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님은 재빨리 내려가셨고 경찰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더니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런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결국 못 들어가는 것인가?’
잠깐의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단호했다.
표정을 봐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곤 우리가 늦은듯 했다. 시간상 아슬아슬한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공산 주의 였던 사람들의 특징이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데 이슬람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융통성 없이 정해진 시간대로 아니 가끔은 정해진 시간보다 이르게 일을 마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기를 하려고 하는데 또 다른 직원이 가이드님과 그 직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 새로운 직원이 우리 가이드님께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포옹을 하고 다시 말을 이어 가더니 가이드님이 연신 고개를 끄덕 거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본 차안에서는
“어.어. 열린다. 열려. 다시 열린다. “
나도 흥분에 겨워 몸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고는 가이드님은 주먹을 불끈 지고는 우리차로 오시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얼른 다가가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이드님의 대답이 예술이다.
“다행이 나중에 온 저 친구가 나랑 자주 본 친구인데..본인 딸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국 관련된 선물좀 얻어 줄수 있느냐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손님들께 양해를 구해서 한국에서 가져오신 먹을 것들을 좀 줬죠. 그랬더니 딸이 너무나도 좋아 했다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다시 들어갈 수가 있어요?”
“저 친구가 여기서 꽤 직책이 높아서 한 마디 했죠. 한국에서 아주 중요한 분들이 오셔서 여기를 꼭 봐야 한다고 말했어요. 문 열어 주지 않으면 저 분 들이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죠.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너희 나라의 유명한 유적지를 보러 온 사람들인데 보여주는게 좋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슬쩍 찔러줬어요. 흐흐”
"죽을지도 모른다고? ㅎ ㅎ ㅎ"
"네 나좀 살려 달라고 했죠. 흐흐흐"
그랬다. 역시 이 분은 통화 할때도 느꼈지만 센스있게 일을 잘 하시는 분이었고 임기 응변이 대단한 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버스에서 이 얘기를 들으신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집트 첫날부터 분위기 좋게 일정을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곤 버스를 세우고 우선 도시락을 나누어 드렸다. 말 그대로 피라미드도 식후경 이었다.
“자 도시락 드리겠습니다. 오늘 샌드위치인 줄 아셨겠지만 특별히 한식당을 통해서 한식 도시락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드시는 맛은 안 나겠지만 샌드위치 보다는 밥을 드시는게 좋을 것 같아서 준비 했으니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가이드 최고~~~최고~~”
여기 저기서 나에 대한 환호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 때다 싶어 나는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이건 제가 한건 아니구요. 현지에 계시는 가이드님 께서 중요한 분 들 오신다고 하는데 샌드 위치 보다는 이게 낳을 것 같다고 해서 준비 해 주셨습니다. 괜히 제가 칭찬을 받는 것 같네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제가 한게 아닙니다.”(손님들은 인솔자와 가이드님을 구분을 잘 못하셔서 우리에게도 가이드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그렇게 하나 둘 씩 도시락을 받으시곤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셨고 때 마침 의원님 한 분이 아주 힘이 되는 멘트를 해주셨다.
“여러분~~ 나도 의정활동 하면서 도시락에 사발면에 다 먹어봤지만 오늘 지금 먹은 도시락이 내가 살아오면서 먹어본 도시락 중의 최고네여 최고. 피라미드에서 내가 쌀밥에 도시락을 먹게 될 줄이야. 이건 평생 잊을 수가 없겠어요. 나중에 가서 꼭 얘기 할만하겠는데요. 누구 피라미드 가본 사람중에 피라미드 쳐다보면서 도시락 먹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피라미드 본 사람들은 많아도 도시락과 함께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 아니겠어요?”
그랬더니 다른 업체 대표님께서 한 마디 거드신다.
“의원님 저도 있습니다. 저도 있다구요.”
그 말을 들은 모두다 한 바탕 웃으며 분위기는 고조 되었고 우린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피라미드도 멋지게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이 많던 피라미드와 점심의 미션이 모두 끝나고 즐겁게 일정을 마친 우리 팀은 이제 숙소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동을 해서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마친 팀들은 의원님 들께서 고생 하셨다며 의원님들두 방 중 한 방에 모여 간단히 주류와 다과를 즐겼다. 그 방에서 간단한 다과 시간이 끝나고 스텝 들끼리 아쉬움을 달래고자 내 방에 모여 하루를 마무리 하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이드님이 우리 모두를 긴장 시킨 것이었다.
지역 특성상 송금이 안되는 곳은 행사비를 직접 들고 와서 전달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팀이 그런 팀이었다.
나는 현지 가이드 님에게 이번 행사비와 전 팀(가끔 정산이 늦어 다른 팀 정산 비용을 대신 전달해 주는 경우가 있다.) 행사비 5,000만원 가량을 만나자 마자 전달해 드렸다. 그런데 그 돈이 든 가방을 어디다가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점심 식사와 피라미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오늘. 일정이 무사히 끝나자 본인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술이 들어 가다보니 어디다가 가방을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호텔 체크인 할 때 로비 였는지( 여기 였으면 가장 큰 일이었다. 분실은 당연한 것 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본인 방인지 아님 다른 분 방인지 아님 의원님 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참고로 난 투어중에 절대로 크로스 백을 내려놓지 않는다. 물론 내 방에선 내려놓긴 하지만 자기 직전까진 절대로 가방을 잘 내려놓지 않는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날 가이드님이 왜 가방을 내려 놓으셨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만큼 스트에스에서 해방 되었다는 생각이 지배 적이었을까?)
그래서 여기저기 확인을 하기 시작 했다. 시간은 이미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었고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을 했다.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 했는데 가방은 나오지 않고 계속 고민만 하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고 있었다.
가이드님의 얼굴은 언제 술을 마셨냐는둥 얼굴이 술먹은 사람같지 않게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 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는게 티가 나고 있던 것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 긴장할 때 뒷골에서 나타나는 싸~~~~한 느낌 말이다. 그렇게 의미없이 계속 여기저기 찾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가이드님과 나는 두 눈이 마주쳤고 그 때 둘이 동시에 같은 한 마디를 외치고 말았다.
“설마 의원님 방?”
이제 남은 것은 의원님 방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버렸다. 생각보다 정적인 분이시고 크게 까다롭지 않은 분이었다고 해도 늦은 시간에 함부로 의원님 방에 전화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만약 가방이 그 방안에 있었다면 의원님이 보좌관을 통해서 진작 얘기 하셨을 것이고 아무리 오늘 기분이 좋다고 하신들 이 시간에 다시 의원님 방을 두드린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보좌관도 이미 자리를 떠난 상황에 의원님 보다 더 갑질을 하려고 하는 보좌관에게 부탁을 하는건 더더욱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되는 고민을 하는 사이 모여 있는 사람들끼리 의견이 갈리기 시작을 했다. 지금 당장 확인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내일 할 것인지. 내일 확인을 하게 되면 나도 그렇겠지만 가이드님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 많은 생각이 잠자기 직전까지 들것이다. 설마하면 잠을 못 잘수도 있다. 그럼 내일 행사에도 지장이 있을수도 있고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전화를 해보자는 의견이 지배 적이었다. 나는 생각 했다.
‘의원님 주무실 텐데. 오늘 계속 연신 피곤하다고 하시던데. 괜찮을까?’
하지만 안 주무실수도 있다. 꼭 주무신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할까? 말까? 두 번, 세 번, 아니 10번 아니 그 이상 가이드 님은 중얼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없다면 지금도 없고 내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용기는 나지 않고 전화는 해야하고 가이드님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술잔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계속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해 보라고 하고 누군가는 어짜피 있으면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으니 내일 물어보라는 의견이었다. 고민이 계속 깊어 갈 무렵 가이드님은 마음의 결정을 하였는지 본인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고는 그렇게 용기를 내서 의원님 방에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전화벨은 울리는데 받지를 않으신다. 이미 잠이 드신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이 이때가 싶어 하나 둘씩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주무시나봐 내일 합시다. 괜히 이러다 깨우면 무슨일이 생길 지도 모르고.”
하지만 가이드님은 이제 단호하게 결정을 내린듯 했다.
“이왕 해본거 확인 해보죠. 의원님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미치겠어요. 오늘 잠을 못잘 것 같아 안되겠어요. 방으로 가 봅시다.”
‘헉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의원님 두분의 피라미드 관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실때의 눈빛이 떠올랐다.
‘제발 안되요 가이드님 참아 주세요’
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지만 이미 가이드님은 아무도 말리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고 같이 따라 갈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방 문앞에 다다르게 되었고 가이드님은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한번 벨을 누르는 가이드님 내 심장은 이미 터질 직전 이었고 갑자기 남은 일정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탁 하고 잡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머지 나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하고 그 밤에 너무나도 크게 소리치고 말았다.
“앗 깜짝이야.!!! 누구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