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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09. 2022

PT면접, ‘내용’보다는 ‘형식’에 공을 들여라.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19

  PT면접은 지원자에게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정리할 시간을 준 후에 면접관 앞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면접 (형태)을 말한다.


 단순한 질의응답 방식에 비해 주어진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분석력·논리력·전달력 등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PT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입실→주제 선정(배정)→발표자료 작성→발표→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기업에서 PT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기획력, 프레젠테이션 능력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기획(企劃)’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라는 뜻이다.

 기획은 일,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방법·일정 등을 계획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손에 쥐어진 재료를 가지고 머릿속에 목표를 그린 다음,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지”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의 한 대목이다.


 문제는 새로운 길을 내는 혹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이기에 기획은 ‘맨땅에 헤딩하듯’ 막막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이 기획을 종종 “뜬구름 잡는다”라고 표현할까. ‘뜬구름’이라는 단어가 허황되고 부정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뜬구름 같은 생각이야 말로 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는가에 따라 음식 맛이 확 달라진다. 기획도 그렇다. 누가 맡아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그래서 기획력은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량이다. 당연히 기업은 채용에서도 기획력을 중시하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나 사업계획도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설득해서 움직이게 만들어야만 비로소 기획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PT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기획력과 더불어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한 평가의 포인트가 된다.



 흔히 제시되는 PT 주제는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개발, 기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개선방안, 신규 고객 발굴, 해외진출 방안 등 지원자의 창의적 아이디어 및 문제 해결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주제들로 이뤄진다.

 발표 주제는 대체로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자료를 제공한다. 대부분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주제이므로 지원자 자신만의 논리를 앞세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이공계의 경우에는 깊은 전공지식을 필요로 하는 전공 관련 주제가 종종 등장한다.


 PT면접의 평가 포인트는 크게 ‘내용(matter)’과 ‘형식(form)’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면접관들은 발표 내용과 형식 모두를 아울러서 평가한다.

 내용은 발표 내용에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느냐를 말한다.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발표 내용이 기승전결 또는 서론·본론·결론 등의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로 평가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형식과 내용 둘 다 중요하다는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독자 여러분은 ‘내용’과 ‘형식’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중요하지만 굳이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를 필자에게 묻는다면 ‘형식’에 더 공을 들이라고 답하겠다. 내용이 ‘무엇’이라면 형식은 ‘어떻게’다. 즉 ‘무엇을’보다는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유가 무얼까? 내용은 차별화하기 힘들다.  획기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용에 담아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문제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아이디어는 예리한 통찰력에서 나오고, 통찰력은 수많은 지식과 숱한 경험의 산물이다.

 그러니 지원자들이 면접관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형식은 다르다. 차별화가 훨씬 쉽다. 잘하고 못하고가 한눈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기도 한다. 필자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발표자료의 비주얼이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형식은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PT자료를 만들 때 참고할 만한 직장인들 사이에 공유되는 좋은 기획을 위한 팁(Tip)이 있다. “목적(Purpose)이 명쾌해야 기획이 명확하다”, “정렬(Alignment)을 잘해야 고생을 안 한다”, “분석(Analysis)을 잘해야 설득력이 생긴다”가 그것이다. 머릿글자를 따서 ‘PAA룰’이라고도 한다. 즉 기획은 목적이나 취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이나 순서를 잘 배치해서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분석은 내용을 전개할 때 데이터 등을 적절히 활용해서 깊이를 더해주면 더욱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내용을 작성할 때 지원한 기업이나 그 기업이 속한 업종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사전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덥석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분석, 경쟁사나 업계의 최근 상품 및 서비스 개발 트렌드(Trend) 등을 언급해서 시사점을 도출한 다음 최종적인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식이다.


 그런데 PT면접은 면접관에게는 ‘지루함’과의 싸움이 될 수 있다. 지원자 각자에게는 발표 주제가 낯설고 새롭겠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사람만 바뀔 뿐이지 동일한 주제에 대해 수십 수백 번의 이야기를 듣는 셈이다.

 하루 종일 똑같은 소리를 듣다 보면 지루해지고 발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면접시간 중에도 종종 졸음과 사투를 벌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면접관의 집중력을 높여줄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예컨대, PT자료를 작성할 때 제목과 목차만으로도 전체적인 구조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회사의 일은 대부분 보고서에서 시작해서 보고서로 끝난다. 당연히 직장인들은 보고서를 잘 써야 인정받는다.

 그리고 보고서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해 만든다. 잘된 보고서는 제목과 목차부터 남다르다. 제목만 힐끗 봐도 보고서의 취지(목적)나 핵심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보고서의 뼈대인 목차는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원칙이다.


  면접관들도 보고서 형식에 익숙한 직장인 들인 만큼 PT자료를 준비할 때도 발표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끔 제목과 목차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또 발표자료는 반드시 기승전결 또는 서론·본론·결론 등 형식적인 완결성을 갖추도록 구성하고, 내용 면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서론에서 문제 제기,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 해결방안, 결론에서 서론과 본론을 통해 언급한 발표 내용의 핵심을 요약 또는 재정리하는 식이다.



 PT자료를 정리할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는 ‘하나. 전체 글의 주제(주장) 하나,  단락의 주제도 하나, 하나의 문장에도 하나의 생각만 담으라는 것이다. 단어와 단어가 모이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단락이 된다. 단락을 합치면  편의 글이 나온다.  주제는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쉽게 말해 문장 하나에 메시지 하나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전체 글을 하나의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조와 논리로 전개할 수 있다. 그래야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PT면접의 관건인 설득의 힘이 극대화된다. 특히 글 중간중간에 숫자나 도표(SWOT 분석표 등)를 적절히 활용하면 면접관의 시선을 잡아채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표다. 극도의 압박감과 긴장감을 주는 면접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의 주장이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발표를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어떤 말을 할지 간단하게 개요를 짜두면 큰 도움이 된다.


 시작할 때: 지원자 OOO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크게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서론에서 신상품개발의 필요성을 살펴본 후 본론에서 최근 동종업계의 상품개발 동향, 고객 성향 분석을 통해 신상품개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 결론에서 신상품 개발의 기대효과와 마케팅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마무리할 때: “소비자가 왕인 시대에 기업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발표 내용과도 맥락이 닿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좌우명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기회가 보인다”감사합니다.


  PT면접에서는 발표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발표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해도 주어진 시간 내에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실제 PT면접에서 시간을 넘겨서 울상을 짓는 지원자들을 종종 본다.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아직도 발표할 내용이 한참 남아있다.

 지금까지 들어보니 내용도 발표능력도 발군이다. 지켜보는 면접관조차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지원자들이 면접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데다 형평성을 생각해서라도 시간을 더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같이 채용의 공정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특정 지원자에게만 시간을 더 할애해 준다면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론과 본론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시간 안배에 실패해서 정작 중요한 결론은 흐지부지 끝맺거나 아예 준비를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지원자들도 있다.  이런 낭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발표자료 작성에 앞서 주제의 핵심을 파악한 다음 주제와 관련된 대표적인 키워드를 먼저 뽑아보고 이를 어떤 순서로 또는 어떤 구성을 통해 전개할지,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지를 미리 구상해 놓아야 한다.



# PT 발표 사례 

PT주제: 학창 시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경험

제목: 발상의 전환을 통한 경영대학 신입생 OT의 성공적 진행

서론: 아이디어의 배경

“경영대학 학생회 홍보팀장으로 일하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인 예산절감으로 신입생 OT를 성공리에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신입생들에게 나눠줄 상품 구매에 사용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예산 협찬을 위해 학교 주변 가게들을 방문하다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신입생들에게 실물로 지급했던 상품을 상품교환 쿠폰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신입생이라는 신규 고객 유치의 기회임을 내세워 사장님들을 설득했고, 가게들을 직접 방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전략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론: 아이디어의 주요 내용 및 추진전략

1. 변화의 주요 내용  

2. 차별화된 전략                       

결론: “큰 변화는 작은 생각의 변화에서 나온다”

 30여 개의 가게에서 상품교환 쿠폰을 협찬받아서 예산절감 목적으로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100만 원의 여유 예산을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덕분에 신입생 OT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실물상품을 쿠폰으로 바꾸고,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라는 작은 생각의 차이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경험을 통해 저는 작은 것에서부터 바꿔보려는 끊임없는 고민이 새로운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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