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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24. 2022

면접과 ‘시간의 상대성’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5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관한 고전적인 뉴턴의 이론을 뒤집는 상대성 이론을 창시했다.

 그는 ‘상대성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사람들의 성화에 “뜨거운 난로에 손을 얹으면 1분이 한 시간 같지만 미인과 한 시간을 앉아 있으면 1분처럼 느껴진다. 그게 바로 상대성이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면접이 바로 ‘시간의 상대성’을 실감하는 자리다. 어떤 지원자한테는 의례적인 질문 한두 개를 던지고는 이내 관심을 접게 된다. 면접시간이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져서 되도록 서둘러서 면접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어떤 지원자한테는 나도 모르게 더 많은 질문을 하게끔 된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관심이 가서, 오래 붙잡고 대화를 더 많이 나누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일 테다.

 그러다 보면 면접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요즘 유행하는 말 그대로 ‘시간 순삭’(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이다.


 상품을 놓고 벌어지는 ‘흥정’은 아무래도 오가는 말이 많을수록 무르익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나’라는 상품을 세일즈 하는 면접에서도 그러하다.

 면접관과 대화가 잦을수록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합격에 청신호가 켜진다. 물론 지원자들 모두 처음 보는 들이고 한 사람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면접시간은 똑같다.


 하지만 지원자가 누구냐에 따라 시간은 고무줄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1시간이 10분 같고, 또 누군가에게는 10시간 같이 느껴진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지원자에 따라서 어떤 이는 너무 빠르게 또 어떤 이는 너무 더디게 시간의 흐름이 달리 가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게 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걸까? 필자가 햇수로만 16년째 이어진 면접관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지원자에게 끌리고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준비한 이야기 말고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면접을 시작하면서 지원자들에게 면접관이 가장 자주 당부하는 말 중 하나다. 지원자들은 그저 입 발린 소리로 읊는 인사치레 정도로 흘려듣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너무 당연해서다. 지원자들은 이미 ‘나의 이야기’로 가득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또 지금부터 면접시간 내내 나에 대해 이야기할 텐데 면접관은 굳이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시작부터 꺼내는 것일까?

 당연한 말을 애써 강조하는 이유는 면접에서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지원자를 보기 힘든 탓이다.


 면접에서 만나는 지원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 하지 않고 포장하고 꾸미는 데만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성행하는 취업컨설팅 등을 통해 ‘훌륭한 인격자’나 ‘비범한 능력자’로 보이도록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내 모습과는 딴판인 남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합격 비법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다.


 실제 채용의 ‘만렙’(滿level·하나의 게임에서 최고의 레벨을 뜻하는 말)을 자처하는 많은 취업전문가들이 적어도 면접에서만큼은 ‘연기자’가 되라는 조언을 쏟아낸다.

 혼신의 연기를 펼쳐서 면접관이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고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식이다. 그 조언을 철석같이 믿는 청춘들은 진짜 내가 아닌 수많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를 준비해서 면접에 간다.  



 그러나 비법을 전수받은 지원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면접은 결코 연기 잘하는 사람이 뽑히는 오디션이 아니다. 목표로 삼은 캐릭터가 인격자이든 능력자이든 간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 연기는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이다. 면접관은 보통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다양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접한 경험이 풍부하다. 그만큼 사람을 보는 안목이 정확하다는 소리다.


 경험 많은 면접관이라면 눈앞에 있는 지원자의 미심쩍고 수상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시쳇말로 몇 마디 날카로운 질문만으로 지원자의 영혼까지 탈탈 털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지원자의 연기 속에 감춰진 본래의 모습을 찾아낸다.


나만의 매력이 경쟁력

 "지원자 입장에서 임원면접은 진검승부의 순간이다. 웬만한 기업의 취업은 평균 100대 1의 경쟁이고 대여섯 번의 관문으로 이뤄진다. 임원면접은 7부 능선을 넘어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단계다.

 그렇다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까? 당연히 뛰어난 인재를 뽑고 싶지만 필자의 경우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 길지 않은 면접 시간 중에 우선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고 떨어뜨릴 만한 사람부터 추려낸다.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지나치게 과장하는 사람, 업종과 회사에 적합한 기본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 뽑아도 오지 않을 듯한 사람이 대표적이다.

 그다음으로는 남들 흉내만 내거나 별 내용 없는 얘기를 미사여구로만 포장하는 지원자다. 인생에 왕도(王道)가 없다고 하는데 면접이 바로 그렇다. 20년이 넘도록 공부하고 갈고닦은 자기만의 모습을 지원한 회사에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만이 합격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출처: 매일경제 2021.7.3


 설령 알아내지 못해도 일단 면접관으로부터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면 좋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도 면접에서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도 뽑고 싶은 지원자가 있는 반면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지 않는 지원자를 만날 때가 있다.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미더워 보이지 않아서다.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가슴 한 편의 불편함은 결국 평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에서는 유도 선수 출신 주인공 온마음이 웹툰 편집자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모습이 명랑만화처럼 펼쳐진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학창 시절 내내 오직 유도에만 매달렸던 주인공 ‘온마음’이 우여곡절 끝에 굴지의 IT기업 네이버가 아닌 네온의 웹툰 편집부에 입사하게 된다.

 극 중에서 네온은 명문대 출신의 쟁쟁한 스펙 보유자들도 줄줄이 떨어질 만큼 누구나 선망하는 기업이다.



 그러니 변변한 스펙 하나 없는 온마음이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입사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다. 온마음에게 취업이라는 기적을 선물한 주인공은 네온의 웹툰 편집부장 만철이다.

 만철은 최종 면접에서 만난 온마음에게 마음이 끌려 만점을 준다. 그러고도 면접에서 탈락한 온마음을 껄끄러운 상사에게 읍소까지 해가며 계약직으로 입사시킨다.

 이유가 무얼까? 그녀는 다른 지원자들에게 찾을 수 없는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만철도 온마음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 순간 폭포수처럼 샘솟는 열정에 비하면 사람들이 염려하는 경험과 스킬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족한 경험은 시간이 채워주고 모자란 스킬은 가르치면 되지만 열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술자리에서 나지막이 내뱉는 만철의 명대사에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열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은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일 테다. 30여 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필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봐도 만철의 말은 진실이다. 열정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가치와 자부심을 가질 때에 비로소 발휘되기 때문이다.



 “유도 연습을 할 때 늘 네온으로 노래를 들었고, 쉬는 시간에도 다른 콘텐츠를 이용했습니다. 부상을 입었을 때 네온 웹툰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네온 웹툰 캐릭터들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보는 내내 힘이 됐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원하게 됐습니다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만철에게 온마음이 담담하게 들려준 사연이다.


 만철은 지원동기를 듣는 내내 만면에 아빠 미소를 띠고 온마음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녀의 삶 자체가 네온 웹툰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정의 바탕은 웹툰에 대한 ‘찐 애정’이다. 온마음에게 웹툰이란 평생 해온 유도를 포기하고 주저앉을 뻔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두 번째 꿈이니까.   


 결국 온마음이 취업에 성공한 것은 이렇게 진정성이 뚝뚝 묻어나는 지원동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드라마 속 허구’라고 치부하는 청춘들이 많을 것 같다.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 방점이 찍힌다는 뜻이다

 현실이라는 거울에 비추면 ‘저스펙자’ 온마음이 진정성 하나 만으로 쟁쟁한 스펙 부자들을 제치고 취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취업이라는 현실에서는 진정성이 먹히지 않고진정성만으로 뽑히는 지원자는 드라마  주인공이지 결코 우리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면접관 경험을 살려 면접실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들어본다. 무대는 IT 개발인력을 뽑는 어느 기업의 최종 면접 자리였다. 면접이 거의 끝날 때쯤 지원자들에게 공통 질문이 주어졌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기쁘거나 슬펐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한 지원자가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놨다. “저는 지금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3수를 했습니다. 대입에 계속 실패해서 재수, 삼수를 하는 저를 안쓰러워하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슬펐습니다. 가장 기뻤던 일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시모집 합격 소식을 들으시고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하셨을 때입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그런데 시스템 통합업체(SI) 근무 경력이 있는 다음 지원자의 대답은 결이 사뭇 달랐다. “담당했던 프로젝트에서 기술적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가 결국 방법을 찾아내 해결했을 때가 슬픔이 기쁨으로 반전된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은 같은 듯 많이 다르다. 아니 사실은 명확하게 대비된다. 결국  명은 붙고  명은 떨어졌다그렇다면 합격의 기쁨을 누린 주인공은 누굴까? 정확히 말하면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는 어떤 사람일까? 두 번째 지원자다.

 따지자면 이상하기 그지없다! 그의 대답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가치관에다 일에 대한 열정과 확고한 직업의식까지 드러난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범답안이 아닌가? 지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탈락은 너무나 억울한 결과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정작 면접관의 눈에 비친 모범답안은 전혀 모범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과연 사실일까?”“어떻게 대답하면 면접관이 좋아할지를 생각한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 면접에서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마저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제 그 사람에 대한 신뢰성이나 믿음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청춘들의 언어로 표현하면 ‘킹리적 갓심’이 발동해서다. 킹리적 갓심은 왕의 킹(King)과 신의 갓(God)을 써서 '합리적 의심'을 강조했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정적인 ‘한 방’, 필살기 멘트로 생각한 완벽한 모범답안이 오히려 지원자에 대한 신뢰와 평가 추락의 방아쇠가 된 격이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자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떠대다’. 어떤 질문에 대해 거짓으로 꾸며 대답하는 것을 말한다. 떠대는 사람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진실은 언제 어디서나 힘이 세기 때문에 거짓은 곧 드러나기 마련이다.

 면접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면접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면접관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진정성만큼 강력한 설득의 무기는 없다. 반대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만큼 설득하는데 최악의 상황은 없다.

 모범답안 아니 모범답안처럼 생각한 대답이 합격의 ‘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되고, 결국 ‘셀프 디스’를 시전한 앞의 지원자도 마찬가지다.


 누누이 말하지만 면접에 정답은 없다. 완전 ‘회바회’, ‘면바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수 년 면접관을 해본 깜냥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업과 직무를 불문하고 어떤 면접관을 만나든 간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떠대다가는 결코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팩트(fact)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을 말했는지 혹은 "면접에서 모든 대답은 철저하게 기업과 직무에 초점을 맞추라"는 누군가가 알려준 비법을 너무 충실히 따른 결과인지는 오직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의 말이 팩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면접에 가서 새길만한 교훈 하나는 길어 올릴 수 있을 성싶다. 진위에 관계없이 혹은 사실이 맞다손 차더라도 면접에서 지나치게 완벽한 모범답안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접관은 '진정성'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얼마나 전략적으로 철저하게 ‘진짜 나’를 잘 숨기는가가 면접의 당락을 가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도한 대로 자신의 본래 모습은 감춘 채 ‘나 아닌 나의 모습’을 면접에서 보여준다면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면접관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면접 내내 자기 자신은 꽁꽁 숨겨놓고 누군가 알려준 모범 답안만 늘어놓다가 면접실을 나가는 지원자의 뒷모습을 볼 때다.

 마치 뒷맛이 씁쓸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말 그대로 ‘병맛’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왜 저렇게 자신을 숨기려고 들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곤 한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와 똑같이 약점과 문제 투성이인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을 보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그의 약점에 은연중에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껴서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경험에 감정이입을 해서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뤄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까지 내지르게 된다. 주인공에게 평범한 우리 자신의 삶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나와 닮아 있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성’이야말로 마음의 빗장을 여는 열쇠다. 면접관도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람은 먼저 나에게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다가오는 상대에게 마음이 가는 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은 지원자 혼자 하는 발표가 아니라 면접관과 함께하는 ‘대화’이다. 지원자가 미리 준비한 필살기의 답변이 아니라 비록 어눌해도 날것 그대로의 생각이 담긴 진심 어린 대답이 속 깊은 대화를 끌어내고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변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옷을 입은 진실이다. 때론 어눌할지라도 당신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대화의 거리와 말의 벽을 넘어,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아네트 시몬스(스토리텔링 전문가)


 취업의 성공방정식을 푸는 열쇠는 무엇일까? 필자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은 고객인 기업에게 ‘나’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마케팅을 50점짜리 상품을 100점짜리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상술(商術)’이라고 오해한다. 즉 진정성 있는 소통은 뒷전이고 과장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을 마케팅의 본질로 착각한다.



  하지만 상품의 솔직한 단점까지 얘기할 정도로 ‘진정성’을 갖고 소통해야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단점까지 보여주는 솔직한 마케팅을 할 때 예상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진심을 다하는 마케팅이고, 그런 마케팅을 우리는 ‘진정성 마케팅’이라 부른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머리만 똑똑한 기업보다 마음이 따뜻한 기업을 사랑한다. 그래서 최고의 영업사원은 상품을 팔지 않는다. ‘신뢰(trust)’를 판다.

 팔기 위해 상대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먼저 고객을 진심으로 대한다. 결국 그 진정성이 사고 싶은 마음을 유발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진정성’은 취업이라는 마케팅에서도 통한다. 취업시장에서 우리는 판매하는 상품 자체이자 세일즈맨이다. 우리가 소비자로 가성비를 꼼꼼히 따져서 까다롭게 상품을 고르듯이 기업도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신입사원을 뽑는다. 선택의 기준 중에 으뜸은 단연코 ‘진정성’이다.


 특히 취업의 최종 관문인 면접에서는 더욱 그렇다. 면접관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접관도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보통 사람이고, 나에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상대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진정성 앞에서 사람들은 무장해제되니까.



 거꾸로 면접관은 누군가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아서 완성된 지원자의 ‘판에 박힌 답변’이나 ‘교과서적인 면접 자세’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투박하고 어설퍼도 ‘나 만의 이야기’, ‘나 만의 대답’을 내놓는 지원자에게 마음이 간다.

  필자도 면접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지원자의 ‘진정성’이다. 소소한 소재이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꾸밈없는 역사, 진짜 본인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지원자에게 시선이 끌린다.

 잘 보이기 위해서 사실을 감추거나 자신을 부풀리고 꾸미는 지원자는 넘쳐나도, ‘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원자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 사이에 이뤄지는 소통의 ()이다. 꾸밈없는 민낯을 보여줘야 가능한 것이 소통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야기할 때 비로소 면접관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누군가 짜준 각본에 따른 ‘연기’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진정성(眞情性)은 “진실하고 참된 성질”을 말한다. 따라서 진정성은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 그렇게 보면 면접에서 필요한 최고의 전략은 ‘잔머리’가 아니라 ‘굵은 머리’, 앞뒤 재지 말고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시쳇말로 ‘돌직구’다.  


면접 중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라는 물음의 정답은?

 2014년 현대해상 임원 면접 단계까지 올라온 A 씨. 그는 한 임원에게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하거나 평소 생각하고 있던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결국 멋진 말을 꾸미기보다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얼마 전 처음 뵙는 아버지 친구분에게서 아버지가 평소 아들인 저에 대해 칭찬도 많이 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라고 답한 것.

 그는 무뚝뚝한 아버지가 자식 자랑을 친구에게 하고 다니실 줄 몰랐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뿌듯했다.   

 소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대답을 한 A 씨는 현재 현대해상의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출처: 잡스엔 著, <읽다 보면 취업되는 신기한 책> 318쪽 


 문득 궁금해진다. 면접관의 모든 질문에는 숨겨진 의도가 담겨 있기에 그에 맞춰 특정한 정답을 제시해야 합격한다고 주장하는 자칭 '취잘알'들은 뭐라고 할까?

  과연 면접관의 질문에 담긴 의도는 무엇일까? 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라는 질문의 정답은 도대체 무엇인가?

 필자는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건너뛰어 독자분들에게 물어본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잊지 말자. 면접에서는 어설프게 자신을 포장하려 애쓰기보다는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지원자가 면접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

 실제 필자는 면접에서 대단한 스펙이나 특별한 경험 없이도 솔직함과 절실함을 앞세워 합격하는 지원자들을 종종 본다. 

 바로 진정성의 힘이다. 반대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욕심 때문에 면접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진실은 힘이 세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안겨주려면 말에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니 면접에서 굳이 무리해서 나를 치장하고 꾸밀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을 열고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있는 그대로 나를 알리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진솔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면 된다.

 그래야 나의 진정성을 울림 있게 전달하고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면접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 면접을 어떻게 보면 합격한다는 비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면접은 문제를 잘 풀어서 정답을 많이 맞힌 사람이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이라면 굳이 번거롭게 면접을 볼 이유가 없다.

 면접관은 누군가 일러준 모범답안을 완벽하게 외워온 지원자, 면접 매뉴얼을 완벽하게 숙지한 지원자가 아니라 되려 어설프더라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지원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유창한 화술이나 정답 같은 답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춘 듯한 ‘영혼 없는 대답’보다는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묻어나는 말 한마디, 절실함이 가득한 눈빛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한마디로 면접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데는 진정성이 ‘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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