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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03. 2022

면접은 ‘스펙’ 아닌 ‘경험 싸움’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4

  취업은 고객인 기업에게 ‘나’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다. 취업을 마케팅으로 이해하면 면접에서 지원자는 상품 자체인 동시에 판매를 책임지는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면접에서 '나'라는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스펙’이 아니라 ‘경험’을 팔라는 것이다.


 스펙을 앞세운 경쟁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순간 이미 끝났다. 면접에서 스펙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뜻이다. 면접관들은 스펙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이름하여 ‘오버 스펙’이나 ‘잉여 스펙’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뽑는 면접에서 박사학위에다 토익 950점, 토익스피킹 레벨 8을 자랑하는 어마무시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를 만나면 면접관은 어떤 생각이 들까?

 당연히 고민에 빠질 것이다.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정도의 스펙을 가진 사람이 입사 후에 자신의 직무에서 만족하며 일할  있을까?” 십중팔구는 지나치게 스펙이 좋은 지원자에게 잔뜩 경계심을 품는다.



 또 항공사 승무원 면접에 등장한 금융 공모전 수상 경력에 금융 관련 자격증까지 즐비한 지원자는 면접관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금융인’이 아닌 ‘승무원’으로 진로를 급변경한 지원자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 않을까?

 면접관들은 아무리 화려해도 일관성 없는 스펙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지원자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진심인 지원자를 바라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이 신입(사원) 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취업시장에서 최고의 스펙으로 꼽히는 직장 경력(경험)도 마찬가지다. 이직 사유에 대해 면접관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자칫 면접관의 질문 공세와 탈락을 부르는 과잉 스펙’이 될 수도 있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뽑아 놓으면 얼마나 오래 다닐까?”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우수한 스펙을 앞세워 언제든 회사를 떠나버리면 업무 공백과 또다시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탓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스펙은 면접에서 긍정적인 인상보다는 오히려 입사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블라인드 면접을 엄격하게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지원자의 (출신) 학교·학점·어학성적·자격증 등 주요 스펙에 대한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편견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다.

 면접관이 스펙을 따지고 싶어도 알래야 알 수 없는 정보라는 말이다. 면접에 처음 온 초보 면접관들의 입에서 “기본적인 정보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평가를 하란 말이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른다. 스펙이 아니라면 도대체 면접관은 무얼 보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걸까? 바로 ‘경험’이다. 면접관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자의 과거 경험(행동)이다.

 미래, 즉 입사 후의 ‘일잘러’를 뽑아야 하는 면접에서 왜 과거의 경험을 꼬치꼬치 캐묻는 걸까?



 기업은 성과 창출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이를 받쳐주는 것은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다. 직원을 뽑는 면접에서도 당연히 역량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기업들은 지원자의 객관적인 역량평가를 위해 행동사건면접(BEI, Behavioral Event Interview) 또는 역량기반면접(CBI, Competency Based Interview)을 실시한다. 용어는 다르지만 '역량 중심 채용'이라는 큰 맥락은 같다.



 우선 B.E.I(Behavioral Event Interview, 행동사건면접)는 1970년대 초 미 국무성의 해외공보 요원 선발 목적으로 처음 개발되었다. 이전까지 미 국무성은 시험을 통해 해외공보 요원을 선발했다. 시험을 미국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능력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도구로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시험에는 크게 2가지의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첫째, 시험을 통해 선발된 해외공보 요원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의 합격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에게는 시험이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둘째는 무엇보다 시험(점수)이 향후의 업무성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선발도구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B.E.I다. 지원자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 실제로 행동한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바꿔 말하면 평가의 기준은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했(었)다”이다.

 행동사건면접은 과거에 실제로 했던 경험이나 행동만큼 지원자가 입사 후에 얼마나 역량을 발휘해서 어떻게 성과를 낼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데이터는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아리스토 텔레스


 또‘역량(Competency)’은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한 직원, 즉 고성과자(High-Performer)들로부터 일관되게 관찰되는 혹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 특성”으로 정의된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인재상이나 핵심가치처럼 조직 구성원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공통역량’과 해당 직무(직급·직위)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직무역량·리더십 역량)으로 구분한다.


 특히 역량은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계(Performance Linkage)되고, 관찰과 측정이 가능(Observable & Measurable)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역량은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지식(Knowledge)·스킬(Skill)·태도(Attitude)로 이루어지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역량의 빙산 모델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듯하다. 영화 <타이타닉>은 100여 년 전 대서양을 항해하다가 빙산에 부딪쳐서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12년 4월 14일 자정 무렵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배를 몰던 항해사는 갑자가 나타난 빙산을 보고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가까스로 빙산을 피했다고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타이타닉이 피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결국 빙산과 부딪친 배는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빙산(Iceberg) 빙하가 바다까지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생긴 얼음 산이다. 빙산은 전체의 일부분만  위에  있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의 대부분은 숨겨져 있고 겉으로 드러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의미로 사용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빙산의 일각’에서 ‘일각(一角)’ 얼마나 될까?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나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있는 부분은 대략 전체의 1/10 안팎이다. 즉 빙산의 일각은 10%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빙산의 일각을 통해 배우는 삶의 교훈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살다 보면 빙산의 일각만 보고, 물속 깊이 숨겨져 있는 빙산의 실체를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일각에만 정신이 팔려서 빙산 전체를 알아보지 못하면 타이타닉처럼 수면 아래 숨어 있는 얼음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것의 ‘본질’보다 먼저 ‘외형’에 시선이 끌리곤 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보이는 단면으로만 판단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채용을 하면서 학벌·학력·어학점수·자격증 등 눈에 보이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스펙’이라는 잣대로만 지원자들의 우열을 가려온 기업들도 그랬다.


 이런 기업들에게 하버드대학교의 맥클랜드(McClleland) 교수는 역량의 빙산 모델(Competency Iceberg Model)’을 제시해서 경종을 울렸다.

 채용의 본질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맥클랜드 교수는 역량도 빙산처럼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Observable & Measurable)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즉 역량이라는 빙산 전체 중에 물 위에 드러나 쉽게 볼 수 있고 측정(평가)도 용이한 역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대부분의 역량은 보이지 않는 탓에 평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맥클랜드 교수에 따르면 빙산의 상층부에 있는 지식(Knowledge) 스킬(Skills)이 역량의 구성요소 중 가시적인 부분(Visible Part),  빙산의 일각(一角)이다. 그리고 주로 태도(Attitude)의 영역에 속하는 특성(Traits)·가치관(Values동기(Motives) 등이 하층부에 있는 역량의 비가시적 부분(invisible part)이다.


 미로운 사실은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非可視的) 부분이 성과 창출에는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 지원자의 공부머리’라면 보이지 않는 나머지 부분이 정작 기업에게 중요한 지원자의 ‘일머리’인 셈이다.      



  수면(水面)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상층부의 지식(Knowledge) 스킬(Skills)은 상대적으로 변화하기 쉬운(easier to change) 특성이 있다.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층부에 있는 태도(Attitude) 잘 바뀌지 않는다(harder to change). 학습이나 훈련을 통한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애당초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채용 단계에서 거르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역량엔 다층적 깊이가 있어 기업이 지원자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해의 낚싯줄을 어디까지 내리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깊이를 모르는 바다처럼 다층 구조인 역량을 한눈에 파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업은 빙산 모델을 통해 역량은 스펙이라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매겨질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최근 PT면접·토론면접·상황면접·롤플레잉 면접 등 예전에 비해 면접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지고 면접 횟수를 늘리거나 면접대상자를 많이 뽑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다.

 서류전형이나 필기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원자의 태도적인 부분을 면접을 통해 입체적으로 뜯어보고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첨언하면 면접 비중이 높아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역량이라는 빙산 전체를 보고 평가함으로써 채용 실패를 줄이고 보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고심의 산물이다.



  ‘역량의 빙산 모델’을 통해 기업이 얻은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눈에 보이는) 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한 역량인 것은 사실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 문제는 비가시적 부분(invisible part)은 “보이지 않는다그대로 관찰도 평가도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없으면 관리할  없다(If you can’t measure, you can’t manage it)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역량을) 측정할  없으면 관리할  없고,  관리할  없으면 개선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기업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싸맸다. 결국 기업이 찾아낸 해결책은 비가시적 부분에 해당하는 역량을 ‘행동(behavior)’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도는 인간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이다.

  태도는 행동에 드러난다. 행동은 태도가 지배한다. 바꿔 말하면 사람의 모든 행동은 태도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 사람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요약성과 창출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 여기에다 열정·책임감 등 일과 조직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가 가미되어 발휘된 구체적 행동이 바로 역량이다.

  기업에서는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각각의 역량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지표(Behavioral Indicator)’까지 만들어서 실제 직원들의 행동과 비교한다. 쉽게 말하면 행동지표에서 제시된 행동의 빈도가 많을수록 고성과자(High-Performer), 조직기여도가 높은 직원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의 행동지표를 활용한 역량평가에 대한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다.



 그만큼 요즘 기업들은 인사관리에서 ‘역량’을 중시한다.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을 파악하여, 이를 채용·배치·보상 등 제반 인사관리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역량 중심 인사관리'(Competency Based HR)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역량’이나 ‘행동지표’에는 기업이 바라는 이상적인 인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채용을 할 때도 이상적인 인재의 모습을 지원자에게서 찾고 싶어 한다.

 따라서 면접, 특히 역량면접에서는 지원한 기업의 ‘행동지표’와 관련 지을 수 있는 지원자의 경험을 묻는 질문들이 자주 나온다.


 행동지표는 쉽게 말해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자주 보이는 행동이다. 면접의 목적은 회사에 들어와서 ‘일잘러’가 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당연히 면접관은 지원자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회사가 기대하는 행동들을 보여줄 사람인지를 검증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평가의 초점은 지원한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관련된 또는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자의 과거 경험(행동)에 맞추어져 있다.


인재전쟁 시대, 면접관을 위한 팁

  면접관은 뛰어난 사람보다 기업에서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면접 준비를 위한 팁을 제시하자면 우선 자신의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떠올려야 한다. 둘째로 이와 관련한 지원자의 경험이나 사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조직의 고성과자들이 추진력이 있고 과감한 스타일이라면 면접관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살면서 가장 과감하게 결단한 경험이 있었나요? 사례를 이야기해주세요” 지원자에게 경험과 사례를 묻는 이유는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원자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노력을 들여 준비하고 면접에 임한다. 면접관은 경험과 사례를 위주로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지원자의 응답 내용을 검증하는 추가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거짓말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출처: 한국경제신문 2019.12.24


  지원자의 과거(경험)를 묻는 질문은 역설적으로 지원자의 현재(모습)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경험은 지원자의 역사(History)이고, 살아온 역사가 그 사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나간) 경험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된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등 삶에서 체험하는 순간순간의 모든 경험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하면서 그 사람을 만들어간다.  


 경험은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중요한 삶의 원천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경험의 폭과 깊이에 의지해서 변화무쌍한 세상살이를 헤쳐간다.

 지혜가 자란다는 것은 결국 ‘경험의 나이테’가 굵어지는 일이다. 그동안의 삶이 가르쳐준 지혜가 바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은 ‘경험의 목록’이다. 경험은 사람의 인생에서 발자국과 같다. 그동안 걸어왔던 발자국을 보면 지금까지 그 사람이 어디를 보고 달려왔는지를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사람은 지금까지 경험의 총체다.


 또한 경험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유용한 지표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동일한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경험의 목록을 통해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그 사람의 미래(행동)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지나온 발자취(과거의 경험·행동)만큼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미래학자들이 데이터에서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듯 기업은 지원자의 경험으로 입사 후 그의 미래를 예측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과거 경험을 속속들이 파악할수록 미래(입사 후)에 어떤 인재가 될 것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면접에서 질문의 방향은 대부분 미래의 계획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래’를 묻지 말고 ‘과거’를 물어라. 생각이나 계획이 아니라 ‘경험’을 물어라. ‘만약 ~한다면’과 같이 막연한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과거에 한 경험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것이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어느 대기업 면접관 교육자료 중의 한 대목이다.


 이유가 무얼까?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다. 생각이나 계획은 아무 때나 바뀔 수 있다는 소리다.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거짓으로 꾸밀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은 행동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더욱이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행동을 거짓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죄의식을 느끼지만 생각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에는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는다.  


  “만약 입사하면 열심히 일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게 당연하다.

 하지만 미래에 혹은 입사 후에 실제로 어떻게 일할지는 뻔한 대답이나 다짐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미래에 대한 질문은 눈에 훤히 보이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 마나 한 질문이고, 당연히 지원자들의 입사 후 행동을 예측하고 변별력 있는 평가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 면접관들은 “앞으로(입사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지원자들의 말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입사하면 열심히 일하겠습니까?”라고 묻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대답하지 않을 지원자는 없다. 결국 하나 마나 한 질문이고 들으나 마나 한 대답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의 관심사는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했(었)다”이다. 과거에 실제로 했던 경험이나 행동만큼 지원자가 입사 후에 얼마나 역량을 발휘해서 어떻게 성과를 낼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데이터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에 대한 평가기준인 ‘행동지표(Behavioral Indicator)’를 면접에서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는 과거의 경험이나 행동으로 대체한 셈이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행동지표를 토대로 면접에서 참고할 수 있는 질문 목록을 미리 만들어서 면접관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행동지표를 기반으로 사전에 설계된 질문 목록을 ‘구조화(된) 면접 질문(지)’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보다 정확하게 지원자들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데다 면접관들 사이에 시각 차이로 인한 편차도 줄이는 장점도  있다.

 질문도 평가도 면접관마다 들쭉날쭉하지 않고 비교적 고른 평가 잣대를 공유하게 되는 셈이니까. 그래서 ‘역량 구조화 면접’ 또는 ‘역량(경험) 기반 면접’이라고도 한다.


 구체적으로 면접관들은 미래(입사 후)의 계획(의지)에 대한 뻔한 질문 대신에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자주 부딪치게 될 상황과 가장 흡사한 지원자의 경험을 묻는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밤을 새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몰입해본 경험이 있나요?”를 묻는 것이다.

 잠을 설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입사 후에도 자신이 맡은 일에 깊게 몰입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또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면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까?”가 궁금하다면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학회나 동아리 활동에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희생했던 경험이 있습니까?”식으로 에둘러서 질문한다. 직장생활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을 학창 시절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빗대어서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면접관은 지원자의 대답에서 드러나는 경험을 통해 입사 후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만약 학창 시절 학회나 동아리 등 단체 활동에서 ‘팀웍’을 키운 경험이 있는 지원자라면 입사 후에도 팀웍을 발휘해서 조직(팀·부서 등)의 목표 달성에 훌륭하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 내내 오락부장을 도맡아 했던 경험담을 들으면 면접관은 자연스레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신입사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또 학창 시절 갈등 해결 및 협업 경험은 입사 후에 사람들과 금세 잘 어우러지고 혹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이나 마찰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들게 한다.

 지원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경험은 회사가 시킨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그것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는 창의적인 신입사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경험, 즉 “그동안 어떻게 행동했다”를 보고 정작 궁금한 “우리회사에 들어와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를 예측하는 셈이다.


 지원자가 들려주는 경험을 통해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자의 경험을 통해 면접관이 입사 후의 모습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게 되는가가 합격의 관건이다.

 면접관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이 많을수록, 그 경험들을 면접관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시킬수록, 그래서 면접관이 입사 후에 회사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지원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유쾌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순간 합격이 성큼 다가온다.


 면접에서 경험을 설명할 때는 핵심 위주로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노련한 면접관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지원자가 최대한 자신의 경험에 대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법을 사용한다.

 바로 ‘STAR 기법’이다. ‘STAR 기법’이란 상황(Situation)→과제/목표(Task)→행동(Action)→결과(Result) 순으로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Situation)’, ‘어떠한 과제(Task)를, 어떠한 행동으로 해결했는지(Action)’, 또 그러한 행동을 통해 발생한 결과(Result)는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흐름으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지원자의 설명이 끝나면 면접관들은 STAR 기법을 활용한 질문과 꼬리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소개한 경험의 진위여부와 경험 뒤에 가려진 지원자의 숨은 생각이나 의도를 확인하고, 경험과 그와 연계된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연결(어필)하는지를 평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자가 경험을 설명하다가 STAR 中 빠뜨린 부분이 있으면 면접관이 검증을 위해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언급한 자기 계발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은 꼬리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꼬리 질문은 STAR순으로 차근차근 물어보거나 면접관이 궁금한 1~2개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할 수도 있다.     


S: 당시 상황을 보다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구체적으로 언제·어디에서·어떤 상황이었습니까?

T: 역량을 향상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계기는 무엇입니까?

당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A: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노력하셨나요? 그러한 노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울이셨나요?

R: 노력을 통해 역량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고 생각하세요? 그 결과는 어떠하였습니까? 생각이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결과에 만족하셨습니까?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주세요.     


 반대로 꼬리물기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지원자의 대답에 확인하고자 마음먹은 내용이 빠짐없이 STAR로 정리되어 있다면 면접관은 한층 신뢰감을 느끼며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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