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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액자의 놀라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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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텔 직원이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느냐고. 지금 여기도 음식을 차려 주는데 왜 그 나라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 체험을 하려고 하지 않고 본인들이 가지고 온 음식만을 고수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식당에서 뿐만 아니라 방 청소를 한 직원들 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가 있는데….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저런 핑계를 댔다. 아니 변명 이었던가?


우리가 여행을 갈 때 챙기는 음식을 자세히 보면(음식을 챙긴다는게 이상하긴 하다. 현지에 가면 음식이 다 제공이 되는데…) 술과 안주 중심의 식단이 대부분을 차지 한다. 물론 가족여행 이고 어린이들이 있다면 간식 위주의 음식도 많이 챙겨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아니면 밥이 안 나오는 곳이면 사발면과 햇반 이고 요즘은 누룽지도 좋은 선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한국 음식이 자극적이다 보니 현지에 오면 더욱 힘들어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처음엔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우리가 외국인을 초대해서 음식을 잔뜩 차려 놓았는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은 그 나라의 음식을 꺼내 놓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음식 정도는 이해가 간다. 이전에 선배 한분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뉴질랜드에 순대를 가지고 갔다가 뱀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어서 공항이 발칵 뒤집어 진 적이 있다고 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섬나라 여서 검역이 심하다 보니 짐을 찾고 나갈 때 세관에서 검사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리고 화산섬이라 뱀이 없는 나라다 보니까 공항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왜 가지고 왔느냐고 물어보니 그분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소주 안주하려고 가지고 왔다고..


하지만 소풍을 온 것처럼 아니 야유회를 온 것 처럼 가방 하나 전체를 음식으로 싸가지고 오는 팀도 가끔 있다. 바로 인센티브팀 (앞서 언급한 경우가 있다.) 혹은 의원 팀이나 자치 단체장 등 의전이 필요한 팀들은 수행원 들이나 비서들이 챙겨 오는 경우도 많다. 이해가 안가는 경우지만 수행원들의 입장이 이해가 안가는 건 또 아니다.


우리나라에 외국 국빈을 초대하고는 당연히 우리 나라의 유명한 한식당으로 안내를 하는데 왜 외국에서 초대를 받아서는 그 나라의 고급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고 우리의 음식을 고집을 하는지..그 이유에는 우리나라 음식 문화가 자극적인 부분도 많이 차지 할 것 이다.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만큼 배타적인 것도 있겠지만 장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음식은 다른 음식을 쉽게 흡수하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다고 나는 많이 생각을 하게 된다. 팀을 하면 할수록 더욱.. 그러다 보니 일정이 끝나고 느끼한 속을 달래려고 장소를 찾다가 장소가 없다보니 항상 누군가의 방으로 모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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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게 모인 전날밤>


이날도 장소가 필요했다. 인센티브 팀은 한 번 아니 그 이상의 모임이 밤에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모임에는 많은 문제가 동반된다. 사람 중심의 문화..우리처럼 일 중심의 문화가 아닌 삶을 얼마나 질적으로 높게 사느냐가 목적인 유럽에서는 우리의 술문화와 일 문화를 이해하려면 유럽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일은 다반사다.

그렇게 일해서 행복 하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고 왜 그렇게 일만 하느냐고 하는 질문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우린 한국전쟁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 당시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빨리 빨리 하다보니 문화가 그리 되고 게다가 술 문화 함께 발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농경 문화도 빼놓고 얘기 할 순 없지만…

(서울대 농경제 학부에서 오신 교수님께서 한 여름에 너무 더워서 반주를 하고 농사일을 하다보니 술 문화가 발달했다고 말씀 해 주신적이 있었다.)


이 빨리 빨리 문화 때문에 요즘 코로나 검사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빨리 유행하다 보니 요즘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코로나 대응 1위 국가가 되었지만 말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분명 유럽 사람들도 이제는 한국 사람들을 다르게 볼 것 이라 확신한다.


어쨌든 한 번은 33명이 전부 모일 장소가 필요했다. 한 번 은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미 어제 몇몇 분은 소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전체가 만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어디선가는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 번이 아니란다. 매일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이 분들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생각을 했다. 어떻게 매일 모여서..술 파티를 한 다는 것이지?


유럽 호텔 방을 보셨는데도 그런 요청을 한다는 것은 분명 작정을 한 것 같다. 심지어 회장님과 총무님 하에 많은 분들이(전체가 다 동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보면 술을 싫어 하시는 분들도 있고 여자 분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팀은 여자 분도 별로 없다. 매일 모이기가 수월한 모임인 셈이다.) 추가 요금을 내고서라도 큰 방을 구해 달라고 할 정도로 모임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이쯤이면 나는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연수인가? 음주인가?


술 마시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추가 경비를 쓰는 것 까지는 조금 안타깝지만 일 중심의 사회에서 잠깐의 휴가를 받아서 이렇게 여행을 나왔으니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런데 당연히도 방은 없었고 바에서 모이려고 해도 33명이 앉을 자리도 없고 본인들이 가지고 온 음식을 꺼낸다고 하니 직원은 놀라서 기겁을 했다 33명이 한 꺼번에 나왔으니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았던 것이다.


방법이 없었다. 방에서 모이는 수 밖에는 33명이 모이긴 힘들겠지만 어쨌든 방 말고는 모일데가 없다 보니 방에서 모이기로 합의를 본 듯 했다. 집행부는 나름대로 현명한 분들 이었다. 이 곳이 33명이 모이기에는 어렵다는 걸 이미 파악한 듯 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 질지는 모르겠지만..처음 모이는 날이니 만큼 나도 함께 하자는 조건을 거시고…


지금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 행사를 할 때도 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이기 위해서 방에 있는 침대를 밖으로 옮겨서 옆방으로 넣은 적도 있었고 침대를 두개를 포갠 적도 있었으니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 하겠지 생각하며 쉬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그 방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나 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의 방법은 알려 드리지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다가오고 만나기로 한 방으로 들어간 순간…

나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현실이 아니었다. 이건 꿈이었다.

‘이…럴….수…가…..’


이번팀은 각 지역의 대형마트 지점장님들의 선진지 마트 견학 프로그램 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출발하기전 각 지역 마트에서 담당 직원들이 챙겨준 음식들과 준비물들로 가득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가방안에 고히고히 간직하고 있던 것이 가방에서 나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는지 사진을 토대로 열거를 해보면 대략 이렇다.


우선 각종술(맥주와 소주 공항에서 사온 양주)과 과일(청포도 사과 귤)이건 아마도 각자 개인적으로 가지고 오신 것?(천하장사 소시지 튜브형 고추장 멸치 퍼내는 고추장 한국서 공수해온 치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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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모인 다음날>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치즈)게다가 마트 방문이 많다 보니 맥주는 마트에 보이는 신기하게 생긴 맥주를 종류 별로 준비 하신 것 같다.


더 대단한 것은 그 음식들과 술을 펼쳐 놓은 상과 같은 것이었는데 그건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침대를 뒤집어 엎었던 것이다.(이건 정말 예술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그것 뿐만이 아니다. 안주를 담아 놓은 직사각형의 무언가가 있는데 처음엔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 준비한 분께 확인을 해보니 각방에 있는 액자를 다 가져와서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정말 회식과 모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 이었다. 국내에서 일하실 때도 이렇게 열의를 다해서 일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일하시는 분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30여명 가까이 되는 분들은 다른 방에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즐겁게 ‘건배’와 ‘위하여’ 를 외치며 즐거운 그렇게도 원하던 회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밤은 깊어 어느새 우리의 일정은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었다.


여행쟁이의 팁 : 성지순례 팀을 인솔자 초반에 몇 번 인솔을 해본적이 있다. 각 팀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성지순례 팀은 날짜에 맞추어서 예배를 드리고 싶어하는 팀들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미리 얘기 하지 않고 현지에 가서 급하게 장소를 섭외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위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회식을 위한 무리한 장소를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현지가서 무리하게 요구 하는 것 보다는 미리미리 출발 전 요구를 하면 오히려 더 수월하게 장소를 마련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요구사항을 전달해 놓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게다가 방안에서는 방음이 거의 안 되므로 조용히 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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