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당시 정말 한국의 여름 날씨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럽도 마찬가지 였다. 2015년 이전까지 11년을 근무해온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만을 가게 되자 나름 대로의 장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첫 번째는동남아나 중국에서 편안하게 맛사지나 이런 것들은 받을 수 없지만 자기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다. 유럽은. 여행 상품 가격이 저렴해 지면서 현지 가이드 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인솔자들이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지다보니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는 힘들긴 하지만 공부를 하고 나서 손님들께 정보를 제공한 이후에 갖게 되는 뿌듯함 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또 한가지는 이것인데. 유럽의 날씨는 한국 일본의 전형적인 여름 날씨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여름 성수기 기간에는 건조한 여름 날씨 덕분에 여름 피서를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곤 하는데….
유럽도 같은 여름.. 그늘은 선선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름 이므로 더운 데는 많이 덥다. 그러다 보면 목을 축이기 위한 물이 라던지 음료수를 많이 먹게 되는데 이탈리아를 투어 하는 데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유명한 젤라또 아이스 크림이다.
사실 이 젤라또는 이탈리아의 신부 마테오 리치가 중국을 방문 했을 때 중국 사람들이 얼음 위에다가 과일 가루를 뿌려 먹는 것을 보고 이탈리아에 들어와서 발전 시켰다고 한다. 파스타도 바로 중국의 면을 발전 시킨 것이니 동양이 서양 음식 문화 발전에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준 것인지 새삼 자부심을 갖게 된다.
로마 여행 초기에는 트레비 분수(일명 삼거리 분수)가 있는 곳에서 많이 사먹곤 했는데 요즘은 워낙 많이 알려 지다보니 다른 곳에서도 많이들 아이스 크림을 사먹곤 한다.
이번 스토리는 아이스 크림과 관련된 이야기다.
출발하기 2-3일전 그룹 손님들 대표 분들한테 전화를 드린다. 안내 문자를 받았느냐는 내용의 통화…그런데 요즘은 그런 분들은 많이 없지만 유독 질문을 많이 하는 손님들이 있다. 그래도 모두 친절하게 대답을 해 준다. 오히려 질문을 안 한 손님 보다는 질문을 많이 해서 사전에 문제가 없이 가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번 서유럽 4국 12일팀 한 분이 질문이 많다. 옷에 관련된 내용들.. 이전 같았으면 원하시는 데로 준비해 오시라고 할 텐데.. 요즘 문제는 안전상의 이유로 항공사 규정이 까다로워 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발을 5켤레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발의 개수를 줄이 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너무 많으면 나중에 무게 때문에 페널티가 나올수도….”
“안 되는데 매일 매일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데..가이드님 어떻게 해결 좀 해 주실 수 없나요?”
‘진상? 말로만 듣던 진상? 항상 있는 거지만 이번엔 또 다른 형태의 진상?’
어떻게 정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분과의 통화가 끝나고 여행은 시작 되었다. 젊은 두 여자분으로 구성된 팀..가족 관계는 아니고 그냥 사회에서 만난 아니 고향 선 후배 정도의 관계로 보이는 정도??
그렇게 출발 전의 해프닝이 조금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투어가 어느덧 중간을 지나고 점차 어색했던 손님들과 나와의 관계도 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로마로 향하게 되었는데…
로마는 유적지가 많은 곳이라 버스의 진입을 차단 한 곳이 많아서 벤츠라는 고급 관광 투어를 대신 하는 날이었다.(보통 4인승과 8-9인승의 벤이 나와 유적지 곳곳을 걷지 않고도 편안하게 2-3시간 진행되는 선택관광이 있는 날이었다. 보통은 교황청 행사 차량으로 이용되는 차량이지만 특별한 행사가 없을때는 운전 기사님들이 쉬는 날이 많기 때문에 관광 청에서 허가가 되어 있는 차량들에 한해서 벤츠 투어를 진행할 수 가 있다. 선택 관광 투어를 참가 하지 않는 사람은 인솔자인 나와 지정된 장소만 걷게 되는데 이 날은 다행히도 모든 분들이 참가를 신청해서 나도 같이 벤츠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일정에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은 곳(일정에 나와 있지 않은 판테온 신전, 스페인 광장, 로마시청이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 진실의 입, 대전차 경기장, 베네치아 광장 등이 추가되어 자유 시간도 주어진다.)을 보고 자유 시간을 주는데….
자유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곧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그 두명의 지인(전화 통화시 신발 5켤레 가지고 오신 다는 분)과 혼자 오신 젊은 아가씨가 같이 걸어온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하신다.
“가이드님 우리 아이스크림 먹어도 될까요?”
나는 살짝 얘기하는 말이지만 여기엔 강한 부산 억양의 사투리가 섞여 있는 진한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분이었다.
“시간이…..5분 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분들 느리다. 그런데 나의 말이 미덥지 않았는지 세분이서 아이스크름 세개를 그것도 작지 않은 사이즈의 아이스크림 세개를 들고 온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
‘이런 빨리 출발을 못하겠군.’ 이유는 이렇다. 차안이나 특히 벤츠 안에서는 아이스크림은 절대 금물이다 사실 버스 안에서도 커피나 아이스크림은 절대 안된다.(사실 유럽의 버스에서는 아무것도 먹을 수 가 없다. 하지만 이동이 긴 유럽 투어에서 한국 분들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하면 아마 대번에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기사님들이 워낙 한국 분들이 먹을 것을 많이 가지고 오고 기사님들께도 간식 거리를 많이 제공해드리고 하다 보니 기사들이 한국 팀 한테는 많이 관대한 편이다. )
<그날 그 문제의 아이스크림 아마도 제일 큰 것으로 구입한 느낌이 든다.>
먹어서도 안되지만 가끔 끔직히 싫어하는 기사님들 때문이다.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아이스크림을 말이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세분 때문에 다른 일행들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방금 사온 아이스크림을 바로 버릴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이 세분의 골때리는(?) 아이스크림 과의 전쟁이 시작 되었다. .급하게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근데 갑자기 그 중의 한명이 먹기가 힘들 었는지 말을 건다.
“가이드님 좀 도와 주세요..” 나는 한 마디 할 수 밖에 없었다.
“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입장 곤란하게 ㅎ ㅎ” 사실 그랬다. 도와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곤 한 마디 더 했다.
“천천히 드세요. 시간 많아요. 근데 다른 분들이 …다들 세분을 쳐다보고 계시네요..”
(오해 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이 친해진 상황 이어서 주고 받은 농담 중의 하나였다.)
정말이지 이 세분 입장에서는 골때리는(?) 상황. 얼른 먹기는 정말 머리가 아프고 느리게 먹자니 다들 쳐다보고 있고 이 젊은 여인 셋은 이렇게 골때리는(?) 여인들이 되는 것인가?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는 중에 또 한 마디 하신다.
“가이드님 이거 버릴 때 없어서 다 먹어야 해요?”
많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정말이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릴 곳을 찾고 있는데 역시 이탈리아다. 여자의 천국 이탈리아…
기사님의 손짓이 남 다르다. 다시 한 번 확인 했더니 괜찮다는 것이다. 이 말뜻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차를 타도 된다는 것이었다. 역시 이탈리아 남자들.. 여자에게는 뭔가 다르다. 하나라도 다르다. 그렇게 그 세 여인은 다행히도 벤츠 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한다. 행복한 표정과 함께 말이다. 절대로 흘리지 않겠다는 기사 님과의 맹세와 함께.
그렇게 한 고비를 넘어가게 되었다.
어느덧 여행도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관광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난히도 더운 여름. 이제 영국에서의 하루 일정을 소화하면여행도 끝이 나게 된다. 여행이 아쉬운지 마지막날 저녁 많은 사람들과 로비에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끝나가는 여행을 아쉬워 했는데 길었던 12일간의 여행도 이제 하루만 남은 것이다.
일반 사람들도 다 간다는 런던의 바쁘고 보편적인 일정이 아니라 우리는 여유가 있게도 대학의 전통 옥스포드와 아름다운 마을 코츠월드 투어가 포함된 일정이었다. 그래서 그 두 곳만이 남아 있었는데…
또 한차례 공항에서의 전쟁(12시간의 비행을 책임 져줄 자리 싸움과 택스프리 신고)이 예상 되지만 그래도 일정은 항상 끝나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옥스포드를 마치고 점심을 중국식으로 마무리 하고는 코츠월드로 가서는 자유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마치 데쟈뷰 인냥 익숙한 멘트와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이드님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나요? 골때렸던(?) 여인들중 대장님 이셨다. 아이스크림 대장님..
어떻게 글자 하나도 안 틀리고 똑같이 질문을 던지시는지..잠시나마 나는 그 목소리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은 역시 기가 막히다. 어떻게 저렇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만 질문이 들어올까? 마치 로마에서의 그날 처럼.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대장님은 기가 막힌다. 어디 선지 아이스크림을 구해 왔다. 이번엔 한 명은 빠진 듯 하다. 파운드(영국의 화폐단위 1파운드 약 1,700원-)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디선지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다. 그러고는 생각을 못했는지 갑자기 버스로 오른다. 이때였다. 기사님은 완벽하게 두 여인을 제지하고 이 두 명은 로마의 기억은 잊었는지 아차 하는 표정을 보낸다.
그랬다. 안타깝게도 여기는 이탈리아가 아니었다. 그리고 영국은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자국 기사가 나오지 않고 인도나 중동 아니면 동구권(루마니아나 불가리아쪽)기사들이 많이 단체 팀들을 한다. 우리 팀 이번 기사는 인도에서 오신 유럽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국적의 기사님. 이탈리아 처럼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혜택을 보기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갑자기 도움을 요청하는 눈 빛을 보낸다. 그걸 놓칠리 없는 나는 잽싸게 대답한다.
“제가 아이스크림 안 좋아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그러자 갑자기 눈을 새침하게 흘기시더니 다시 한 번 두명의 골 때리(?)는 여자들이 되고 말았다. 아이스 크림이 끝까지 없어질때 까지 끊임없이 나의 눈을 계속 흘기면서 말이다.
비록 현지에선 많이 도와 주진 못했지만 이 아이스크림 대장님은 투어가 끝난 이후에도 이 아이스크림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내가 부산을 갈 때 종종 나와 연락을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아이스크림 대장님의 결혼식 까지 참석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부산에서의 결혼 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경기도에서 경상도 까지 결혼식을 참석하게 되는 그런 사이로 말이다.
<그날 함께한 그 아이스크림 멤버들.. >
여행쟁이의 팁 : 국내에서는 버스 안에서 뭐를 먹던지 춤을 추던지(요즘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춤을 못 춘다고 하면 예약을 안 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고 한다.) 상관이 없지만 유럽에서의 버스는 지켜야 할 예절이 많이 있다. 절대로 서 있어도 안되고 움직일때 뭔가를 나누어 주어도 안 된다. 하지만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관광 객들은 가끔 기사가 불친절 하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한다. 유럽 문화는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와 다른 것이다. 이 다른 문화를 이해 하지 못하면 관광을 즐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인솔하는 직원이나 가이드에게 수시로 물어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