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공식'

난제

대체로 열심인 편

김수달은 대체로 열심히 일하는 편이다. 대체로라고 한 건 감당 안 되는 일까지 모두 짊어질 만큼 대단한 책임감은 없단 뜻이다. 그래도 '됐고 누가 맡을래' 상황에서 상사의 눈길을 피하지 않는 편. 업무분장이란 게 기본적으로 있지만 갑자기 떨어지는 현안은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맡겨지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달은 믿을만한 직원 범주에 들어간 것 같다. 믿을만한 직원 = 묵묵히 해나가기 덕목을 갖춘 탓(덕)이었겠다.(지금은 좀 아니란 소리)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포부가 커서 그런지 특별한 반대급부가 약속되지 않아도 기꺼이 '묵묵'했던 것이 아닐까. 수달이 증명하고자 했던 건 야'근의 공식'이 아니었나 싶다.

모종의 deal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누구도 하기 싫어하지만 누군가 해야 되는 일은 승진을 앞둔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다. 승진을 앞두고 있을수록 경험과 역량이 높기 때문에 부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승진을 앞두고 있을 때라 어떤 일이 주어져도 감내(?)해야 하는 모종의 합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칭찬은 수달을 야근하게 만든다

현안으로 떨어지는 일이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마땅히 그 능력을 보유한 사람에게 할당 되겠지만 보통은 펑크가 나지 않을 성실함을 지닌 사람이면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업무가 많다. 업무를 맡게 되면 이제 해당 업무와 연결된(될) 업무를 대응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보통일이 아니다. 현안일수록 관련 자료를 찾는 사람도 많고 관심도 많기 때문에 이리저리 보고할 일도 많고, 자료도 작성해야 할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절대적인 업무시간은 늘어나게 되고 야근을 하는 일도 잦아진다. 가끔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수달의 손끝에서 정리된 자료가 정책을 조금이나마 나은 것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는(반드시 그래야만 하는..ㅠ) 생각으로 버틴날이 많았다.

일을 빨리하면 일이 더 느는 마술같은 일상

'빨리 일하면 빨리 새로운 일이 생긴다'는 우스개 소리에 웃지 못하는 자 화이팅이다. 급한 현안을 다뤄본 직원에 대해 상관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든든한 직원을 뒀다 생각할 것이다.

안타까운 건 현안은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고 상사는 아까 그 직원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본 놈이 다음 콩도 잘 볶는다. '저 친구는 지난번에 고생했으니 이번엔 다른 직원에게 시켜야겠군'이라 생각하는 상사보단 '저 친구는 지난번에도 잘 처리했으니 이번 일도 잘 처리하겠는걸'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챙길 건 경험뿐

각종 현안을 다루다 보면 다이내믹하게 흘러가는 현안을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와 정책, 사업의 시작단계부터 파악하다보니 업무 동향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정글같은 직장생활에서 실전 경험만큼 쌓을수록 든든한 자산이 없다. 거의 뭐 실전근육이랄까. 마음만 먹으면 '라떼는'는 몇번을 외칠 수 있을 경험이 두둑한 김수달이올씨다.

물론 몰입이 과하면 이 부서일은 내가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른바 '대리병'이다. 내가 우리 부서 소를 다 키우고 있는 거였구나라는 망상과 현타가 반복될 때쯤 '번아웃'이라는 친구가 빼꼼 고개를 내든다. 아무리 일을 쳐내도 다음일이 넘쳐나는 때가 되면 쉴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