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떡믈리에 Oct 19. 2022

오해, 후회, 복원

대구의 달고떡볶이에서 떠올리다.



살면서 찾아오는 많은 위기들이 오해에서 비롯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오해는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찬다. 아니 왜 말을 안 해. 대화를 해. 오해잖아. 그렇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것을. 타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이유로 대화를 하지 않고 오해를 가져간다.

소설과 영화로 널리 알려진 "냉정과 열정 사이"는 오해와 후회 그리고 그 복원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준페이는 피렌체에서 고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연인이 있음에도 아오이라는 옛 연인을 못 잊고 그녀와의 추억을 품고 산다. 한편, 그가 복원하던 미술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직장을 잃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고국에 돌아와 쉬던 중, 그는 아오이와 사이에 있었던 오해에 대해 알게 되고, 미술품의 훼손 사건과 관련된 비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마음을 잡고 다시 일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아오이를 잊지 못한다. 그는 문득 아오이와의 10년 전 약속을 떠올린다.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날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 그렇게 그는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의 두오모로 발길을 옮긴다.


이 작품에는 오해, 후회, 복원에 대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다. 그대로 한 번 만나보자. 


"두려움과 불안과 망설임 때문에 모든 것을 향해 등을 돌리면 새로운 기회는 싹이 잘려 다시는 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선택은 한 번뿐이고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후회가 밀려온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후회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전개될 우리의 앞날은 바꿀 수가 있다. 지나간 시간을 발판삼아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준페이의 삶은 거짓말과 침묵, 그로 인한 오해, 소통의 부족으로 갈등을 키워가며 그 과정에서 후회는 커져간다. 다행스럽게도(독자와 관객들을 배려해서) 어떤 계기들로 인하여 하나씩 진실이 밝혀진다. 옛 연인이 말없이 낙태를 했던 것은 준페이의 아버지가 저지른 만행 때문이었고, 미술품의 훼손 사건은 그를 질투한 그의 스승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해가 풀리며 그의 삶은 복원되고 더 성숙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내려다볼 수 없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처럼 오해는 내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완전히 대비할 방법이란 없다. 오해하더라도 후회가 되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낙담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앞날을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미래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우리가 아는 오해를 하나 찾아보자. 우리는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고는 한다. 논리학 수업 시간이라면 그 명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테지만, 그래 그런 이야기 들어본 것 같아 하면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상도로 맛집 기행을 간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맵고 짜기만 하다든가. 간이 강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 입맛에 안 맞는다든가.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많아서 양에만 신경을 쓰고 맛을 신경 못 쓰던 문화가 남았다든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오해만 쌓여서 편견과 선입견을 만들어낸 결과다. 


상주추어탕, 진주냉면, 부산어묵, 마산아구찜, 언양불고기, 동래파전... 하나하나 언급하다 보면 입이 아플 정도다. 세상에는 경상도에서 출발한 맛깔난 음식들이 억수로 많다. 그리고, 밀가루 요리의 성지 대구를 아는가. 달고떡볶이를 보라. 그리고 다른 수많은 떡볶이 맛집을 보라. 이제 그만 경상도 음식에 대한 오해를 풀자. 


오해해서 가지지 못했던 기회들을 후회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이제 경상도로 맛집 기행을 떠나자. 물론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과 망설임 때문에 모든 것을 향해 등을 돌리면, 새로운 기회는 싹이 잘려 다시는 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홀로... 달고떡볶이로 여행을 떠나라. 이 맛있는 떡볶이는 분명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주리라. 원작처럼 두오모에 가서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두오모가 아닌 들 어떻겠는가. 달고떡볶이에서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그곳에서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국물의 넉넉함과 자작함 그 사이 어딘가에, 

고춧가루의 까칠함과 소스의 부드러움 그 사이 어딘가에,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전설의 떡볶이. 


만두가 기본으로 담가져 나오지만 만두를 추가 주문해서 촉촉함과 바삭함을 모두 겪어보자.

너무 많을까 봐 걱정하지 말고 주문하라.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남아서 후회가 밀려온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후회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장하라.

 걸음 더 나아간다면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전 08화 떡볶이 시험? 사랑에 시험을 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