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긍정적인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 글에서는 그간 사회적으로 강요받던 긍정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와 제 와이프가 긍정에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의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그렇듯이 저희 부부도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저는 일이 잘 안 풀릴 경우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기대치를 낮추는 편인데 비해서 와이프는 진취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요.
이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접근을 하기 때문에 같은 결과를 보고도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요.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이든 주식 투자 실적이든 와이프는 더 나은 혹은 최상의 결과를 기대치로 놓고 이를 달성 못 했을 경우에 아쉬워하고 저는 최소한의 목표만 달성하면 만족하게 되지요.
저희 부부를 보실 때 누가 더 긍정적으로 보이시나요? 모든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이후 결과에 쉽게 만족하는 저일까요? 최선의 결과를 목표로 삼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진 와이프일까요? 누가 긍정적인지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긍정이라는 게 뭐지?
긍정 (肯定)
[명사]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
* 반대말 : 부정
부정 (否定)
[명사] 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함.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긍정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긍정은 '인정하는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긍정은 마냥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사전에 쓰여 있는 의미에는 좋거나 나쁜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긍정의 반대말인 부정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역시 상황에 대해서 좋거나 나쁘게 받아들이는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봤던 긍정의 이미지였던 ‘안 좋은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낙관 (樂觀)
[명사] 1.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봄.
2.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김.
* 반대말 : 비관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그간 우리가 이야기해왔던 ‘긍정’은 사실 ‘낙관’이었습니다. 다시 저희 부부 이야기로 돌아가면 우리 부부는 누가 더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저는 비관적인 것이고 와이프는 낙관적이었던 것이었네요. 긍정의 의미를 긍정하고 나니 기존과는 다른 관점이 생기게 됩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해야지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표현으로 정정하여 낙관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의 힘든 상황을 무시하고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주문을 반복하는 비현실적인 낙관은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긍정이라는 이름의 독 Toxic Positivity 에 빠질 위험이 높습니다. 현실적인 낙관을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진짜 긍정입니다.
지금 태풍이 오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강한 태풍이 와서 창문이 깨질까 걱정이 되고 출근길도 걱정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부정한다고 태풍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요. 내가 처한 어려운 상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정한다고 그 상황 자체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긍정입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 힘들고 괴롭기 때문에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싶어 하게 됩니다. 그런 감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시하고 긍정해야 그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이런 긍정이야 말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바꿀 수 없으면 긍정하세요. 긍정해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은 골치 아픈 대인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기준 없이 다른 사람의 잣대에 휘둘리게 되고 그러면 이전에 올렸던 아래 글에서 다루었던 대로 불행해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타인 또한 긍정해야 합니다. 대인관계로 고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잖아요? 바꿀 수 없으면 긍정해야지요. 타인을 긍정하게 되면 시기 질투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처럼 현실 상황에 대해 긍정을 하고 나면 유체이탈 화법이나 남 탓, 주변 환경 탓에서 벗어나서 마침내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긍정 이후 회복탄력성 Resilience 과 주도권 Authority 이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1년이 지나고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진짜 긍정적인 새해를 보내기 위해서 작년 말에 인상 깊게 읽은 글을 나누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새해 긍정 많이 하세요
2020년에 시작한 코로나 상황은 2021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2021년 초의 낙관적인 집단 면역의 희망 역시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가 지나면 끝난다는 맹목적 희망과 강제적 낙관주의는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매번 희망을 품었다가 낙담하기를 반복하는 일은 위험하다. 어느 순간 큰 실망을 하게 되고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미래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재 실정이다. 이럴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먼 미래가 아닌 오늘과 내일이란 현재를 중심으로 발 앞을 잘 보고 넘어지지 않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다짐이다. 오늘에 집중하며 미래를 예측해서 완벽하게 통제하기보다 일어나는 일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현실적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갈수록 수위가 올라가는 오늘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낮출 방법이라 믿는다.
- 메디치미디어가 격년으로 발행하는 전망서〈촉 2022-2023〉중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집필한 첫 번째 챕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