름길로 이끄는 동문서답!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동문서답을 부르는 결정적 원인, 암기식 면접 준비의 문제점을 꼬집은 기사가 하나 더 있다.


묻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는데 떨어졌어요!!

 류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 그렇지 솔직히 면접은 자신이 있었어요. 평소에 말도 잘하는 편이고, 긴장도  하거든요. 취업 준비 1 차쯤 되니 슬슬 서류 전형에도 익숙해져서 몇몇 곳에서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고, 남은 건 면접뿐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줄줄이 떨어지더니 완패했습니다. 사실 면접이 특별히 어렵지도 않았거든요? 무난한 질문을 받아서 준비한 대로 대답했어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도  가지 있었지만 버벅거리거나 대답을   질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다음 주에 다른 회사의 면접을 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떨어질까  걱정입니다.면접에는 자신 있었던 G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가면 동문서답을 하는 친구가 꽤 많아요. 예를 들어 “10년 후 꿈꾸는 미래”에 대해 물었는데 “본가에서 독립해 내 취향대로 꾸민 집에 살고 싶다”라고 답한 면접자도 있었어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고, 퍽 유창하게 답했지만 면접관이 그 지원자를 뽑도록 하는 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면접장에서 조금 긴장하거나 버벅거리는 건 감점 요소가 아닙니다. 떨면서 말하더라도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동문서답은) 예상 질문을 뽑아가며 면접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한 지원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데요. 예상 질문과 준비된 답변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면접 때 질문의 의도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본인이 준비한 말만 쏟아낼 수 있어요. 본인은 묻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다 대답했기 때문에, ‘아 이번 면접 잘 봤는데?’ 싶겠지만… 질문에 답을 하는 건,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겁니다. 중요한 건 그 대답이 면접관(회사)의 방향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입니다-출처: 하라는 대로 했는데  떨어진 거죠?(인사 담당자, 면접관들이 짚어준 우리가 면탈인 이유), 대학내일신문 860 2018.8.29


 말을 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렵다. 면접관은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나 부하직원을 뽑는다”는 마음으로 지원자를 바라본다. 직장에서 상사를 가장 속 터지게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부하직원의 ‘동문서답’이다.  



 제대로 못 알아들었으면 물어보기라도 하면 될 텐데 제멋대로 이해하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보면 상사는 맥이 풀리고 화가 치민다. 십중팔구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되려 그 일을 수습하느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일쑤다.

 당연히 상사의 말을 흘려듣는 부하직원은 기피 순위 1위다. 그러니 면접에서 동문서답하는 지원자가 면접관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답하려고 듣고 있다”- 스티븐 코비(steven covey,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저자)


 대화의 기본은 ‘듣기’다. 질문의 핵심을 제대로 못 짚고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 동문서답은 결국 면접관에게 대화의 기본조차 안된 소통능력이 부족한 지원자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비친다.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어림짐작으로 어설픈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질문의 내용이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후 대답하는 편이 훨씬 낫다. 면접은 혼자서 하는 발표가 아니라 면접관과 함께하는 ‘대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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