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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an 24. 2022

면접에서 술술 통하는 숫자의 힘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20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당연히 숫자를 중시한다. 매출·비용·수익·재고·보유 현금 등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숫자로 표현된다.

 이런 숫자들은 기업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의 계획을 수립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면 기업을 더 깊고 폭넓게 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숫자들만 잘 들여다봐도 기업의 경영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또 숫자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숫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라진다.

 한마디로 기업과 숫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발생한 모든 경제적 활동을 숫자로 표시한 회계(會計)를‘경영의 언어’라고 할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다-카를로스 곤(르노 닛산그룹 前 CEO)



  그래서 기업들은 면접에서도 막연한 수식어보다는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토대로 말하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숫자에 밝을수록 숫자를 자신 있게 말할수록 면접관에게 신뢰감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면접에서 숫자의 위력을 실감 나게 설명드리기 위해 필자가 직접 겪었던 일화 한 토막을 소환해본다.

 필자는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면접에 참여했다. 그것도 (하계/동계) 인턴, 특성화 고등학교 신입행원, 보훈특별채용, 대졸(대학원) 신입행원 면접 등 모든 종류의 면접에 꼬박꼬박 불려 갔으니 그동안 수없이 많은 지원자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이 남는 지원자가 한 사람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꽤 선명하게 기억한다. 임원분과 함께 최종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며칠째 하루 4~50명의 지원자들을 만나는 강행군이 이어진 탓에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마침 마지막 시간에 들어온 조에 딱히 눈에 띄는 지원자가 없어 보여서 이제 그날의 평가결과를 정리하려고 마음먹은 참이었다.


 그때 갑자기 임원분이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한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필자는 순간 긴장해서 귀를 곧추세웠다. 사실 그 질문은 채용팀에서 면접관 참고용으로 제공한 예시 질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필자는 처음에 몇 번 질문을 해보고는 여간해선 물어보지 않았다.



 질문에 답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거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지원자들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부모님 병환이나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떠올리다가 그만 복받쳐서 감정을 이기지 못한 경우였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지원자들까지 당황하게 된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쑥 임원분께서 문제의 질문을 꺼내셨던 것이다. 이상하게 면접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곧잘 맞아떨어진다. 어김없이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지원자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뜻밖에도 “최근 1년 사이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작년 이 맘 때 바로 OO은행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느새 지원자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면접실 분위기가 물을 끼얹은 듯이 가라앉았다.


 말 그대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짐)가 돼버린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어색한 분위기를 바꿀 요량으로 필자가 가벼운 우스개 소리를 건넸다. “안심하세요. 그때 만났던 면접관이 이 자리에는 안 계시잖아요?”

 그런데 지원자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아닙니다. 이 자리에 계십니다” 허를 찌르는 대답을 듣는 순간 필자의 뒤통수는 얼얼, 머릿속은 하얘졌다. 아뿔싸! 괜한 말을 꺼냈구나. 임원분은 올해 처음 면접에 오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원자가 말한 문제의 면접관은 바로 필자였던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떨어뜨렸던 지원자를 면접에서 다시 만나는 기분이 어떤지를,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아무튼 필자에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면접은 계속되어야 한다. 필자는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질문을 이어갔다. “결코 바라던 결과가 아니었을 테니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 봤을 것 같습니다. (불합격의) 이유를 뭐라 생각했습니까?”지원자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OO은행에 입사하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OO은행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OO은행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잠자코 듣고 계시던 임원분이 질문공세를 시작하셨다. “올해 상반기 OO은행 순이익이 얼마인 줄 아느냐? ROE는 어떻게 되느냐? 전국 점포 수와 임직원이 몇 명이냐?” 등등


 그런데 지원자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그것도 “며칠 전 신문기사에 따르면 얼마~ 금융감독원 6월 공시자료 기준에 따르면 얼마~”하는 식이었다. 임원분은 시원스러운 대답에 내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을 빛내가며 또박또박 대답하는 지원자에게 어찌 그리 잘 아느냐며 연신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지원자가 나가자마자 필자에게 ‘농담 반 진담 반’식으로 물었다. “자네 또 떨어뜨릴 건가?” 얼마나 다행인가! 내심 필자도 지원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탈락 사유 분석 및 보완 방법을) 물어보기 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니 면접의 결과가 어땠을지는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을 성싶다.


 명심하자! 설득의 근거로 숫자를 적절히 활용하면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1초 만에 착 달라붙고 또렷이 기억되는 숫자는 설득력을 높여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수리력(數理力)’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초역량이라고 할 만큼 요즘은 숫자에 능숙하고 숫자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면접에서도 그렇다. 아니 숫자를 중시하는 기업의 면접에서는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즉효약이 될 수 있다.

이전 19화 PT면접, ‘내용’보다는 ‘형식’에 공을 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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