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메일 = 받은 업무
눈코뜰새 없이 바쁜날의 장점은 시간이 참으로 빨리 간다는 것이다.(뼛속까지 직장인...) 특히 월, 화 요일이 바쁘면 좋다. 월요병을 앓을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다 보면 시간은 빨리가니까... 수달은 그래서 목요일 저녁을 좋아한다. 토,일을 앞둔 금요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
매일아침 출근을 하면 많은 직장인이 사내 메일함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메일함을 열었을 때 받은메일 숫자는 곧 제출해야 될 자료 수라 보면된다. 내부메일로 잘 지내냔 안부메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업무는 테트리스 처럼
수달은 일을 묵히지 않는다.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할일이 남아 있을땐 찜찜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제출기한이 여유 있어도 일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계속 신경을 쓴다. 테트리스 하듯 받은 메일에 해당하는 자료를 하나둘 처리하고 새로고침한 메일함이 0일때의 기분은 생각보다 짜릿하다. 특히나 금요일의 메일함은 반드시 0이어야 한다. 온전한 주말을 보내기 위해선 말이다.
금요일 5시 35분,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수달은 0으로 기록될 메일 창을 기대하며 마지막 의식처럼 새로고침을 누른다. 반드시 0이어야 함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메일함의 받은메일이 0에서 1로 바뀌어져 있다. 쉼호흡 한번하고, 아직 괜찮다. 수신확인 하지 않은 메일은 아직 받지 않은 것과 같으니까... '슈뢰딩거 고양이' 처럼 업무는 아직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 하지만 수달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에 의해 '받은메일 1'을 눌러버리고, 당연하게도 월요일 오전까지 제출해야할 자료요청을 확인한다.
무서운 발신자
사실 메일을 열어보지 않아도 대강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발신자가 총괄부서에서 근무하는 분이라면 야근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메일을 열어야 한다. 국회(의회) 대응처럼 담당부서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하나의 계기로 여러 부서 업무들이 연결 될 때는 총괄부서 역할이 중요하다. 보통 기획조정실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현안별 담당부서를 지정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토록 요청한다. 이 경우 '조정' 업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료를 요청할 때는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목차 등 프레임을 미리 정한 서식을 함께 첨부하는 경우가 많다. 제출 요청을 받은 담당부서는 서식에 맞춰 내용을 정리하고 부서 보고라인을 거친 최종 자료를 총괄부서로 보내야 한다.
그러니까... 금요일 오후에 월요일 오전까지 자료제출을 하라고 연락이 왔다는 건, 적어도 금요일 밤 야근을 하던가 주말동안 부서 보고라인(과장-국장-실장)을 거쳐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건, 주말에 출근해서 자료를 작성하고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윗분들에게 보고를 드리면 단 한분도 귀찮아 하시지 않고 안쓰럽게 보시며 피드백을 주셨다.
보내진 자료는 총괄부서가 묶어서 정리한다. 단순히 묶는 작업만 하는 건 아니다. 취합된 자료를 묶어놓으면 아마 수십페이지가 넘어갈 거다. 자료를 볼 사람이 최고결정자라면 정리가 필요하다. 총괄부서에서는 부서에서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별도자료를 만들고, 취합된 자료는 붙임으로 돌리는 식으로 자료를 정리한다.
그래요 모두들 오늘도 수고했어요 다들 퇴근하세요. 불은 끄지 말아주세요.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자 이야기가 길었네요. 아 네네 멀리는 못나갑니다. 모두들 들어가세요. 저는 아직 할일이 있답니다. 아 이거요? 아까 마시던 물이 튀었나봐요. 네네 이번한주도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좀더 수고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