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축구영웅이 떠나다 >
축구스타가 죽고 말았다. 아직 축구황제 펠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그는 축구선수의 인생을 마치고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향년 60세였다. 난 그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 Sergio Aguero 선수의 장인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사실 나는 마라도나가 직접 필드 위에서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초록 필드에서 활약했었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86년, 홀로 드리블하며 여러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었던 순간들도 귀로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후계자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는 그를 모방이라도 한 듯이 하프라인에서 상대 진영 박스까지 엄청난 드리블을 선보이며 골을 넣는다. 상대팀은 스페인 라리가 La Liga 헤타페 FC 였다. 2020년, 손흥민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번리와의 경기에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축구 평론가들 사이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들을 꼽으라면, 마라도나는 항상 펠레와 1, 2위를 다투었다. 적어도 그는 펠레, 요한 크루이프와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축구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왜 이렇게 추앙받는가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월드컵을 우승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라도나와 동등한 반열에 올라섰다고 말하는 메시도 결국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은퇴할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 현대축구는 메호 대전 – 메시와 호날두, 양강의 시대 - 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두 선수의 활약은 대단하다. 나는 메시가 조금 더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플레이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그 당시 펠레와 마라도나에게는 라이벌이 없었다. 축구 팬들에게 그들은 영원한 우상이다.
마음속 한 곳에 자리했던 우상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에 수많은 우상들을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우상들은 농축된 양분이 되어 영혼에 소망을 불어넣는다. 판타지와 신화가 되어 마음의 굳은살을 대체한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허세의 미학은 여전히 작동한다. 우리의 삶이 마라도나와 같진 않지만 마라도나를 보면서 마라도나를 품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동굴에 석순 stalagmite – 석순은 아래에서 위로 자란다. - 이 피어나듯이 마라도나도 그렇게 우리 영혼의 기둥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라도나가 죽었다고 해서 그 기둥이 완전히 무너지는 건 아니다. 그건 기적이 되어간다. 넬슨 제독은 이미 죽었는데 트라팔가 광장에 여전히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원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역사의 힘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자각하여 결국 레닌을 동상에서 끌어내린다. 그러니까 우상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더 지혜로울 테다. 우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