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정글(정들긴 글렀음)
회사는 동아리 모임이 아니다. 회사는 정글이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정글 말이다. 소심한 성격과 전무한 정치능력,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 업무역량을 지닌 김수달은 먹이사슬 최하단에 위치하지 않을까? 그런 수달이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장착한 갑옷은 '열심'이었다.
관계 문화의 특성 : 평판
어느 조직이건 비슷하겠지만 공공조직은 특히나 '평판'이 중요하다. 공무원을 일컬어 철밥통이라 부르는 것처럼 오랫동안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조직 특성에 기인하는 문화일 것이다. 시험을 합격하고 사회생활이란 걸 처음 해보는 수달에게 입직 후 1~2년의 평판이 조직생활 전체를 좌우할 테니 항상 겸손하라는 선배 조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 평판 얼만가요?
본인 성격과 다르게 1~2년을 지내는 게 쉬울까? 또 그렇게 쌓은 평판과 달리 행동한다고 주변 사람들이 예전처럼 인정해줄까? 그렇지 않다. 잊지 말라. 이곳은 정글이다.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면 사람의 됨됨이는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다. 평판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미 갖춰진 성정이 평판이라는 이름으로 보이는 것일 뿐. 혹여 평판이란게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짠한 일이다. 진짜 내가 아닌 남에게 보여질 모습으로 20~30년을 살아야 한다는 게... 평판만을 위한 행동을 하기에 비용이 너무 크다.
나쁜 평판은 대개 틀리지 않아...
짧은 경험이란 말로 밑밥을 좀 깔고 얘기해보자면, 좋은 평판보단 나쁜 평판이 대개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한마디로 '그 과장님 진짜 모시기 어렵다'가 '그 과장님 진짜 좋으셔' 보다 공감을 얻기 쉽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통을 주는 자극은 종류보단 정도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받는데 비해 편안함, 만족감을 주는 자극은 정도의 차이와 함께 종류의 차이에 의해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장 군기 n년 차 김수달...
수달은 걱정이 많았다. 늦은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의기소침했다. 그래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최선을 다하며 진심을 다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체면도 생각하고, 행위 이후의 문제도 고민하면서 업무 저항도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당시엔 '이거 내가 할 수 있을까'가 우선이었지 '이거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수달이었다. 자격지심도 있었고 시험문제가 아닌 실전에서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아니요 보단 예를 답한 경우가 많았고, 흘러 흘러 n년이 지나왔다.
만만해도 좋습니다
실력없는 자존심만큼 비참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김수달이기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생길때면 '수달아, 자존심 상할 만한 실력은 발휘하고 이러는 거냐'라 묻는다. 연차가 쌓일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저울질이 불가능할 것 같은 것으로도 저울질을 하며 감정적인 소모를 한다.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했을때 차갑다 느껴졌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석에서는 부드러운 사람들도 닳고 닳으며 만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 차가움이란 보호구를 장착한게 아닌가 싶다. 위장군기가 아니라 군기장착 n년차 김수달은 직장 밖에서 만나더라도 부끄러움 없도록 살자주의다. 김수달은 여전히 만만한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